수학·컴퓨터

해안선의 길이는 왜 잴수록 길어지나, 프랙털 기하학

자를 짧게 쓸수록 해안선은 끝없이 길어진다. 부분이 전체를 닮는 도형, 프랙털이 자연의 거친 모양을 어떻게 수학으로 끌어들였는지 살펴본다.

편집부 · 2026년 10월 11일 · 읽는 데 4분

프랙털 무늬처럼 복잡하게 굽은 해안선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프랙털 무늬처럼 복잡하게 굽은 해안선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프랙털은 어느 부분을 확대해도 전체와 비슷한 모양이 계속 나타나는 도형을 말한다. 고사리 잎의 작은 잎 하나가 전체 잎을 닮고, 나뭇가지의 잔가지가 큰 가지를 닮는 것처럼 자연에는 이런 구조가 흔하다. 1970년대 수학자 브누아 망델브로가 이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직선과 원으로는 담을 수 없던 자연의 거친 모양이 수학의 대상이 되었다. 그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해안선의 길이를 둘러싼 이상한 질문이었다.

자를 바꾸면 길이가 바뀐다

어느 나라의 해안선 길이를 재려고 한다고 하자. 100킬로미터짜리 자로 해안을 따라 꺾어 가며 재면 어떤 값이 나온다. 이번에는 10킬로미터짜리 자로 재면, 앞에서 건너뛰었던 작은 만과 곶을 따라가게 되어 길이가 더 길어진다. 1킬로미터, 1미터짜리 자로 줄여 갈수록 바위 하나하나의 굴곡까지 따라가게 되어 길이는 계속 늘어난다.

원의 둘레를 잴 때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자를 짧게 할수록 측정값은 점점 한 값에 가까워지고, 그 값이 원의 둘레가 된다. 그런데 해안선은 아무리 확대해도 새로운 굴곡이 계속 나타나기 때문에 측정값이 한 값으로 모이지 않는다. 그래서 해안선의 길이는 어떤 자로 쟀는지 함께 말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실제로 나라마다 발표하는 해안선 길이가 크게 다른 것도 측정 기준이 달라서인 경우가 많다.

크기가 다른 자로 같은 해안선을 재는 모습을 그린 그림

코흐 눈송이, 유한한 넓이에 무한한 둘레

이 성질을 가장 깔끔하게 보여 주는 도형이 코흐 눈송이다. 정삼각형에서 시작해, 각 변을 세 등분한 뒤 가운데 부분에 작은 정삼각형을 덧붙인다. 그러면 변 하나가 4개의 짧은 선분으로 바뀌어 길이가 4/3배가 된다. 이 과정을 모든 변에 끝없이 되풀이하면 눈송이 모양이 만들어진다.

단계 변의 개수 둘레 (처음을 1로)
0 3 1
1 12 약 1.33
2 48 약 1.78
10 약 300만 약 17.8

단계마다 둘레가 4/3배씩 늘어나므로 무한히 반복하면 둘레도 무한히 길어진다. 그런데 눈송이 전체는 처음 삼각형을 둘러싼 원 안에 항상 들어 있어서, 넓이는 일정한 값을 넘지 않는다. 유한한 넓이를 무한한 길이의 선이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해안선이 보여 준 역설이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재현된 셈이다.

차원이 소수인 도형

프랙털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열쇠는 차원이다. 선분을 두 배로 늘리면 원래 선분 2개가 들어가고, 정사각형을 두 배로 늘리면 원래 정사각형 4개, 정육면체는 8개가 들어간다. 각각 2의 1제곱, 2제곱, 3제곱이므로 차원이 1, 2, 3이 된다. 이 생각을 확장하면, 크기를 몇 배로 늘렸을 때 원래 도형이 몇 개 들어가는지로 차원을 정의할 수 있다.

코흐 곡선은 크기를 3배로 늘리면 원래 곡선 4개가 들어간다. 3의 몇 제곱이 4가 되는지를 계산하면 약 1.26이 나온다. 코흐 곡선은 선보다는 공간을 더 많이 채우지만 면이 되기에는 모자란, 1과 2 사이의 차원을 가진 도형인 셈이다. 실제 해안선도 같은 방법으로 차원을 재면 대략 1.0에서 1.3 사이의 값이 나오는데, 굴곡이 심할수록 차원이 높게 나온다.

확대할수록 비슷한 모양이 반복되는 고사리 잎

자연과 기술 속의 프랙털

프랙털 구조는 자연이 한정된 공간에서 표면적을 최대로 늘리는 방법으로 자주 나타난다. 폐 속의 기관지는 갈라지고 또 갈라져 좁은 가슴 안에 테니스장 크기에 견줄 만큼 넓은 표면을 만든다. 혈관과 강줄기, 번개의 갈래도 비슷한 가지 구조를 보인다. 이런 모양은 물질과 에너지를 넓은 영역에 고르게 나눠 보내는 데 유리하다.

기술에서도 프랙털은 쓸모가 많다. 휴대전화의 안테나 가운데에는 프랙털 모양으로 접어 작은 공간에서 여러 주파수를 받도록 만든 것이 있다. 컴퓨터 그래픽에서는 단순한 규칙을 반복해 산맥과 구름, 나무를 사실적으로 그려 낸다. 매끈한 도형만 다루던 기하학이 거친 자연을 설명하는 도구를 얻게 된 것, 그것이 프랙털이 남긴 가장 큰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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