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컴퓨터

23명만 모이면 생일이 겹칠 확률이 절반을 넘는 이유

1년은 365일인데 스물세 명이면 생일이 같은 두 사람이 있을 확률이 50퍼센트를 넘는다. 직관이 놓치는 것은 짝의 수다.

편집부 · 2026년 10월 8일 · 읽는 데 4분

촛불이 꽂힌 생일 케이크와 여러 개의 고깔모자
촛불이 꽂힌 생일 케이크와 여러 개의 고깔모자

한 교실에 학생이 23명만 있어도, 그 안에 생일이 같은 두 사람이 있을 확률은 50퍼센트를 조금 넘는다. 50명이면 97퍼센트 가까이 된다. 1년이 365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결과다. 이것을 생일 문제라고 부른다. 직관이 틀리는 이유는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따져야 할 것은 '누구든 두 사람의 생일이 같은 경우'이고, 두 사람을 고르는 짝의 수는 사람 수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다.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과는 무엇이 다른가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은 정말로 낮다. 다른 22명이 모두 내 생일과 다를 확률은 365분의 364를 22번 곱한 값으로, 약 94퍼센트다. 즉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은 6퍼센트 정도에 그친다.

그런데 생일 문제는 나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23명 가운데 아무나 두 사람이 겹치면 된다. 23명에서 두 사람을 고르는 방법은 23 곱하기 22를 2로 나눈 253가지다. 생일을 비교할 기회가 22번이 아니라 253번인 셈이다. 비교할 짝이 이만큼 많으면 어디선가 한 번 겹칠 가능성이 크게 올라간다.

여러 사람을 점으로 두고 모든 짝을 선으로 이은 도식

확률은 어떻게 계산하나

겹칠 확률을 직접 세는 것보다, 아무도 겹치지 않을 확률을 구해 1에서 빼는 편이 쉽다. 첫 번째 사람의 생일은 아무 날이나 된다. 두 번째 사람은 첫 번째와 다른 날이어야 하니 365분의 364다. 세 번째 사람은 앞의 두 날을 피해야 하니 365분의 363이다. 이렇게 23번째 사람까지 곱하면, 모두 다를 확률이 약 49퍼센트로 떨어진다. 그러니 적어도 한 쌍이 겹칠 확률은 약 51퍼센트다.

사람 수 생일이 겹치는 짝이 있을 확률(대략)
10명 12%
23명 51%
30명 71%
50명 97%
70명 99.9%

사람 수가 늘수록 확률은 처음에는 천천히, 20명을 넘어서면서 가파르게 올라간다. 이 계산은 생일이 365일에 고르게 퍼져 있고 윤년을 무시한다는 단순한 가정 위에 서 있다. 실제로는 특정 계절에 출생이 조금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치우침은 겹칠 확률을 오히려 조금 더 높인다.

반대로 묻는 것도 가능하다. 겹칠 확률이 절반을 넘으려면 몇 명이 필요한지가 아니라, 특정한 하루에 태어난 사람이 있을 확률이 절반을 넘으려면 몇 명이 필요한지 물으면 답은 250명이 넘는다. 무엇과 무엇을 비교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사람 수가 이렇게까지 달라진다.

직관은 왜 이렇게 크게 빗나가나

사람은 확률을 생각할 때 자기 자신을 중심에 놓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 나와 같을 확률'은 상상하기 쉽지만, '모든 사람 사이의 모든 짝'을 머릿속에 떠올리기는 어렵다. 짝의 수는 사람 수의 제곱에 가깝게 늘어나는데, 우리의 직관은 사람 수에 비례하는 정도로만 늘어난다고 느낀다. 이 간격이 놀라움을 만든다.

비슷한 착각은 일상에도 흔하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 우연히 같은 동네 출신이라는 사실에 놀라지만, 대화 중에 겹칠 수 있는 공통점의 종류가 수없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런 우연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서버실의 컴퓨터 장비에 빛이 반사되는 장면

컴퓨터 보안에서는 왜 중요하나

생일 문제는 컴퓨터 보안에서 실제로 쓰인다. 해시 함수는 데이터를 정해진 길이의 지문 같은 값으로 바꾸는데, 서로 다른 두 데이터가 같은 값을 내면 충돌이라고 부른다. 충돌을 찾으려는 공격자는 하나의 특정한 값과 겹치는 데이터를 찾을 필요가 없다. 아무 두 데이터나 같은 값을 내면 된다. 그래서 생일 문제와 같은 원리로, 예상보다 훨씬 적은 시도로 충돌을 찾을 수 있다. 이를 생일 공격이라 부르며, 해시 값의 길이를 정할 때 반드시 고려한다.

남는 질문

생일 문제의 수학은 간단하지만, 사람들이 우연의 일치를 얼마나 과대평가하는지는 여전히 연구 대상이다. 놀라운 우연을 운명이나 특별한 의미로 해석하는 경향은 확률을 잘못 읽는 데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겹칠 기회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먼저 세어 보는 습관이 우연을 차분하게 보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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