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노벨 화학상의 주인공 crispr 너의 정체는

세균이 바이러스를 기억하는 방식에서 유전자 편집 도구가 나왔다. 원리는 자르는 것보다 찾는 것에 있다.

편집부 · 2021년 12월 31일 · 읽는 데 2분

2020년 노벨 화학상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제니퍼 다우드나에게 주어졌다. 유전체 편집 방법을 개발한 공로였다.

세균의 기억 장치

세균의 유전체에서 같은 서열이 일정 간격으로 되풀이되는 구간이 발견된 것은 1980년대였다. 그 사이사이에 서로 다른 짧은 서열이 끼어 있었는데, 용도를 알 수 없었다.

이후 이 끼어 있는 서열이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유전체 조각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균이 과거에 침입했던 바이러스의 조각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바이러스가 다시 들어오면 세균은 이 기록을 꺼내 RNA로 만든다. 이 RNA가 침입자의 유전체에서 일치하는 부분을 찾아 결합하고, 효소가 그 자리를 자른다. 일종의 면역 기억이다.

도구로 바꾸다

연구자들은 이 체계를 원하는 서열에 맞춰 쓸 수 있음을 보였다.

찾아가는 일은 RNA가, 자르는 일은 Cas9라는 효소가 맡는다. 자르는 위치를 바꾸려면 효소를 바꿀 필요가 없다. 안내하는 RNA의 서열만 바꾸면 된다.

이 점이 이전 방법과의 결정적인 차이였다. 그전의 편집 도구는 표적을 바꿀 때마다 단백질을 새로 설계해야 했다. 시간과 비용이 컸다.

자른 다음

실제 편집은 자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세포가 끊어진 DNA를 수선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생긴다.

수선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끊어진 양 끝을 그냥 붙이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몇 개의 염기가 빠지거나 더해진다. 유전자를 망가뜨릴 때 쓰인다.

다른 하나는 비슷한 서열을 본보기로 삼아 정확히 복원하는 방식이다. 원하는 서열을 본보기로 함께 넣어 주면 그 내용으로 바뀐다. 다만 이 경로는 효율이 낮고 특정 세포 주기에서만 작동한다.

엉뚱한 곳을 자르는 문제

안내 RNA가 표적과 비슷한 다른 자리에도 결합할 수 있다. 이를 표적 이탈이라 한다.

중요한 유전자가 잘못 잘리면 문제가 된다. 이를 줄이기 위해 효소를 개량하거나, 두 곳이 동시에 인식돼야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방법이 쓰인다.

자르지 않고 편집하는 방법도 개발됐다. 한쪽 가닥만 끊거나 전혀 끊지 않고 염기 하나를 다른 염기로 바꾸는 방식이다. 절단에 따르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치료에 쓰이다

혈액 질환에서 임상 적용이 이루어졌다.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꺼내 편집한 뒤 되돌려 넣는 방식이다. 몸 밖에서 편집하므로 표적 이탈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몸 안에 직접 넣는 방식은 더 어렵다. 편집 도구를 원하는 세포까지 보내야 하고, 한번 들어가면 회수할 수 없다.

생식세포 편집

체세포 편집은 그 사람에게만 영향을 준다. 생식세포나 배아를 편집하면 변화가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2018년 배아를 편집해 아이가 태어났다는 발표가 있었다. 국제적인 비판이 이어졌고, 해당 연구자는 처벌을 받았다.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당사자의 동의가 불가능하며, 대안이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생식세포 편집을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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