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나에게도 다른 사람의 수명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헌혈과 장기 기증은 다른 사람의 남은 시간을 바꾼다. 그 과정에 어떤 의학이 관여하는지 살펴본다.

편집부 · 2025년 10월 27일 · 읽는 데 2분

다른 사람의 생존 기간을 직접 바꿀 수 있는 일이 몇 가지 있다. 헌혈과 조혈모세포 기증, 장기 기증이 그렇다.

혈액형이 맞아야 하는 이유

적혈구 표면에는 당사슬 구조가 붙어 있다. A형은 A형 항원을, B형은 B형 항원을 가진다. AB형은 둘 다, O형은 둘 다 없다.

몸은 자기에게 없는 항원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다. A형인 사람에게는 B형 항원에 대한 항체가 있다. 맞지 않는 혈액이 들어오면 항체가 적혈구에 결합해 뭉치게 하고, 파괴된 적혈구에서 나온 물질이 신장을 손상시킨다.

Rh 인자는 다른 항원이다. Rh 음성인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항체가 있지 않지만, 한번 노출되면 만들어진다. 그래서 두 번째 노출에서 문제가 된다.

혈액은 보관 기간이 제한돼 있다. 적혈구는 냉장에서 수 주, 혈소판은 며칠에 지나지 않는다. 미리 쌓아 둘 수 없으므로 꾸준한 공급이 필요하다.

골수를 맞추는 일

혈액암 치료에서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여기서는 혈액형이 아니라 조직적합성 항원이 맞아야 한다. 이 항원은 종류가 매우 많아 조합의 수가 방대하다. 형제 사이에 맞을 확률이 4분의 1 정도이고, 남남 사이에서는 수만분의 일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기증 희망자 등록이 중요하다. 등록된 사람이 많을수록 맞는 짝을 찾을 가능성이 올라간다.

기증 방법은 두 가지다. 골반뼈에서 직접 채취하는 방식과, 약물로 조혈모세포를 혈액으로 나오게 한 뒤 헌혈과 비슷한 방식으로 모으는 방식이다. 후자가 더 널리 쓰인다.

장기 이식과 거부반응

이식된 장기를 면역계는 남의 것으로 인식한다. 이를 억제하지 않으면 공격이 일어난다.

그래서 이식 후에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한다. 거부반응은 줄지만 감염에 약해지고 일부 암의 위험이 오른다. 균형을 맞추는 일이 이식 후 관리의 핵심이다.

조직 적합성이 잘 맞을수록 억제제를 적게 쓸 수 있다. 다만 장기는 보관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 짝을 오래 기다릴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순환 기증

신장 이식에서 쓰이는 방법 가운데 교환 기증이 있다.

기증하려는 사람과 받아야 할 사람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짝이 여럿 있으면 서로 상대를 바꿔 짝을 맞출 수 있다.

둘씩 짝을 바꾸는 것을 넘어 여러 쌍이 고리를 이루는 방식도 시행된다. 어떤 조합이 가장 많은 이식을 성사시키는지 계산하는 데 그래프 이론의 매칭 알고리즘이 쓰인다.

제도의 문제

장기 기증에서 동의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명시적으로 동의한 사람만 기증자가 되는 방식과,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보는 방식이 있다.

후자를 택한 나라에서 기증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보고됐다. 다만 제도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의료 체계의 준비 정도와 유족 동의 관행이 함께 작용한다는 분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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