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나노입자 항암치료의 새 시대를 열 수 있을까

항암제를 나노 입자에 실어 종양에만 보내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은 이유가 최근 밝혀지고 있다.

편집부 · 2025년 6월 7일 · 읽는 데 2분

항암화학요법의 부작용은 약이 암세포만 공격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약을 종양에만 보낼 수 있다면 같은 효과를 내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새는 혈관을 이용한다

나노 입자를 쓰는 근거로 오래 제시된 것은 종양 혈관의 특성이다.

종양은 빠르게 자라며 혈관을 급조한다. 이 혈관은 정상 혈관보다 성기고 틈이 많다. 또 종양 조직은 림프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들어온 물질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

적당한 크기의 나노 입자는 정상 혈관은 통과하지 못하고 종양의 틈으로만 빠져나가 그 안에 머문다는 것이 이 설명의 요지다. 이를 투과성 및 정체 효과라 한다.

기대와 결과의 차이

이 원리로 설계된 제형 가운데 일부는 승인돼 쓰이고 있다. 약물을 지질막에 싸서 투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런 제형이 가져온 주된 이점은 종양에 많이 도달했다는 점보다 부작용이 줄었다는 점이었다. 심장 독성이 있는 약물을 나노 제형으로 바꾸어 독성을 낮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2016년 발표된 분석에서는 투여된 나노 입자 가운데 종양에 도달하는 비율이 평균 1% 아래였다고 보고됐다. 나머지는 간과 비장에서 걸러졌다.

왜 도달하지 못하나

몇 가지 원인이 밝혀졌다.

혈액에 들어간 나노 입자에는 단백질이 달라붙는다. 이 단백질 껍질이 입자의 표면 성질을 바꾸고, 면역계가 이물질로 인식하게 만든다. 간의 대식세포가 이를 제거한다.

종양 혈관의 틈을 통해 들어간다는 설명도 재검토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혈관 내피세포가 물질을 삼켜 반대편으로 내보내는 능동적인 경로가 더 큰 몫을 한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사실이라면 틈의 크기에 맞춰 입자를 설계하는 접근의 전제가 달라진다.

종양 내부의 압력도 문제다. 조직액이 빠져나가지 못해 압력이 높으면 물질이 안쪽으로 들어가기 어렵다.

동물과 사람의 차이

실험동물에서의 결과가 사람에게 재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실험용 생쥐에 이식한 종양은 짧은 기간에 크게 자라며, 혈관의 성질이 사람의 종양과 다르다. 사람의 종양은 오래 걸쳐 자라고 종류에 따라 혈관 구조의 편차가 크다.

같은 암이라도 환자마다 다르다는 점도 확인됐다. 나노 입자가 잘 축적되는 종양과 그렇지 않은 종양이 갈린다.

방향의 전환

최근 연구는 몇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환자를 선별하는 방향이다. 영상 진단으로 나노 입자가 잘 축적되는 환자를 미리 가려내면,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만 쓸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면역세포를 이용하는 방향이다. 입자가 종양으로 직접 가게 하는 대신, 면역세포가 입자를 삼켜 종양으로 이동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표면에 항체를 붙여 특정 세포에만 결합하게 하는 접근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결합 자체가 잘 일어나도 종양 내부로 침투하는 문제는 별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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