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가장 작은 분자가 우리 일상을 뒤집는다

수소는 원소 주기율표의 첫 자리를 차지하는 가장 가벼운 원소다. 이 작은 분자가 제철소와 발전소, 자동차의 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

편집부 · 2022년 10월 2일 · 읽는 데 2분

수소 분자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이루어진 원자 둘이 결합한 형태다. 분자량은 2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분자 가운데 가장 가볍다. 상온에서 색도 냄새도 없고, 공기 중에서는 위로 빠르게 흩어진다. 이 단순한 분자가 최근 20년 사이 산업 정책의 한복판에 놓였다.

왜 수소인가

수소를 태우면 산소와 결합해 물이 된다. 탄소가 없으므로 이산화탄소도 나오지 않는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그을음이나 황산화물도 없다. 연소 후 남는 것이 물뿐이라는 점이 수소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다.

에너지 밀도도 높다. 같은 무게를 기준으로 하면 수소가 품은 에너지는 휘발유의 약 세 배다. 다만 이것은 무게 기준일 때의 이야기다. 부피를 기준으로 하면 사정이 정반대가 된다.

부피라는 걸림돌

기체 상태의 수소는 밀도가 극히 낮다. 승용차 한 대가 500km를 달릴 만큼의 수소를 상온·상압 기체로 실으려면 탱크 부피가 수천 리터에 이른다. 그래서 실제로는 700기압 가까이 압축하거나, 영하 253도까지 낮춰 액체로 만든다.

압축에는 에너지가 든다. 액화에는 더 많이 든다. 수소가 품은 에너지의 30% 안팎이 저장 과정에서 소모된다는 계산이 흔히 인용된다. 운반 역시 간단하지 않다. 수소 분자는 작아서 금속 격자 사이로 스며들고, 오래 접촉한 금속을 부스러지기 쉽게 만든다. 이를 수소취성이라 부른다. 배관과 탱크의 재질을 따로 고르는 이유다.

어떻게 만드느냐가 문제다

수소는 지구에 흔하지만 대부분 물이나 탄화수소에 묶여 있다. 따로 떼어내야 쓸 수 있고, 그 방법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현재 산업용 수소의 대부분은 천연가스를 고온 수증기와 반응시켜 얻는다. 값은 싸지만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수소 1kg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 약 10kg이 함께 발생한다. 쓸 때 깨끗하다는 장점이 만들 때 상쇄되는 셈이다.

물을 전기로 분해하는 방법은 이 문제가 없다. 전기를 어디서 얻었느냐에 결과가 달려 있을 뿐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만든 전기를 쓰면 전 과정에서 탄소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다만 전기분해 설비의 가격과 효율이 아직 개선 중이다.

자동차보다 먼저 바뀌는 곳

수소 이야기는 흔히 연료전지차와 함께 나오지만, 실제로 수소가 먼저 자리를 잡을 곳은 제철과 화학 공정으로 꼽힌다.

철광석에서 철을 뽑을 때는 산소를 떼어내야 한다. 지금은 석탄을 써서 이 일을 하고, 그 결과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석탄 대신 수소를 쓰면 배출물이 물로 바뀐다. 이 방식은 이미 시험 규모의 공장에서 검증되고 있다.

암모니아 생산도 마찬가지다. 비료의 원료인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를 결합해 만드는데, 지금 쓰이는 수소가 대부분 천연가스에서 나온다. 이 부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줄어드는 배출량이 적지 않다.

남은 물음

수소가 화석연료를 어느 정도까지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만드는 비용, 나르는 비용, 저장하는 손실이 모두 걸려 있고, 각 단계의 기술이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도 않는다.

분명한 것은 수소가 에너지원이 아니라 에너지를 옮기는 그릇이라는 점이다. 석유처럼 땅에서 캐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에너지를 써서 만들어야 한다. 그 다른 에너지가 무엇인지에 따라 수소의 가치는 완전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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