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고리의 간단한 형성 딜스 알더 반응
가장 만들기 어렵다는 탄소 '육각형 고리'를 두 개의 분자를 섞고 열만 가하면 레고 블록처럼 척척 맞물려 완성해 버리는 유기화학의 마법, '딜스-알더 반응'을 설명한다.
편집부 · 2021년 5월 13일 · 읽는 데 4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약(항암제, 항생제)이나 플라스틱, 인공 고무를 만들 때 화학자들이 가장 머리를 쥐어뜯는 일은 바로 '육각형 탄소 고리'를 조립하는 것이다. 탄소 6개를 예쁜 육각형(고리) 모양으로 이어 붙여야 수백 가지의 복잡한 신약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자연 상태의 탄소 분자들은 서로 둥글게 꼬리를 물고 결합하는 것을 지독하게 싫어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 육각형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십 단계를 거치며 독성 화학 물질을 들이붓고 끓여야만 했다. 그런데 1928년, 딜스와 알더라는 두 독일 화학자가 세상을 뒤집어버렸다. 그저 분자 두 개를 비커에 넣고 적당히 열만 가해주면, 지들끼리 척! 척! 하고 육각형 고리로 조립되어 버리는 기적의 마법을 발견한 것이다. 1950년 노벨 화학상을 휩쓴 유기화학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우아한 레고 조립법, '딜스-알더 반응(Diels-Alder Reaction)'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4 더하기 2는 6의 마법
딜스-알더 반응의 원리는 덧셈만큼이나 직관적이다. 탄소 원자 4개가 지그재그로 연결된 분자(다이엔, Diene) 하나와, 탄소 원자 2개가 연결된 분자(다이에노파일, Dienophile) 하나를 준비한다. 이 둘을 한 냄비에 넣고 적당히 가열하면, 4개짜리 분자의 양 끝이 2개짜리 분자의 양 끝과 찰칵! 하고 맞물리며 단숨에 완벽한 6개짜리 탄소 육각형 고리(사이클로헥센)가 뚝딱 만들어진다. 화학 공장의 복잡한 설계도를 '4+2=6'이라는 초딩 수학 공식 하나로 박살 내버린 것이다.
전자가 스스로 춤을 춘다 (고리형 협동 반응)
어떻게 이렇게 쉬울 수 있을까? 보통 화학 반응은 A와 B가 만나서 중간에 이상한 모양(중간체)으로 한 번 변했다가, 다시 쪼개지고 결합하는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딜스-알더 반응은 '협동 반응'이다. 4개짜리 분자와 2개짜리 분자가 가까워지면, 두 분자가 가지고 있던 전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동시에' 옆자리로 한 칸씩 이동해 버린다(전자 이동). 중간에 멈추거나 부서지는 과정 없이, 전자들이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돌 듯 춤을 추면 어느새 완벽한 육각형 결합이 스르륵 완성되어 있는 것이다.
원하는 모양을 마음대로 찍어내는 3D 프린터
이 반응이 미친 이유는 단 1단계(One-step)만에 100%의 정확도로 원하는 모양을 찍어낸다는 것이다. 6각형 고리에 팔다리(치환기)가 어디에 달려있을지, 위쪽을 향할지 아래쪽을 향할지(입체화학적 구조)를 화학자가 100% 마음대로 디자인해서 찍어낼 수 있다. 코르티손 같은 복잡한 스테로이드 호르몬 약을 공장에서 싸게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것도, 타이어의 합성 고무를 찍어내게 된 것도 모두 이 딜스-알더 반응 덕분이다.
친환경 화학의 시초, 아톰 이코노미
현대 화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아톰 이코노미(원자 경제성)'다. 딜스-알더 반응은 A 분자와 B 분자를 더하면 단 하나의 원자도 버려지거나 찌꺼기(부산물)로 떨어져 나가지 않고 100% C 분자(육각형 고리) 속으로 쏙 들어간다. 촉매나 맹독성 용매도 굳이 필요 없다. 현대의 친환경 녹색 화학이 추구하는 가장 완벽하고 이상적인 궁극의 화학 반응식인 것이다. ![두 분자 사이에 전자가 완벽한 원형으로 흐르는 것을 보여주는 반응 메커니즘의 미세한 다이어그램으로, 결합을 동시에 재배열하여 단단한 고리 구조에 고정시킵니다](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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