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행복과 인생을 좌우할 열쇠 세로토닌
우리의 감정, 수면, 식욕을 조절하는 핵심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생화학적 역할과 그 중요성을 살펴본다.
편집부 · 2021년 10월 20일 · 읽는 데 4분
우리가 느끼는 행복, 슬픔, 불안, 분노와 같은 복잡한 감정은 단지 추상적인 마음의 작용이 아니다. 그것은 수백억 개의 뉴런이 얽힌 뇌 속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화학 물질들의 정교한 조화에 의해 만들어지는 생화학적 반응이다. 이 수많은 신경전달물질 중에서 우리의 기분과 전반적인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물질이 바로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은 도파민이나 아드레날린처럼 극도의 흥분이나 쾌락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대신 감정의 기복을 안정시키고 평온함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조절자의 역할을 한다.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세로토닌의 생물학적 작용은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수면, 식욕, 소화, 심지어 혈액 응고에 이르기까지 인체의 광범위한 시스템에 관여한다. 세로토닌 시스템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열쇠이다.
뇌와 장을 연결하는 화학적 메신저
세로토닌의 합성과 분비 과정은 인체의 신비로운 연결성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세로토닌이 전적으로 뇌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체내 세로토닌의 약 90%는 위장관에서 발견된다. 장내 점막에 위치한 장크롬친화성 세포에서 주로 합성된 세로토닌은 장의 연동 운동을 조절하고 소화 과정을 돕는다. 반면, 우리의 기분과 감정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나머지 10%의 세로토닌은 뇌줄기에 위치한 솔기핵이라는 작은 영역에서 합성된다. 뇌에서 분비된 세로토닌은 대뇌피질, 편도체, 해마 등 뇌의 거의 모든 주요 영역으로 뻗어 나가 신경망 전체의 활동 수준을 안정시킨다. 혈액-뇌 장벽 때문에 장에서 만들어진 세로토닌이 뇌로 직접 들어갈 수는 없지만, 최근 연구들은 장내 미생물의 활동이 미주신경을 통해 뇌의 세로토닌 합성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감정의 브레이크 시스템
세로토닌이 뇌에서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임무는 신경 회로의 과도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위협적인 상황에 처하면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이때 세로토닌은 편도체의 활동을 적절히 억제하여 과도한 불안에 빠지지 않도록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또한 충동성을 조절하여 이성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돕는다. 따라서 세로토닌 시스템에 불균형이 발생하거나 분비량이 부족해지면, 감정 조절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우울증, 불안 장애, 강박증 환자들의 뇌에서는 세로토닌의 활성도가 현저히 낮게 관찰된다. 현대 의학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시냅스 틈새에 머무는 세로토닌의 농도를 인위적으로 높여줌으로써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생체 시계와 수면의 조절
세로토닌은 우리의 기분뿐만 아니라 생체 리듬과 수면을 조절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낮 동안 햇빛이 망막을 자극하면 뇌는 세로토닌의 합성을 촉진한다. 풍부한 세로토닌은 깨어 있는 동안 활력을 유지하고 기분을 맑게 한다. 그리고 밤이 되어 빛이 사라지면, 송과선이라는 뇌의 부위에서 낮 동안 축적된 세로토닌을 원료로 하여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합성해 낸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고 깊은 잠에 빠지게 하는 핵심 물질이다. 즉, 낮에 세로토닌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으면 밤에 멜라토닌 또한 제대로 생성되지 않아 불면증이나 수면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햇빛을 쬐며 걷는 행위가 기분 전환을 넘어 건강한 수면의 질을 결정짓는 생화학적 토대가 되는 셈이다.
남은 과제
세로토닌은 단순히 분비량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뇌 속 세로토닌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을 경우, 치명적인 세로토닌 증후군을 유발하여 고열, 경련, 혼수 상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현대 신경과학은 세로토닌 수용체의 종류가 10가지가 넘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각각의 수용체가 기분, 인지, 대사에 정확히 어떤 차별적인 기전을 통해 작용하는지는 아직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식단이나 운동, 명상 같은 생활 습관의 변화가 유전자 발현 수준에서 세로토닌 시스템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연구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복잡한 뇌의 화학적 생태계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로토닌과 수많은 다른 신경 조절 물질 간의 상호작용 지도를 완성해야 하는 거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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