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소개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기사 전체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기본적인 항원 제시 과정과 mRNA 번역 과정의 배경지식을 통해 어떤 원리인지 잘 모르고 접종했을 수 있는 SARS-CoV-2 mRNA 백신의 원리와 mRNA 백신의 작용 과정에서 생기게 되는 하나의 의문점에 대해 소개하게 될 것입니다.
들어가는 말 - 면역 반응
면역 체계는 인체를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구성되어 있습니다. 면역 체계는 외부의 위험인자를 나의 것과 나의 것이 아닌 것(자기/비자기)으로 인식하는데, 이 중 나의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물질, 특히 위험한 것으로 인식될 경우 인체의 면역 반응을 자극할 수 있는 물질들을 ‘항원’이라 칭합니다.
인체에 외부 항원이 침입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게 되면, 항원이 침입한 곳 주변은 ‘면역 반응의 전쟁터‘가 될 것입니다. 면역 세포들이 침입한 항원을 제거하기 위해 분투를 하는 것이죠. 이때 면역 세포들의 싸움을 ‘면역 반응’이라 부릅니다. 면역반응은 크게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으로 나누어지는데 이 둘은 적의 정보를 아는가 모르는가에 대한 차이를 가집니다. 당연히도, 적, 즉 침입한 항원의 정보를 받아들여 면역 세포들이 알고 있는 상태인 적응면역이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백신을 맞는 이유도 이 적응면역에 있습니다. 백신은 주로 약화된 항원이나 항원의 파편 등을 사용하는데, 이것들은 적들의 정보를 아군에게 미리 전달하는 전보의 역활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받아들여진 적들의 정보는 적응면역을 수행하는 면역 세포들이 기억 세포로 전환됨으로써 계속해 보존되게 됩니다(이 과정은 뒤에서 자세히 설명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우리는 똑같은 항원에는 잘 감염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항원으로부터 또는 항원의 일부분으로부터 적들의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일까요?
들어가는 말 - 항원 제시
앞서 설명했던 적응면역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항원 제시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항원 제시라는 과정이 침입한 항원으로부터 전투에 유용한 정보를 얻는 핵심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항원 제시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세포들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왜냐면 항원 제시 과정은 세포들 중 누군가가 항원에 감염 또는 항원을 받아들여 분해한 뒤 그 파편을 세포 막에 붙임으로서(정확히는 MHC라는 단백질에 부착하게 됩니다.) ‘망가진 내 세포(APC)’의 역활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APC가 된 세포는 면역 체계에 의해 파괴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적응면역에 관여하는 여러 면역 세포들이 제시된 항원을 인식하여 활성화되면서 적응면역의 신호탄이 울리게 되는 것입니다. 즉, 항원 제시는 최소한의 희생으로 강력한 면역 작용인 적응면역을 일으켜 최대한의 효과를 보려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들어가는 말 - mRNA의 번역
mRNA 백신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선 세포에서 어떻게 단백질이 만들어지는지, 즉 ‘번역’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세포에서 사용되고, 만들어지는 수많은 단백질들은 모두 핵의 DNA로부터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세포는 DNA를 부품으로 하여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DNA는 저장된 원본 정보일 뿐이고, 세포는 그 정보를 mRNA(전령 RNA)라는 형태로 복사하여 핵 바깥으로 내보내게 됩니다.
mRNA는 세포를 떠돌다가 리보솜이라는 소기관에 결합하게 됩니다. 리보솜은 mRNA에 기록된 정보들을 받아들여 알맞은 아미노산 서열을 결합시킴으로서 세포 내에서 프린터의 역활을 수행하는 소기관입니다. 결국 DNA로부터 시작해서 mRNA의 형태를 거쳐 최종적으로 아미노산 서열이 만들어지고 이는 가공되어 단백질을 이루게 됩니다.
하지만 이 mRNA가 꼭 핵의 DNA로부터 복사된 정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 mRNA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상관없이 리보솜에 결합된다면 번역 과정을 통해 단백질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SARS-CoV-2 mRNA 백신 아이디어의 주축을 맡고 있습니다.
SARS-CoV-2 mRNA 백신의 원리
SARS-CoV-2 흔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 하는 항원에 대해서 현재 mRNA 백신을 사용 중입니다. 이는 mRNA 백신이 약화되었다 하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그 자체를 투입시키는 것보다 훨씬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떄문입니다. mRNA 백신은 간단히 말해서 막으로 감싼 바이러스의 mRNA의 형태입니다. 그럼 실제 감염증을 일으키지도 않는 이런 형태의 백신이 어떻게 위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일까요?
왜냐면 mRNA 백신은 외부에서부터 항원을 받아들여 그 파편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안쪽에서부터 바이러스 mRNA를 이용하여 바이러스 단백질을 생산해 제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더 풀어서 말하면, 바이러스 mRNA를 세포 내로 투입시키고 리보솜을 통해 번역시켜 ‘제시가 가능한 항원 파편’을 생산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리보솜이 딱히 자신의 mRNA와 자신이 아닌 것의 mRNA를 구분하지 않기에 가능합니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mRNA가 세포 내로부터 번역되고 제시됨으로서 적응면역을 활성화시키는 작용이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우리는 아직 단백질로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의 항원을 통해 적은 부작용의 백신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강한 면역을 형성하는 방법
이전에 간단히 설명했듯이 면역 체계는 다시 침입한 항원에 대해서 더 강한 면역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이는 면역체계의 적응면역에 관여하는 세포들 중 일부가 기억세포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보통 처음 침입한 항원에 대한 적응면역이 시작되기까지는 1~2주의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그 이유는 APC를 면역 세포들이 인식하고 그 항원에 알맞은 세포들을 선별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기억세포는 이런 일련의 과정 없이 자신을 복제하여 적응면역의 효과를 바로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나중에 와서야 도착하게 되는 지원군이 미리 전장에 와서 지원사격을 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강력한 면역 반응이 초기부터 일어나니 항원들의 군세는 초기에 진압되어 큰 문제를 만들지 않게 되는 것이죠.
요약해서, 이는 같은 항원이 더 많이 침입할수록, 동일한 APC가 많이 만들어질수록 강한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백신을 접종할 때 2차,3차까지 접종하게 되는데 이 이유 역시 같은 항원이 여러 번 침입하는 효과를 만들어 더 강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mRNA 백신 작용 과정상의 의문
하지만 이렇게 원리를 설명한대도 아직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mRNA의 분해보다 변역이 먼저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입니다. 다시 한번 항원 제시 과정을 되짚어보면, ‘외부에서 들어온 항원을 분해’하는 과정이 존재합니다. 외부 항원이 감염을 통해 유전물질을 집어넣거나 항원 그 자체가 들어왔을 때 세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리소좀, 프로테아좀과 같이 세포 내 소화를 담당하는 소기관들이 항원을 잘게 분해합니다. 그리고 제시되는 항원 역시 이런 형태입니다.
여기서 앞서 설명한 의문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반 백신의 경우에는 만들어진 항원 그 자체를 활용하기 때문에 항원의 일부를 곧바로 제시하여 적응면역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mRNA 백신의 경우 mRNA의 코드를 항원의 일부인 단백질로 전환하는 번역 과정이 있어야지 제시 가능한 항원이 될 수 있습니다. mRNA는 그저 어떤 말이 들어있을지 모르는 암호문과 같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리보솜이 mRNA의 출처가 어디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해도 번역되기 전 소기관들에 의해 분해되어 버린다면 제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만일 우연히 분해되지 않은 채 번역 과정이 이루어져 항원 제시에 성공했다고 해도 이런 경우는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다른 형태의 백신보다 적은 APC가 형성되어 강한 면역을 형성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런 점들은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 것일까요? 여러 방법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번역 과정에 도달하기 전까지 항원 mRNA를 소기관 들로부터 보호하는 장벽을 만들 수도 있고, 항원의 mRNA 자체를 ‘나의 것’으로 세포가 착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siRNA를 활용하여 mRNA를 파괴하려는 기능을 잠시 동안 억제시킴으로써 mRNA가 리보솜에 결합까지 이전까지 보호를 하는 형태의 백신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현재도 SARS-CoV-2 mRNA 백신은 계속해서 개발되며 개선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완성된 형태의 mRNA 백신이 만들어져 정말로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오고 새로운 백신의 방향성을 개척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양정욱 학생기자 | Chemistry & Biology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http://www.plaglab.co.kr/page/immune.php
[2] http://singlecell.sogang.ac.kr/mRNA.pdf
[3] https://science.snu.ac.kr/newsroom/view/2/11/719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s://www.hani.co.kr/arti/PRINT/852630.html
[2] https://sukjaeng2.tistory.com/13
[3] http://m.dongascience.com/news.php?idx=4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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