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복잡한 비밀은 방대한 우주와 자그마한 뇌이다.’ 훌륭한 연구 업적을 남긴 유명한 과학자가 했을 법한 말이지만 사실은 그냥 필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1.4kg의 우주라는 별명도 있듯이, 뇌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생각일 것이다. 아래 그림은 2018년 연구진이 밝혀낸 초파리의 뇌 구조인데, 초파리의 뇌만 하더라도 굉장히 복잡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초파리의 뇌보다 훨씬 복잡한 인간의 뇌는 수천만 개의 신경세포(neuron)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뉴런들이 이루는 연결은 그 이상으로 많고, 그들의 상호작용은 수십 년의 연구에도 단편적인 사실들만 알려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뇌의 비밀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cerebral organoid이다.

Cerebral organoid 란?
일단 cerebral organoid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cerebral organoid, 혹은 뇌 오가노이드는 일종의 유사 장기이다. 아래 그림인 뇌 오가노이드의 제작 방법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만들어 내는데, 그렇기 때문에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되어 뇌와 같은 작용을 하는 ‘미니어처 뇌’인 셈이다.

최초의 뇌 오가노이드는 2013년, 오스트리아의 메들린 랭커스터 박사의 손에 의해 빛을 보게 되었는데, 그녀는 신경세포 군락을 만드는 연구를 하던 중 우연히 발생 중인 뇌를 만들게 되었다. 그녀가 만들어낸 뇌 오가노이드는 지름 2mm의 크기였다고 하는데, 굉장히 작아 보이는 크기지만 분명 유의미한 관측이 가능한 크기이기도 하다. 현재는 다양한 뇌 부위에 대한 organoid가 제작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중요한 실험 데이터도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과거에도 신경세포를 배양해 실험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왜 cerebral organoid가 뇌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 대단한 기술로 평가받는 것일까?
왜 주목을 받는가?

뇌는 간이나 심장과 같은 여타 장기들과 똑같이 우리 두개골 속의 ‘3차원’ 장기이다. 하지만 배지 위에서 단순히 신경 세포를 자라게 하는 것은 ‘2차원’적인 접근에 불과하다. 2차원적인 배양으로는 실험적인 한계가 있는데,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organoid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3차원’이라는 것이다. 태아 때부터 시작되는 뇌의 발달 과정은 3차원이라는 점이 굉장히 중요시된다. 단적인 예로, 대뇌피질(cerebral cortex)는 6개의 층 구조를 가지고 있고, 층 구조는 뇌가 기능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 쓰이던 신경 세포의 2차원 배양의 경우 이와 같은 층 구조의 기능적인 부분을 제대로 관찰할 수 없었던 반면, organoid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할 경우 층 구조 간의 상호 작용에 의해 어떤 기능이 발현되는지를 더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위 그림을 보면 층 구조가 나뉘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윤리적인 문제는 없는가?
상술했듯이 뇌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다. 수정란에서 추출하는 배아줄기세포는 모든 조직으로 분화 가능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생명이 될 수정란에서 추출한다는 점 때문에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서 뇌 오가노이드의 장점이 하나 더 생긴다. 랭커스터 박사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이용해 오가노이드 뇌를 만들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역분화 줄기세포라고도 불리는데,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미 분화가 끝난 체세포에 인위적인 자극을 가해 배아줄기세포처럼 인체의 모든 장기로 분화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줄기세포이다. 수정란에서 추출한 줄기세포가 아닌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뇌 오가노이드를 만든다는 점 때문에 오가노이드의 연구적 가치는 한 단계 더 높아진 것이다.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연구들
지금까지 뇌 오가노이드가 어떤 부분에서 혁명적인 기술인지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이 혁명적인 도구를 이용해서 지금까지 어떤 성과들이 있었을까? 미국, 브라질, 세네갈의 공동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에서 브라질의 지카바이러스가 실제로 심각한 태아 결손을 일으킬 수 있다느 직접적인 실험 증거를 밝혀냈다고 한다. 심증과 간접 증거만 있었을 뿐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밝힌 연구결과는 이것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사용한 것이 바로 뇌 오가노이드였다. 연구진은 지카바이러스의 감염에 따라 오가노이드 뇌의 성장 영역이 축소되고 대뇌피질층이 손상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는데, 이는 뇌 오가노이드가 없었다면 아마 밝혀내는 것이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미국 UC 샌디에고 의대 연구진이 개발한 지카바이러스로 인한 뇌세포 손상 피해를 경감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도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밝혀내었다고 한다.
또한 뇌 오가노이드 뿐만 아니라 심장 오가노이드, 위 오가노이드 등 11개 주요 신체 부위의 오가노이드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이를 잘 연결하면 실험실 테이블 위에서의 실험 상황에서도 실제 사람에게 실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또한 향후 오가노이드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면, 이를 이용해 사람에게 직접 이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참으로 유망한 분야가 아닐 수 없다.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뇌 오가노이드는 굉장히 유용한 기술이다. 마치 인간의 뇌를 실험실 테이블 위로 꺼내 실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기에 현재도 많은 연구들이 이 기술을 이용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현재는 보통 2mm정도의 크기, 즉 발생 9주 정도 되는 태아의 뇌 크기를 사용하고 있다. 일단 이 크기를 키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이다. 크기를 이보다 더 키울 수 있다면 뇌의 다양한 부분을 함께 오가노이드로 발현시켜 그들의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 도 있을 것이고, 발생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도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나올수록 우리 뇌의 복잡함과 그 속에 담긴 규칙성, 신비로움에 경탄하게 되는 것 같다.
참고자료
[1] Zheng, Zhihao, J. Scott Lauritzen, Eric Perlman, Camenzind G. Robinson, Matthew Nichols, Daniel Milkie, Omar Torrens, et al. “A Complete Electron Microscopy Volume Of The Brain Of Adult Drosophila Melanogaster,” 2017.
[2] Lancaster, M., Renner, M., Martin, C. et al. Cerebral organoids model human brain development and microcephaly. Nature 501, 373–379 (2013).
[3] https://www.sciencemag.org
[4] http://scent.ndsl.kr
[5] https://ko.wikipedia.org
첨부 이미지 출처
[1] Zheng, Zhihao, J. Scott Lauritzen, Eric Perlman, Camenzind G. Robinson, Matthew Nichols, Daniel Milkie, Omar Torrens, et al. “A Complete Electron Microscopy Volume Of The Brain Of Adult Drosophila Melanogaster,” 2017.
[2] Lancaster, M., Renner, M., Martin, C. et al. Cerebral organoids model human brain development and microcephaly. Nature 501, 373–379 (2013).
[3] https://www.sciencemag.org
[4] https://ko.wikipedia.org
[5] http://dongascience.donga.com
KOSMOS BIOLOGY 지식더하기
작성자 | 서명진
발행호 | 2020년 여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