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50년 묵은 난제를 푼 인공지능, 단백질 접힘 문제

아미노산의 긴 사슬은 어떻게 스스로 정확한 입체 모양으로 접힐까. 생물학의 오랜 난제였던 단백질 접힘 문제와, 인공지능이 이 문제에 가져온 변화를 정리한다.

편집부 · 2026년 10월 13일 · 읽는 데 4분

여러 색의 리본으로 표현한 단백질 입체 구조 모형
여러 색의 리본으로 표현한 단백질 입체 구조 모형

단백질 접힘 문제는 아미노산이 한 줄로 이어진 사슬이 어떻게 고유한 입체 구조로 접히는지, 그리고 아미노산 순서만 보고 그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다. 단백질은 접힌 모양에 따라 기능이 정해지기 때문에, 이 구조를 아는 것은 생명 현상을 이해하고 약을 설계하는 데 핵심이다. 반세기 넘게 풀리지 않던 이 문제는 2020년 무렵 인공지능 기반 예측 기술이 실험에 견줄 만한 정확도를 보이며 큰 전환점을 맞았다.

모양이 곧 기능이다

단백질은 20종류의 아미노산이 수십에서 수천 개 이어진 사슬이다. 이 사슬은 만들어지자마자 스스로 구부러지고 꼬여 특정한 입체 모양을 갖춘다. 효소는 이 모양 덕분에 특정 분자만 정확히 붙잡아 화학 반응을 돕고, 항체는 병원체의 특정 부위에 꼭 맞게 달라붙는다. 열쇠와 자물쇠처럼 모양이 맞아야 기능이 생기는 것이다.

접힘이 잘못되면 문제가 생긴다. 잘못 접힌 단백질이 서로 엉겨 붙어 덩어리를 만들면 세포에 해를 줄 수 있고, 일부 신경 질환은 이런 현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단백질이 어떻게 올바르게 접히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기초 과학이면서 동시에 의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미노산 사슬이 점점 접혀 입체 구조가 되는 과정을 그린 그림

순서에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

1960년대 생화학자 크리스천 안핀센은 중요한 실험을 했다. 단백질을 화학 물질로 처리해 모양을 풀어 버린 뒤 그 물질을 걷어 내자, 단백질이 스스로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가 기능을 회복했다. 이는 단백질이 어떤 모양으로 접힐지가 아미노산 순서 안에 이미 담겨 있다는 뜻이었다. 이 발견으로 그는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순서만 알면 모양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큰 벽에 부딪혔다. 사슬의 각 마디가 꺾일 수 있는 방향이 여러 가지라서, 가능한 모양의 수가 아미노산 개수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모든 경우를 하나씩 따져 보면 우주의 나이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도 실제 단백질은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올바른 모양을 찾아 접힌다. 이 모순은 레빈탈의 역설이라고 불린다.

실험으로 구조를 알아내는 어려움

오랫동안 단백질 구조는 실험으로만 알아낼 수 있었다. 대표적인 방법은 단백질을 결정으로 만든 뒤 엑스선을 쪼여 퍼지는 무늬로 원자 배치를 계산하는 엑스선 결정학이다. 최근에는 단백질을 급속 냉동해 전자 현미경으로 수많은 사진을 찍고 합성하는 극저온 전자 현미경 기술도 널리 쓰인다.

방법 원리 한계
엑스선 결정학 결정에 엑스선을 쪼여 무늬 분석 결정 만들기가 어려운 단백질이 많음
핵자기 공명 원자핵의 자기적 성질 이용 작은 단백질에 주로 적합
극저온 전자 현미경 냉동 시료를 전자로 촬영 장비가 비싸고 분석이 복잡
인공지능 예측 서열과 알려진 구조로 학습 예측이므로 실험 검증이 필요

이런 실험은 단백질 하나의 구조를 밝히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알려진 단백질 서열의 수에 비해 구조가 밝혀진 단백질은 매우 적었다.

연구실의 대형 전자 현미경 장비

인공지능이 바꾼 풍경

과학자들은 1994년부터 2년마다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를 열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실험 구조를 누가 가장 정확히 맞히는지 겨뤄 왔다. 수십 년 동안 정확도는 조금씩만 나아졌다. 그러다 2020년 대회에서 딥러닝을 쓴 예측 프로그램이 많은 단백질에서 실험에 견줄 만한 정확도를 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구조가 밝혀진 단백질들과, 진화 과정에서 함께 변한 아미노산 쌍의 패턴을 학습해 구조를 추론했다.

이후 수억 개에 이르는 단백질의 예측 구조가 공개 데이터베이스로 풀렸고, 연구자들은 실험 전에 예측 구조를 먼저 살펴보며 연구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업적은 2024년 노벨 화학상으로 이어졌다. 다만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이라, 여러 모양을 오가는 단백질이나 다른 분자와 결합할 때 모양이 바뀌는 경우에는 여전히 실험 확인이 필요하다.

남은 질문들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단백질 접힘의 모든 비밀이 풀린 것은 아니다. 단백질이 실제로 어떤 경로를 따라 접히는지, 세포 안의 붐비는 환경이 접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구조 예측의 도약은 새로운 효소 설계와 신약 개발의 속도를 크게 바꾸고 있다. 한 줄의 문자열에서 정교한 입체 기계가 태어나는 과정을 이해하려는 도전은 이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