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William S. Knowles, Ryoji Noyori 및 K. Barry Sharpless는 새로운 형태의 촉매인 비대칭 유기 촉매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유기 촉매는 새로운 의약품에 대한 연구를 포함하여 화학적 공정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드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카이랄 분자 촉매는 무엇인지와 그들이 한 연구의 내용, 그리고 이 주제가 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할 만한 연구인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할 것이다.
카이랄성이란?
이 연구에 대해 알아보려면, 먼저 유기화학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로 꼽히는 카이랄성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유기화학에서 카이랄성(chirality)은 본래의 분자 구조와 거울에 비친 분자가 서로 겹쳐질 수 없는 성질을 의미한다. 반의어는 아카이랄성(achirality)으로 분자를 거울에 비춰도 같은 형태의 분자 구조가 나타나는 경우를 뜻한다. 오른손과 왼손의 관계로 예시를 들 수 있는데, 이 둘은 같은 모양을 띄고 있지만, 3차원적으로 돌렸을 때 서로 겹쳐질 수 없고, 오로지 거울에 비추었을 때만 동일한 상을 띈다.

카이랄성이 발생하려면 sp3 혼성화된 중심, 즉, 4개의 결합을 하고 있는 중심이 있어야 하며, 이 원자의 치환기가 모두 달라야 한다. 즉, 탄소가 사면체 결합을 할 때 4개의 치환기가 서로 다른 구성이나 형태로 부착되어 있는 경우인 것이다. 만일 치환기들 중 2개가 같으면 카이랄 중심이 존재하지 않고 분자는 아카이랄하게 된다.
분자 내에 키랄 중심이 한 개 이상 존재한다면 분자 전체는 카이랄성을 가지게 된다. 카이랄성을 가진 분자와 그 거울상의 형태를 지닌 분자는 서로 거울상 이성질체라고 불리며, 물리적, 화학적 특성이 동일하여 증류와 같은 방법으로 분리할 수 없다.
거울상 이성질체는 오로지 편광면에만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거울상 이성질체는 종종 광학 이성질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각 거울상 이성질체 용액을 편광계에 넣으면 평면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같은 양만큼 회전한다. 하나의 거울상 이성질체는 빛을 시계방향(+)으로 회전시키고, 다른 거울상 이성질체는 반시계방향(-)으로 회전시킨다. 만일, 한 쌍의 거울상 이성질체가 동일한 양으로 섞여 있는 혼합물(라세믹 혼합물)을 편광계에 넣는다면 편광 정도는 서로 상쇄되며 편광면의 회전은 0이 된다.
R/S 명명법
이러한 거울상 이성질체를 구분하여 이름짓기 위해 사용하는 명명법이 바로 R/S 명명법이다. 카이랄 중심에 붙어 있는 치환기를 원자 번호에 기반을 둔 규칙에 따라 우선 순위를 붙이고, 이러한 순위로 R 또는 S를 분자 이름 앞에 붙이는 방식인데, 자세한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카이랄 중심에 직접 결합된 네 개의 원자를 찾아 원자 번호가 감소하는 순서로 나열한다.
원자 번호가 가장 큰 것이 1번이 되고, 가장 작은 것이 4번이 된다.
2. 만일 중심에 직접 결합된 원자가 서로 같은 경우, 그 다음 결합된 원자들의 원자 번호를 비교 하며, 차이점에 도달할 때까지 비교해 나간다.
3. 규칙 1, 2를 통해 4개의 치환기의 번호를 결정한 후, 순위가 제일 낮은 4번 치환기를 뒤로 향하도록 원자를 배열했을 때 앞의 1, 2, 3번 치환기가 반시계 방향으로 배열되어 있으면 카 이랄 중심은 S 배열이고, 시계 방향이면 R 배열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촉매란?
그렇다면 촉매란 무엇일까? 촉매란, 반응과정에서 소모되지 않으면서 소량만으로 반응속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19세기에 화학자들이 반응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을 때, 촉매에 대한 발견도 같이 이루어졌다. 과산화수소가 든 비커에 은을 넣으면 물과 산소로 분해되기 시작하는 등의 반응은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가왔고, ‘화학 활동을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이라는 관점에서부터 이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었다. 기술의 발전과 과학자들의 연구로, 여러 반응에서 여러 형태의 촉매를 발견함으로써 의약품, 플라스틱, 식품 향료 등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인공적인 물질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2000년 이전에는 두 가지 형태의 촉매만이 다루어졌다. 먼저, 금속 촉매는 일시적으로 전자를 수용하거나 화학 공정 중에 전자를 다른 분자에 제공하여 반응속도를 빠르게 만든다. 이것은 특히, 분자 내 원자 사이의 결합을 느슨하게 하여 강한 결합을 끊기 때문에 반응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금속 촉매의 문제는 산소와 물에 민감하다는 것으로, 활용 가능성을 제한한다. 두 번째인 효소는, 생물이 사용하는 촉매이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내부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키도록 도와주는 수천 가지의 효소가 있다. 이들은 한 효소에 의한 반응이 끝나면 다른 효소가 다음 반응을 진행하는 매우 정밀한 순차적인 진행 구조를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콜레스테롤, 엽록소 등의 복잡한 구조의 거대 분자가 만들어진다.
벤자민 리스트(Benjamin List)와 데이비드 맥밀란(David MacMillan)의 비대칭 유기 촉매
효소는 매우 효율적인 촉매이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 사용하기는 어렵고, 금속 촉매에는 커다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효소로부터 파생된 새로운 구조체를 개발하려 시도하였다. 먼저, 벤자민 리스트는 수백 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거대한 분자에서 몇 개의 아미노산만 촉매 작용을 한다는 사실에 집중하였다. 1970년대 초, 프롤린이라는 아미노산이 촉매로 사용되었다는 연구로부터 착안하여, 유기 합성에서 탄소-탄소 결합을 만드는 알돌 반응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는 또한 카이랄성 분자인 프롤린이 비대칭 촉매 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촉매를 사용한 반응에서 형성되는 분자의 두 개의 거울상 중 하나가 다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만큼 합성되었다.

데이비드 맥밀란은 본래 많은 연구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던 분야인 금속을 사용한 비대칭 촉매 작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그는 금속 촉매에 대해 깊게 연구하는 것이 아닌, 개발된 금속 촉매가 산업계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집중하였다. 산소와 수분이 없어야 하는 제약조건을 가진 금속은 대규모 산업 과정을 수행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그는 결국, 새로운 형태의 촉매를 설계하기 시작하였다. 몇몇 단순한 유기 분자는 금속과 마찬가지로 촉매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특성인 일시적으로 전자를 제공하거나 수용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 초점을 맞추어, 맥밀란은 이미늄 이온을 생성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순한 유기 촉매를 설계하였고, 이들 중 하나는 우수한 비대칭 촉매 작용을 보인다고 입증하였다. 맥밀란은 2000년 1월, 자신의 논문을 과학 저널에 게재하였고, 이 논문에서 유기 촉매가 다양한 비대칭 반응에 적용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언급하며, 이를 위한 전략을 소개한다.

이후의 연구와 기술의 발전
2000년 이후 유기 촉매의 합성과 적용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다양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데에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유기 촉매가 설계되었으며, 그 예시로는 새나 설치류 같은 작은 척추동물을 죽이기 위해, 또는 완하제나 각성제, 위장병 치료에 사용되었던 스트리크닌(Strychnine) 합성이 있다. 1952년 초기에 스트리크닌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29가지의 화학 반응을 진행시켜야 했으며, 0.0009%만이 합성되었다. 그러나, 2011년에 유기 촉매를 이용하여 단 12단계로 기존보다 7000배 효율적인 생산 공정을 만들어내었다.
카이랄성을 가지고 있는 분자는 (R), (S) 형태가 인체에 각각 다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카이랄성을 제한할 수 있는 비대칭 유기 촉매는 특히 의약품 생산에 매우 중요하다. 탈리도마이드는 동물 실험에서 부작용이 없었고, 임산부에게도 무해한 것으로 알려지며 1960년 전후에 임산부들의 입덧을 방지하는 약으로 유럽에서 판매되었다. 그러나, 약이 판매되고 난 후 약에 포함되어 있던 탈리도마이드의 거울상 이성질체에 의해 배아의 발달 과정에 문제가 생겨 1만 명 이상의 기형아가 출산되었다. 비대칭 유기 촉매를 이용하면 순수한 비대칭 분자만이 생성되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위와 마찬가지로, 생산 과정을 간소화하고 효율을 증대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조승원 학생기자 | Chemistry & Biology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https://www.nobelprize.org/prizes/chemistry/2021/press-release/ Their tools revolutionised the construction of molecules (pdf)
[2] https://www.sciencedirect.com/topics/materials-science/chirality
[3] http://www.chemica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94
첨부한 이미지 출처
[1] https://ko.wikipedia.org/wiki/
[2] https://m.blog.naver.com/
[3] https://www.nobelprize.org/
[4] https://www.nobelpriz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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