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거주하려면?
최근 테슬라와 스페이스 엑스의 CEO 일론 머스크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는 현실판 토니 스타크, 인류의 구원자 라고 불리며 누구도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실현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일론머스크는 세계 최고의 부호가 되었습니다. 작년만해도 세계 부호 순위 50위권에도 간신히 드는 그였지만 작년 한 해 동안 테슬라의 주식이 743% 폭등한 결과입니다. 올해 초에는 그의 회사 중 하나인 스페이스 엑스가 우주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페이스 엑스는 몇천개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았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사막 한가운데나 망망대해에서도 빠른 속도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입니다. 이제 일론 머스크의 목표는 화성 이주입니다. 그는 그의 말년을 화성에서 보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무턱대고 화성에 갈 순 없습니다. 화성에 가서 먹을 것, 지낼 장소 등이 필요합니다. 그 중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주거시설일 것입니다.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의 큰 건물을 화성에서 어떻게 지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인공지능으로부터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화성에서 집 짓기
화성 건축의 첫 번째 문제는 건물을 지을 건축 자재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화성에서 콘크리트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지구에서 모든 부품과 재료를 만들어 화성으로 쏘아 올리는 것 역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주에 아주 작은 무게를 보내는 것 만으로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과학자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았습니다. 지구에서 모든 재료를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화성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집을 짓자는 것입니다. 화성의 집을 화성의 재료로 짓는 것.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이제 준비된 재료로 집을 쌓아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이 일은 누가 해야 될까요? 아직 살 곳도 없는 화성에서 사람이 상시 거주하며 집들을 지어나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 때문에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로봇을 먼저 보내 알아서 집을 짓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지구에서 원격으로 상황을 감시하면서 로봇팔 같은 기구를 이용하면 쉽고 안전하게 건물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구에서 화성까지의 전파 도달 시간은 가까울 때는 3분에서 멀 때는 22분으로 매우 깁니다.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급작스러운 상황에는 빠르게 대처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지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채기도 전에 이미 프로젝트는 회생 불가능 상태에 도달할지도 모릅니다. 화성 건설 프로젝트에 인공지능이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앞서 말했듯 화성에서 건물을 지을 땐 모든 재료 하나하나가 소중합니다. 따라서 최대한 적은 재료를 가지고 최대한 견고한 구조를 찾아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영하 45도에서 영하 128도를 오가는 화성의 일교차를 생각한다면 단열 능력 역시 중요합니다. 최적의 구조를 찾는 과정에서도 인공지능은 빛을 발합니다. 인공지능은 수백만 가지 선택지를 비교해서 그 중 최적의 구조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3D-Printed Habitat Challenge
지난 2015년에서 2019년까지 나사는 3D-Printed Habitat Challenge를 개최했습니다. 대회의 목표는 화성에서 사람 없이 지을 수 있는 거주지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우승할 시 상금 50만 달러와 함께 레드 플래닛 프로젝트 참가 자격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실제 우주 공간의 거주지를 3분의 1 크기로 줄인 모형을 제작했습니다. 심사는 3D 프린터가 사람의 도움 없이 얼마나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구조물의 안정성, 견고함, 그리고 건축 자재를 화성에서 구하기 용이한지 등 다양한 기준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이를 위해 구조물 내부에 연기를 피워 연기가 빠져나오는지 확인하고, 무거운 공을 떨어뜨려 보기도 했습니다. 대형 굴착기로 밀어붙이는 테스트 역시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4년에 걸친 대회 끝에 2019년 말, 드디어 최종안이 확정되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AI 스페이스팩토리의 ‘마샤’입니다.
AI 스페이스팩토리 ‘마샤’
마샤는 화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무암과 옥수수로 만든 플라스틱 중합체를 섞어 만들었습니다. 이는 재사용과 재활용이 가능하며 강도 역시 상당해 콘크리트보다 2~3배 강하고 내구성은 5배에 달합니다. 화성에서는 철제 구조물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이는 엄청난 이점입니다. 콘크리트와는 달리 중간에 멈춰도 열을 가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장점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화성에서 옥수수를 기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 되어 지구에서부터 모든 재료를 보낼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한 인공지능을 꼭 화성 탐사가 아니더라도 지구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지상환경과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모두 수집해 분석해 최적의 상황을 설정해 줍니다. 사람이 모두 관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넓은 면적을 쉽게 관리할 수도 있습니다.
마샤는 수직으로 똑바로 선 달걀 모양입니다. 이는 인공지능의 분석을 통해 얻을 결과입니다. 마샤는 이중벽으로 지어졌는데, 이는 외부의 충격으로부터의 보호, 그리고 단열에 도움을 줍니다. 무엇보다 고려한 것은 실제로 사람이 거주할 때 얼마나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 입니다. 이 4층짜리 건물의 저층에는 기계와 실험장치가, 고층에는 부엌이나 침실 등 평범한 가정집과 같은 구조들이 위치합니다. 또한 각 층의 창문과 지붕의 돔 모양 유리는 채광에 도움을 줍니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마샤는 위로 갈수록 조용해지고 밝아져 자칫 감옥 같은 수 있는 좁은 구조물은 실제 집과 같은 안락함을 제공해줍니다.
건축 역시 인공지능이 도맡아 합니다. 컴퓨터 비전 카메라를 통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상황에 따라 알아서 조정하죠. 인간의 감독 없이 혼자서 상황을 관찰하고 문제를 인식한 다음 해결책을 찾아서 해결하는 것입니다. 상대팀이었던 펜실베니아주립대팀은 강 주변의 모래를 이용해 시멘트를 만들었습니다. 달걀 모양이었던 마샤와는 달리 원뿔 모양이었으며 지붕 부분은 65도 정도의 경사도를 가졌습니다. 최종 평가일, 스페이스팩토리 팀은 인공지능 로봇이 너무 빠르게 건물을 쌓아 올린 나머지 한쪽 면이 미처 굳지 못해 내려앉고 맨 위의 채광창을 올리지 못하는 등 크고 작은 실수들을 범했지만 다른 부분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우승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오픈 아키텍처 ‘마스 케이스’
이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화성 건축물 제작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오픈 아키텍처는 화성 거주를 위한 소형 건축물을 구상했습니다. 건축물은 2.4m x 2.4m x 2m 크기로 내부는 기술적 장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서 거주 공간으로써 집과 같은 안락함을 주고자 노력했던 마샤와는 달리 최소한의 생활 필수품만 구비되어 있습니다. 집 내부의 많은 가구들은 접이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낮에는 부엌이었던 공간을 밤에는 침실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화성 이주 계획은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아직 화성에서 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화성보다 훨씬 가까운 달에서 조차 오래 거주해 본 적이 없죠.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연구 중입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저 우주 여행이 가능한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다녀오듯, 배를 타고 크루즈 여행을 가듯 우주 여행을 상용화하는 것입니다.
인구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지구는 황폐해져 가고 있습니다. 얼마 뒤면 우리의 행성은 우리 모두를 수용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관련 기술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만약 우리가 지구를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화성과 같은 행성을 탐사하고 거주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을 인류에게 꼭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임재영 | Physics & Earth Sci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https://villiv.co.kr/space/7490
[2] https://www.youtube.com/watch?v=lIvrIKaNCRE
[3] http://www.irobo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232
첨부한 이미지 출처
[1] https://x-volante.medium.com/how-soon-can-humans-be-living-on-mars-dad34ae73489
[2] https://www.space.com/nasa-3d-printed-habitat-competition-winners.html
[3] https://www.archdaily.com/903198/open-architecture-and-xiaomi-unveil-mars-case-housing-prototype-at-china-house-vision-2018?ad_medium=galle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