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뇌과학 연구 방법론의 근본적 결함을 지적하는 논문이 발표되어 뇌과학과 인공지능 등 관련 학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럼 우선 뇌과학의 역사와 그 당시 시행되었던 연구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뇌과학은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인들은 뇌에서 뻗어 나온 신경 파이프를 통해 어떤 액체가 지나가고, 그 액체가 근육을 이완시키거나 수축시킨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 시대의 과학은 이론적이었으므로 실증적인 모델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마 시대에 원숭이의 뇌를 해부해 연구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서는 인체의 해부가 자주 행해진 끝에 뇌 해부도가 완성되었다.
데카르트는 뇌를 과학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사람으로 추정된다. 심장에서 만들어진 정기가 뇌에 저장되고, 그 정기로서 동물이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마침 이 당시는 물로서 움직이는 원시적인 로봇이 만들어지던 시기였다. 따라서 동물도 자동기계와 같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사람은 송과체(pineal body)에 정신이 존재해 정신이 신체를 지배한다고 여겼다.
1875년에는 리처드 카튼(Richard Caton) 이 갈바노미터를 이용해 동물의 뇌에서 전기를 검출하였다. 이로서 신경을 지나가는 것은 동물전기와 같은 액체가 아니라 전기임이 밝혀졌다. 즉, 전기펄스가 신경을 통해 근육을 움직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뇌를 해부함으로써 20세기 초에 와서 인간의 뇌가 천억 개 가량의 뉴런(Neuron)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뇌는 조직(tissue)는 세포(cell)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원칙에서 예외로 여겨졌다. 우리가 뇌조직을 염색해 보면 세포들을 골고루 물들이는 물감으로 염색한 뇌조직은 연속적인 조직 덩어리로 보이며, 신경섬유나 돌기들이 얽혀있고 세포핵들이 도처에 분산되어 있어, 그 어디서도 이 조직이 뉴런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19세기 말, 해부학자인 카밀로 골지(Camillo Golgi)가 모든 뉴런을 다 염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만을 염색하는 특수한 염색 물질을 개발하였는데, 이것으로 염색하면 뉴런 하나 하나를 관찰할 수가 있게 되었다. 이 방법을 골지염색(Golgi stain)이라 칭한다. 뉴런의 발견으로 본격적인 뇌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미소전극 실험,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에 대한 연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현재 뇌과학은 본질적으로 부위별 기능을 중시하는 접근을 택하고 있다. 뇌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부위별 반응, 특정 부위 특정 뉴런의 역할, 신경의 연결 방법 등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 전기공학·전산학과의 박사후 연구원인 에릭 조너스 박사, 노스웨스턴대학교 생리학과와 시카고 재활병원(RIC)의 콘라드 코딩 교수는 ‘뇌과학자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러한 연구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밝혔다.
조너스와 콘라드는 이런 고전적인 뇌과학 연구 기법들을 뇌보다 훨씬 간단한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적용해 보았더니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들은 1975년에 나온 8비트 마이크로세서 ‘MOS 테크놀로지 6502’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1977년에 나온 게임기 ‘아타리 2600’은 이 칩과 사실상 똑같은 변형 칩을 사용했으며, ‘동키 콩’등 인기 게임을 구동할 수 있었다.
이들은 칩의 서로 다른 부분들이 어떻게 도선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또 개별 트랜지스터를 파괴하면 어떤 영향이 있는지 등을 살펴 보았다고 전한다. 마치 뇌과학자들이 뇌의 뉴런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탐구하는 방식이었다.
이외에도 소자간의 연결성과 소자의 유형을 파악하는 기법, 상관관계 등 통계적 분석, 기능적 관계를 분석하는 기법,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에 해당하는 화면 픽셀의 밝기와 ‘뉴런의 활동’에 해당하는 개별 트랜지스터 상태의 관계를 파악하는 기법 등 뇌과학에서 흔히 쓰이는 수법들을 동원해서 칩의 거동을 분석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런 방법으로는 인간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시스템에 관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작동 원리에 대해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조너스 박사는 “인간이 트랜지스터 단위부터 이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만들었으므로 우리는 이 시스템을 ‘이해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직관을 갖고 있다. 우리 모교는 현재 쓰이는 분석 기법을 컴퓨팅 시스템의 빅데이터 자료모음에 적용했을 때 발생하는 결점 중 일부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뇌과학에 대한 현재의 빅데이터 접근법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여주거나 이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콘라드 교수는 “진전하려면 보다 나은 실험들, 이론들, 데이터 분석 접근법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이 현존하는 뇌과학의 접근 방법론 모두를 사용해서 칩을 분석한 것은 아니며, 또 전기회로의 시스템과 생물학적 시스템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이 연구가 뇌과학의 모든 가능성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연구는 우리에게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기 위한 알고리즘이 개발되었으나, 단순한 신경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잘 모르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는 점을 경각시켜준다.
ⓒ 2018학년도 2학기 바라던Bio
<작성자> 18-093 이원준
<분야> 뇌과학
<참고 문헌>
1) https://ko.wikipedia.org/wiki/%EB%87%8C%EA%B3%BC%ED%95%99
3) http://www.laxtha.com/bhbae/history/history.htm
<사진 출처>
http://www.sesak.co.kr/health/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