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헬스인들의 눈물 근손실

운동을 너무 과하게 하거나 굶었을 때 우리 몸이 생존을 위해 애써 키운 근육을 잔인하게 분해해버리는 '근손실(이화 작용)'의 무서운 생화학적 메커니즘을 파헤친다.

편집부 · 2024년 3월 5일 · 읽는 데 4분

근육 이화 작용, 빛나는 붉은 호르몬(코르티솔)이 맹렬히 전기톱처럼 작동하여 두껍고 건강한 근육 섬유를 산산조각 내 비상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은 근육질의 보디빌더를 보여주는 시각적이고 극적인 생화학 그림
근육 이화 작용, 빛나는 붉은 호르몬(코르티솔)이 맹렬히 전기톱처럼 작동하여 두껍고 건강한 근육 섬유를 산산조각 내 비상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은 근육질의 보디빌더를 보여주는 시각적이고 극적인 생화학 그림

헬스장에 인생을 바친 '헬창'들이 암 선고보다 더 두려워하는 세 글자가 있다. 바로 '근손실'이다. 이들은 술을 마시는 것도, 유산소 운동을 길게 하는 것도, 심지어 끼니를 조금만 늦게 먹는 것도 핏대 세워가며 키운 소중한 근육이 분해되어 날아갈까 봐 극도로 공포에 떤다. 이들의 호들갑은 단순한 강박증일까? 생화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들의 공포는 매우 타당하다. 우리 몸(뇌)의 입장에서 빵빵한 가슴 근육이나 우람한 팔뚝은 생존에 전혀 쓸모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를 미친 듯이 퍼먹는 최악의 '사치품'이기 때문이다. 몸이 위기에 처하면 가장 먼저 이 사치품(근육)부터 헐어서 식량으로 써버리는 잔혹한 에너지 분해 과정, '근손실(카타볼리즘)'의 화학을 뜯어보자.

에너지의 우선순위, 뇌가 먼저다

우리가 밥(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굶거나, 너무 무리하게 운동을 3시간씩 돌려버리면 우리 핏속을 떠돌아다니는 에너지(혈당)가 뚝 떨어져 버린다. 이때 우리 몸의 사령관인 '뇌'는 극도의 패닉에 빠진다. 뇌는 오직 '포도당(당분)'만을 밥으로 먹고 사는데, 혈당이 떨어지면 뇌세포가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몸에 쌓인 '지방'을 태우면 되지 않냐고? 지방은 너무 크고 분해하기 복잡해서 뇌가 당장 포도당으로 가져다 쓰기엔 턱없이 느리고 벅차다. 뇌는 당장 쓸 수 있는 가장 빠르고 만만한 비상식량을 찾는다. 그것이 바로 '근육(단백질)'이다.

근육을 부수는 파괴자, 코르티솔(Cortisol)

에너지 고갈의 붉은 경고등이 켜지면 몸에서는 극심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온다. 이 호르몬은 헬스인들이 애지중지 쌓아 올린 근육 섬유로 달려가, 근육(단백질)을 무자비하게 전기톱으로 갈기갈기 찢어서 아미노산이라는 작은 조각으로 박살 내버린다(이화 작용, Catabolism). 찢겨 나간 아미노산 조각들은 간으로 질주한 뒤, 억지로 '포도당'으로 변환되어(당신생합성) 굶주린 뇌를 먹여 살리는 데 쓰인다. 뇌를 살리기 위해 애꿎은 근육이 산 채로 뜯어 먹히는 처참한 자기 포식이 바로 '근손실'의 진짜 정체다. 왼쪽에는 큰 근육을 만들기 위해 아미노산이 평화롭게 레고 블록처럼 쌓이는 행복한 근육 형성 단계(동화 작용)를 보여주고, 오른쪽에는 뇌가 비상 경보를 울리고 레고 블록을 찢어 굶주린 몸에 먹이는 패닉 근육 손실 단계(이화 작용)를 보여주는 분할 화면

과도한 유산소와 빈속의 운동이 위험한 이유

그래서 헬스인들이 공복 상태에서 유산소 운동(런닝머신)을 1시간 이상 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이다. 공복 상태는 이미 핏속의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인데, 여기서 계속 달리기를 해버리면 몸은 근육을 허물어 에너지를 뽑아 쓰기 시작한다. 살(지방)을 빼려다가 엔진(근육)까지 같이 갈아 마셔버리는 끔찍한 자해 행위가 되는 것이다.

단백질 합성(동화 작용)의 험난한 길

근손실이 끔찍한 이유는, 근육을 부수기(이화)는 찰나에 일어나지만 근육을 다시 짓기(동화 작용, Anabolism)는 미친 듯이 어렵기 때문이다. 근육을 키우려면 무거운 바벨을 들어 근육에 미세한 상처를 내고, 아미노산(단백질)을 때려 넣고, 반드시 깊은 잠을 통해 성장 호르몬이 나와서 상처 난 근육을 더 두껍게 기워내야 한다(초과 회복). 1g의 근육을 올리기 위해 수많은 화학적 톱니바퀴가 완벽하게 맞물려야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술(알코올)을 마시면 근육 합성 스위치(mTOR)가 툭 하고 꺼져버려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포도당 신생합성' 과정을 보여주는 미세 다이어그램: 탄수화물이 바닥나면 간은 완벽하게 좋은 근육 단백질(아미노산)을 필사적으로 찢어 뇌 기능만 유지하기 위해 포도당(설탕)으로 전환합니다](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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