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편식이 아니라 유전자 때문이라고

브로콜리나 오이를 먹고 토할 것 같은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은 단순한 어리광(편식)이 아니라, 쓴맛을 수백 배 강하게 느끼는 '슈퍼 테이스터 유전자'의 희생자임을 밝힌다.

편집부 · 2024년 12월 2일 · 읽는 데 4분

맛의 유전학, 고도로 민감한 'TAS2R38' 유전자를 형성하기 위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빛나는 이중 나선 DNA 가닥을 보여주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생물학 그림으로, 빛나는 독성 쓴맛 위험처럼 보이는 브로콜리 조각을 맛보면서 찡그리게 만듭니다
맛의 유전학, 고도로 민감한 'TAS2R38' 유전자를 형성하기 위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빛나는 이중 나선 DNA 가닥을 보여주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생물학 그림으로, 빛나는 독성 쓴맛 위험처럼 보이는 브로콜리 조각을 맛보면서 찡그리게 만듭니다

어릴 적 밥상머리에서 시금치나 브로콜리를 안 먹겠다고 뱉어냈다가 엄마에게 등짝을 맞은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채소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끈기가 부족하거나 입맛이 까다로운 '편식쟁이'로 몰아세우며 억지로 먹이려 든다. 특히 오이 냄새만 맡아도 헛구역질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시원하고 맛있는 걸 왜 못 먹냐?"며 유난을 떤다고 비난한다. 그런데 유전학자들이 억울하게 뺨을 맞던 편식쟁이들의 편을 들어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브로콜리와 오이의 쓴맛은 단순한 호불호가 아니라, 혀 표면에 돋아난 쓴맛 수용체(TAS2R38 유전자)가 만들어낸 완벽한 생물학적 고문이라는 것이다. 당신의 의지가 아니라 혀에 새겨진 DNA 바코드 때문에 벌어지는 '미각의 유전학'을 뜯어보자.

독을 감지하는 사이렌, 쓴맛 수용체

우리의 혀 표면(미뢰)에는 단맛, 짠맛, 쓴맛을 감지하는 단백질 센서(수용체)들이 깔려있다. 단맛은 뇌에 에너지가 들어온다는 기분 좋은 신호지만, '쓴맛'은 원시 시대 인류에게 "야, 이거 먹으면 죽는 독버섯이나 독초야! 뱉어!"라고 울리는 생존의 비상 사이렌이었다. 식물들은 초식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자신을 방어하는 화학 무기(글루코시놀레이트 등)를 뿜어내는데, 인간의 혀는 이 화학물질을 쓴맛으로 감지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시금치나 브로콜리 같은 채소가 근본적으로 쓴 이유다.

슈퍼 테이스터의 저주, TAS2R38 유전자

문제는 사람마다 이 쓴맛을 느끼는 센서의 개수와 민감도가 DNA에 의해 완전히 다르게 태어난다는 점이다. 인간의 7번 염색체에는 쓴맛을 감지하는 'TAS2R38'이라는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의 조합(PAV 타입)을 빵빵하게 물려받은 사람들은 남들보다 쓴맛 센서가 미친 듯이 많이, 그리고 예민하게 박혀있는 '슈퍼 테이스터(Super-Taster, 초미각자)'로 태어난다. 이들에게 브로콜리나 양배추에 들어있는 PTC라는 화학물질은 그냥 '조금 쌉싸름한 맛'이 아니라, 혀를 칼로 도려내는 듯한 참을 수 없는 끔찍한 독약의 쓴맛으로 증폭되어 느껴진다. 왼쪽에는 정상적인 미각 수용체로 행복하게 오이를 아삭아삭 씹는 사람을, 오른쪽에는 혀가 빛나는 과민성 쓴맛 경보로 덮여 있기 때문에 정확히 같은 오이에 물리적으로 재갈을 물리는 '슈퍼 미각자'를 보여주는 분할 화면

오이 혐오자의 억울한 유전자 변이

오이를 혐오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오이의 껍질에는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이라는 쓴맛 물질이 있고, 오이 특유의 비린 냄새를 내는 알코올 화합물이 있다. TAS2R38 유전자가 예민한 사람들은 이 쿠쿠르비타신의 쓴맛을 참지 못한다. 게다가 후각 수용체 유전자까지 특정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은 오이의 상큼한 냄새를 '시궁창 냄새'나 '썩은 쓰레기 냄새'로 인지하게 된다. 뇌가 오이를 먹지 말라고 극도의 혐오 신호를 쏘아대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발동하는 것이다.

미맹(Non-Taster)들의 축복과 비애

반대로 쓴맛 유전자가 둔감한 타입(AVI 변이)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쓴맛을 남들보다 수십 배 약하게 느끼는 '미맹(Non-Taster)'이다. 이들은 브로콜리를 먹어도 고소함만 느끼고, 아메리카노를 물처럼 마신다. 야채를 잘 먹는다는 칭찬을 받지만, 쓴맛을 잘 못 느끼다 보니 자극을 찾기 위해 너무 맵고 짠 음식이나 지나치게 단 기름진 음식에 중독되기 쉬워 비만이나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오히려 높다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혀의 쓴맛 수용체(TAS2R38)가 쓴 화학물질에 맹렬히 달라붙어 강력한 경고 신호를 뇌로 보내는 모습의 미세 다이어그램

남은 과제

미각의 유전학은 단순히 밥상머리의 투정을 변호하는 것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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