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폭력성
살인마와 흉악범들의 뇌 속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MAOA 유전자(전사 유전자)'의 변이를 통해 인간의 폭력성이 환경 때문인지, 타고난 유전자 때문인지 추적한다.
편집부 · 2024년 8월 9일 · 읽는 데 4분
끔찍한 연쇄 살인이나 묻지마 폭행 뉴스를 볼 때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저 악마 같은 범죄자는 원래 악하게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불우한 환경이 그를 괴물로 만든 것일까?" 성악설과 성선설의 수천 년 묵은 철학적 논쟁을 박살 내기 위해 현대의 행동 유전학자들이 나섰다. 1993년, 네덜란드의 한 가문에서 유독 남자들만 대대로 끔찍한 폭력 범죄(살인, 방화, 강간)를 저지르는 기괴한 현상을 조사하던 과학자들은, 이 범죄자들의 피 속에서 남들과는 구조가 약간 다른 '비정상적인 유전자' 하나를 찾아냈다. 일명 전사 유전자(Warrior Gene)라고 불리는 'MAOA 유전자'의 돌연변이다. 이 작은 DNA 조각 하나가 인간의 도덕성과 폭력성을 지배할 수 있는지, 섬뜩한 범죄 생물학을 파헤쳐 보자.
뇌 속의 화학물질 청소부, MAOA 효소
우리가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 속에서는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온다. 이 흥분 물질들이 계속 뇌 속에 남아있으면 사람은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게 된다. 그래서 우리 DNA에 있는 'MAOA 유전자'는 분노가 가라앉을 즈음 '빗자루 효소'를 만들어 뇌 속에 남아있는 흥분 물질들을 싹싹 쓸어버려(분해) 우리를 다시 평온하고 이성적인 상태로 되돌려 놓는다. 즉, MAOA는 폭력의 불씨를 끄는 소방관 유전자인 셈이다.
소방관의 파업, 전사 유전자의 폭주
문제는 이 MAOA 유전자가 훼손되어 돌연변이(짧은 형태의 MAOA-L)를 가진 사람들이다. 흉악범들의 유전자를 검사해 보니 이 돌연변이를 가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뇌 속에 흥분 물질(세로토닌)을 치우는 빗자루가 아주 조금밖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누가 어깨를 살짝만 부딪치거나 기분 나쁜 말을 하면, 뇌 속에 흥분 화학물질이 꺼지지 않고 며칠 동안 시뻘겋게 타오른다. 감정 브레이크(전두엽)가 고장 난 채 불타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주먹을 휘두르거나 칼을 뽑아 드는 폭력 괴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살인자의 유전자만으로는 살인마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전사 유전자(MAOA-L)를 타고나면 무조건 연쇄 살인마가 되는 걸까? 다행히도 생물학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놀랍게도 백인의 약 30%가 이 잠재적인 폭력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범죄자가 되지는 않는다. 2002년 아프샬롬 카스피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이 전사 유전자를 가졌더라도 어린 시절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정상적인 보살핌을 받은 아이들은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평화롭게 자라났다.
최악의 방아쇠, 유전자와 아동 학대의 만남
진짜 비극은 끔찍한 환경이 유전자의 스위치를 켤 때 벌어진다. 전사 유전자를 타고난 아이가 어린 시절 부모에게 '심각한 학대와 폭력'을 당하며 자랐을 때, 이들의 폭력 범죄율은 정상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보다 무려 10배 이상 미친 듯이 폭증했다. 유전자(총알)는 환경(방아쇠)이라는 끔찍한 방아쇠가 당겨질 때만 치명적인 살상 무기로 폭발했던 것이다. ![좋은 토양에서 정상적인 나무로 자라는 씨앗(DNA)을 보여주지만 독성, 학대 환경(환경)에 심었을 때 격렬하게 가시가 많은 붉고 어두운 덩굴로 꼬이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상호 작용하는 '전사 유전자'의 개념도](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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