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sars cov 2와의 전쟁
인체를 침공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백혈구들의 숭고한 전투와, 아군이 너무 흥분해 폐를 다 녹여버리는 끔찍한 자폭 스위치 '사이토카인 폭풍'을 다룬다.
편집부 · 2023년 5월 25일 · 읽는 데 4분
인간의 호흡기 점막을 뚫고 코로나19(SARS-CoV-2)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순간, 우리 몸속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정교한 화학적 전쟁이 발발한다. 뉴스는 연일 확진자 숫자만을 보도했지만, 진짜 비극은 우리 몸의 폐(Lung)라는 전쟁터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바이러스가 폐포(공기주머니) 세포를 강탈해 좀비 공장으로 만들어버리면, 이를 눈치챈 우리 몸의 면역 군대(백혈구)가 총출동하여 피 튀기는 살육전을 벌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코로나로 갑자기 사망하는 원인은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아군(면역계)이 적을 죽이려고 쏜 미사일이 너무 강력해서 내 폐까지 다 녹여버리는 '면역 시스템의 폭주' 때문이었다. 보이지 않는 핏속에서 벌어지는 항체와 사이토카인의 잔혹한 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1차 방어선, 대식세포와 경보 발령
코로나바이러스가 폐 깊숙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순찰을 돌던 '대식세포(Macrophage)'가 냄새를 맡고 달려든다. 대식세포는 바이러스를 통째로 집어삼켜(팩맨처럼) 분해해 버린다. 적의 숫자가 너무 많다고 판단하면, 대식세포는 무전기를 꺼내 들고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화학 경보 신호탄을 핏속으로 미친 듯이 쏘아 올린다. 이 붉은 신호탄을 본 혈관들은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온몸에 대기하고 있던 백혈구(호중구) 군대들이 폐로 쏟아져 들어와 독성 화염 방사기(활성산소)를 뿜어대며 바이러스와 오염된 폐세포를 모조리 불태워 죽이기 시작한다.
정예 부대 T세포와 항체 미사일(B세포)의 투입
전투가 길어지면 무식하게 총만 쏘는 1차 방어선으로는 역부족이다. 며칠 뒤, 적의 암호를 완벽하게 해독한 특수부대인 'T세포'와 'B세포'가 림프절에서 출격한다. 킬러 T세포는 바이러스가 숨어있는 좀비 세포를 정확히 짚어내어 세포 자체에 자폭 폭탄을 심어 찢어 죽여버린다. 동시에 B세포는 적의 스파이크 열쇠구멍에 완벽하게 딱 들어맞는 Y자 모양의 유도 미사일, 즉 '항체(Antibody)'를 1초에 2천 개씩 뿜어낸다. 핏속을 까맣게 덮은 항체 미사일이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에 달라붙어 손발을 꽁꽁 묶어버리면(중화 작용), 바이러스는 더 이상 세포 문을 열지 못하고 청소부들에게 먹혀 싹 쓸려 내려간다. 이 특수부대의 활약으로 우리는 2주 만에 코로나를 이겨내고 완치되는 것이다.
아군이 나를 쏴 죽인다, 사이토카인 폭풍
하지만 가끔 면역 시스템의 브레이크가 고장 나는 끔찍한 촌극이 벌어진다. 바이러스의 증식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면역력이 너무 예민한 사람(주로 젊은 층)의 경우, 대식세포가 패닉에 빠져 경보 신호탄(사이토카인)을 적정량이 아니라 하늘이 새빨개질 정도로 '수백만 발'을 융단 폭격해 버린다. 이 미친 신호탄을 보고 이성을 잃고 눈이 뒤집힌 백혈구 군대 수십억 마리가 폐로 돌진하여,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멀쩡한 내 폐 조직까지 싹 다 적군으로 간주하고 모조리 녹여버리는(과잉 염증 반응) 최악의 팀킬이 발생한다. 이를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라고 부른다.
익사하는 폐, 그리고 패혈증
사이토카인 폭풍이 휩쓸고 간 폐는 완전히 갈기갈기 찢어져서 구멍이 숭숭 뚫린다. 터진 혈관에서 피와 진물이 폐포(공기주머니) 속으로 콸콸 차오르기 시작하고, 환자는 땅 위에 누운 채로 물에 빠져 죽는 것과 똑같은 끔찍한 호흡 곤란(익사)을 겪게 된다. 염증이 피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면 다발성 장기 부전(패혈증)으로 며칠 만에 심장이 멈춰버리는 비극을 맞이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먹고 빛나는 화학 섬광 신호(사이토카인)를 내뱉어 나머지 면역 군대의 백업을 필사적으로 요청하는 '거식세포'(팩맨 같은 세포)를 보여주는 세포 다이어그램](https://image.pollinations.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