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커피 그 긴 역사와 변천

에티오피아 목동이 발견한 붉은 열매가 불을 만나 800가지 향기를 폭발시키는 '로스팅'의 화학적 기적(마이야르 반응)과 완벽한 한 잔을 뽑아내는 추출의 과학을 다룬다.

편집부 · 2022년 10월 4일 · 읽는 데 4분

식품 과학, 왼쪽에는 생 붉은 커피 체리를 들고 있는 고대 에티오피아 목자를 보여주고, 오른쪽에는 풍부한 황금빛 크레마를 추출하는 현대의 빛나는 첨단 에스프레소 기계와 조화를 이루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역사적, 화학적 일러스트레이션
식품 과학, 왼쪽에는 생 붉은 커피 체리를 들고 있는 고대 에티오피아 목자를 보여주고, 오른쪽에는 풍부한 황금빛 크레마를 추출하는 현대의 빛나는 첨단 에스프레소 기계와 조화를 이루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역사적, 화학적 일러스트레이션

기원전 에티오피아의 고원, 염소를 치던 목동 '칼디'는 자신의 염소들이 붉은 열매를 주워 먹고 밤새 미친 듯이 춤추며 뛰어다니는 것을 목격했다. 호기심에 그 열매를 씹어본 목동 역시 온몸에 에너지가 솟구치는 기적을 경험했다. 수도승들은 이 악마의 열매를 불 속에 던져버렸지만, 불꽃 속에서 타들어 가며 뿜어내는 기가 막힌 향기에 이끌려 서둘러 불을 끄고 물에 달여 마시게 되었다. 이것이 전 세계인이 매일 아침을 깨우는 검은 액체, '커피(Coffee)'의 전설적인 탄생이다. 단순한 나무열매가 어떻게 불을 만나 검고 쌉싸름한 마법의 액체로 진화하게 되었을까? 수백 년간 인류의 미각을 홀린 커피 콩의 화학적 연금술, '로스팅'과 '추출'의 과학 속으로 들어가 보자.

풀냄새 나는 생두, 열을 만나다 (로스팅)

커피나무에서 갓 딴 붉은 체리의 씨앗을 말린 '생두(Green Bean)'는 딱딱하고 풋내 나는 맛없는 돌멩이에 불과하다. 이 돌멩이가 기적의 향기를 내뿜으려면 섭씨 200도가 넘는 거대한 쇳덩어리 화덕(로스터) 속에 들어가 뜨거운 열 폭격을 견뎌야 한다. 열을 받은 생두 속의 수분이 끓어오르며 세포벽을 팽창시키고, 견디다 못한 콩이 팝콘처럼 '탁!' 하고 터지는 소리(1차 크랙)를 낸다. 이 순간, 콩 내부에 갇혀있던 성분들이 뒤엉키며 폭발적인 마법의 화학 반응이 시작된다.

800가지 향기의 폭발,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화

로스팅의 핵심은 고기를 구울 때 갈색으로 변하며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과 똑같은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다. 생두 안의 아미노산(단백질)과 환원당이 200도의 열을 만나 산산조각 나면서 결합하여, 꽃향기, 과일 향, 견과류 냄새 등 무려 800가지가 넘는 복잡하고 황홀한 향기 분자들을 공중으로 뿜어낸다. 동시에 콩 속의 설탕 성분들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며(캐러멜화 반응) 커피 특유의 매력적이고 쌉싸름한 단맛과 진한 갈색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불조절을 1초만 잘못해도 환상적인 신맛이 숯덩이 같은 쓴맛으로 변해버리는 궁극의 열역학적 춤사위다. 왼쪽에는 로스터에서 굴러다니는 창백한 녹색의 맛없는 생두를, 오른쪽에는 풍부하고 짙은 갈색 콩으로 터져(첫 번째 균열) 빛나는 향기 분자 구름을 방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

최적의 타이밍, 압력과 물의 만남 (추출)

잘 볶아진 원두를 가루로 빻은 뒤에는 가장 치열한 화학적 용해 과정인 '추출(Brewing)'이 기다리고 있다. 원두 가루 속에는 신맛, 단맛, 쓴맛 성분이 순서대로 들어있다. 뜨거운 물이 가루를 통과하면, 가장 가볍고 산뜻한 과일 같은 '신맛(산미)' 분자들이 제일 먼저 물에 녹아 나온다. 그다음 묵직한 단맛과 고소한 맛(오일)이 빠져나오고, 마지막으로 물이 너무 오래 머물면 혀를 찌르는 불쾌한 '쓴맛(탄닌)'과 떫은맛이 기어 나온다. 그래서 바리스타는 쓴맛이 빠져나오기 직전의 그 찰나의 타이밍을 끊어내기 위해 초시계를 쥐고 사투를 벌이는 것이다.

에스프레소 머신, 황금빛 크레마의 혁명

19세기 유럽인들은 더 빠르고 진한 커피를 원했다. 이탈리아인들은 끓는 물을 미친 듯한 고압력(9기압)으로 원두 가루에 짓이겨 강제로 짜내는 기계(에스프레소 머신)를 발명했다. 엄청난 압력 덕분에 물에 절대 녹지 않던 원두 속의 진한 '기름(오일)' 성분까지 강제로 쥐어 짜여 나왔고, 이 기름이 커피 위에 황금빛 거품 층인 '크레마(Crema)'를 형성했다. 향기를 가둬두는 이 크레마의 끈적한 부드러움은 현대 커피 산업을 폭발시킨 가장 완벽한 유체 역학적 발명이었다. 뜨거운 가압수가 촘촘하게 채워진 분쇄 커피 층을 찢고 설탕, 오일, 카페인을 용해시키며 쓴 식물 섬유를 남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미세한 다이어그램

남은 과제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최고급 원두 '아라비카' 품종이 재배지를 잃고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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