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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그 긴 역사와 변천

최종 수정일: 7월 9일

2022년 초, 스타벅스 등 여러 카페에서 음료 가격을 인상했다. 한국은 뉴스 란이 모두 관련 기사로 도배되고, 카카오톡 기프티콘 구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아주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 사람이 1년에 평균 350잔이 넘는 커피를 마신다고 하니 정말이지 ‘커피에 미친 나라’ 라는 호칭이 어울리지 않을까. 이 커피는 어떻게 처음 마셔졌고, 어떤 변화를 거쳐 현재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한 일본의 ‘커피 오타쿠’의 책에서 답을 찾아보았다.


커피는 어떻게 퍼져나갔을까?

한국에서 ‘커피’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주로 ‘시험기간의 대학생들’ 이나 ‘카페인의 힘을 빌리는 직장인들’ 같은 답이 많았다. 커피가 처음 전파된 계기 또한 현재와 같은 각성 효과 때문이었는데, 15세기 이슬람교 사제들이 밤을 새우기 위해 커피를 마시면서 본격적으로 퍼져 나갔다. 종교적인 일로 밤을 새워야 하는 사제들이나, 별을 관측하는 천문학자들에 의해 커피는 17세기 경 오스만 제국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커피 속 카페인의 각성 효과에 대해서는 KOSMOS의 많은 게시물들이 훌륭한 정보를 담고 있다.


유럽에서의 커피 확산은 커피 자체의 각성 작용보다는 현대의 카페와 같은 ‘커피 하우스’의 영향이 컸다. 영국에서는 ‘커피 하우스’가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당시의 커피 하우스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배움이 오가는 장소였는데, 세계 최대 보험 거래소인 ‘로이즈’의 처음 아이디어도 커피 하우스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그만큼 영국의 발전이 커피와 함께 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프랑스의 커피 하우스는 ‘호화로운 사교의 장소’ 의 개념으로 발전했다. 프랑스의 카페에서는 부유한 이들이 드나들며 친분을 맺는 일이 잦았으며, 태양왕 루이 14세의 조카인 오를레앙은 ‘카페 드 팔레 루아얄’ 이름의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 ‘카페 드 팔레 루아얄’ 에서 논의하던 혁명가들의 연설이 프랑스 혁명의 신호탄이 되었는데, 이는 당시 카페의 운영자가 경관의 출입을 막아 혁명가들이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17세기 후반 프랑스 카페의 모습

이렇게 커피는 각성 작용과 카페 하우스라는 두 가지 요소를 통해 퍼져 나갔다. 그러나 당시에는 커피 원두를 아프리카에서 중계 무역을 통해 수입해야 했기에, 유럽 각국은 17세기 말부터 커피를 직접 재배하고자 시도했다. 이 시도는 커피의 역사와 품종에 큰 영향을 주게 되었으니…


커피를 얻고자 하는 자, 도둑이 되어라

전 세계에 식민지가 있던 유럽 제국들은 커피 종자만 확보한다면 바로 커피를 재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커피는 아프리카의 중요한 수출품이었기에 대부분의 지역에서 커피 종자의 반출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유럽 국가들은 종자를 ‘훔쳐내서’ 커피를 재배해야 했다. 처음 커피 종자를 훔쳐낸 이는 스리랑카로 종자를 반출하여 인도네시아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인도네시아에서 한 그루의 커피나무를 선물 받아 이 나무를 프랑스령 아이티에서 번식시켰다. 이와 함께 포르투갈도 인도 지역에서 종자를 빼내 브라질에서 재배를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도 커피가 재배된다. 이때 커피 재배가 시작된 동남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지역은 현재도 주된 커피 산지로 꼽힌다. 여기서 잠깐. 종자를 훔치더라도 원래 재배하던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재배한다면 쉽게 죽어버린다. 어떻게 훔친 종자가 세계적으로 퍼질 만큼 잘 자랄 수 있었을까?


당시의 주된 재배 품종은 ‘아라비카’ 종이었다. 대부분의 커피 품종은 타가수분만 가능했지만, 이 품종은 자가수분이 가능했다. 즉, 자기 자신 한 그루만 있어도 스스로의 수술과 암술에서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면 열매를 맺었다. 이는 이종 간 교배로 새로운 품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획득한 능력이었는데, 이 능력으로 인해 단 한 그루의 묘목이 전해진 경우에도 커피 나무를 잘 키워낼 수 있었다.


이런 도난의 과정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지역과 동남아시아에서도 커피 재배가 시작되었지만, 새로운 방해 요소가 나타난다. 바로 커피 녹 병이었다.


17세기 말엽,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커피 재배가 시작되었다

커피 녹 병, 품종을 다양화하다

커피 녹 병은 ‘헤밀리아 베스타트릭스’ 라는 균에 의해 발생하는 병으로, 포자가 커피 나무의 세포를 감염시켜 광합성을 막고 영양분을 갈취하며 나무가 말라 죽어버리는 병이다. 1867년 스리랑카에서 이 병이 발생하자, 몇 년 만에 인도까지 전파되어 인도양 인근의 모든 커피나무가 죽어버렸다. 결국 스리랑카는 커피 재배를 포기했다. 그 만큼 심각한 병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황폐화된 커피 농장을 본 ‘토마스 립톤’ 이라는 사람이 차를 심을 것을 제안하며 유명 차 브랜드 ‘립톤’의 역사가 시작되기도 했다. 이 커피 녹 병은 20세기 초반에 인도차이나 반도 (현재의 베트남 지역) 까지 퍼져, 동남아시아 일대의 커피 재배가 절멸될 위기가 닥쳐오게 된다.


이 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커피의 또 다른 품종인 ‘로부스타’ 종이었다. 학계에서는 카페노라 종이라 불리는 이 품종은 1901년 콩고에서 발견된 품종으로, 모든 유형의 녹 병에 내성이 있어 구원투수로 등장하게 된다. 로부스타는 품질 면에서는 아라비카에 비해 별로였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가져 동남아시아의 주력 재배품종으로 자리잡는다. 현재에도 베트남의 커피 재배지 중 90% 이상이 로부스타를 재배하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로부스타는 카페인 함량이 높으며 당과 기름의 양이 적고, 흙냄새가 심해서 주로 재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하며 가격이 저렴해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된다. 이러한 특징 또한 진화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이는데, 곤충에게 유독한 카페인 함량이 높으며 당과 기름이 적어 상대적으로 생존에 유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또한 생명과학의 원리가 우리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일 중 하나이다.


커피의 3가지 주요 품종

또 다른 품종과 새로운 발견

사실 19세기 후반에도 ‘리베리카’ 라는 일부 녹 병에 내성이 있는 품종이 알려져 있었다. 동남아시아에 녹병이 퍼지자 리베리카 종을 심기도 했으나, 이들은 몇년 후 새로운 녹 병에 죽어버리고 만다. 이후 리베리카의 재배는 전체 재배 면적의 2% 이하로 감소했으나, 녹 병에 강한 품종을 찾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1970년대 말, 라틴아메리카 지역에도 커피 녹 병이 퍼지게 된다. 이들 또한 동남아시아처럼 품질이 낮은 로부스타로 전환하거나, 피해를 고스란히 입거나의 선택을 해야 했다. 그러나 새로운 선택지가 있었으니, 바로 ‘녹 병에 강한 아라비카로 전환하자’ 라는 것이었다.


로부스타가 발견된 이후 로부스타와 아라비카를 교배해 녹 병에 강하면서 품질이 좋은 품종을 만드는 시도는 계속되었지만 이 시도들은 모두 실패했다. 이는 로부스타는 2n=22의 핵형을 가지는 2배체이지만 아라비카는 4n=44의 핵형을 가지는 4배체였기 때문인데, 핵형은 한 세포 내 염색체의 수와 형태를 뜻한다. 따라서 유전자의 수가 2배인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사이의 교배로 탄생한 개체는 교배가 불가능했는데, 마치 당나귀와 말 사이의 교배로 태어난 노새와 같았다.


그러나 1927년 브라질에서 발견된 ‘HdT’ 라는 개체는 로부스타와 아라비카의 교배를 통해 탄생한 개체였지만 핵형이 4n=44 형태를 가지는 특이한 개체였다. 즉, 로부스타의 강인함을 가지면서 아라비카와 교배가 가능한 매우 중요한 성질을 가졌다. 세계의 연구자들은 즉시 이 개체와 기존 아라비카 종의 교배 실험을 시작했고, 1970년대 말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로부스타의 강인함과 아라비카의 품질을 모두 갖춘’ 종을 심을 수 있었다. 이러한 품종을 ‘내녹병성 왜소 품종’ 이라 하는데, 현재까지도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우수한 커피 품질을 지키면서도 커피 녹 병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커피 게놈 프로젝트와 미래

커피 녹 병은 변이가 매우 빨라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40여 종에 이를 정도이다. 생물학자들은 이런 병과의 싸움에 맞서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위의 ‘내녹병성 왜소 품종’ 개발처럼 종자 개량을 주로 시도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는 ‘커피 게놈 프로젝트’ 라는 이름으로 커피의 유전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2014년 9월에는 ‘로부스타’ 종의 유전 정보 분석이 완료되었다. 이를 통해 로부스타의 강인한 생명력과 녹 병에 대한 내성의 근원이 어떤 유전자인지 찾아 유전적으로 녹 병에 강한 새로운 종자를 만드려는 연구가 진행중이며,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본래의 재배환경과 다른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종자 또한 연구중이다.


이 책의 띠지에는 ‘당신에게 한 잔의 커피란 무엇인가요?’ 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많은 사람들은 커피를 단순히 카페인 보충제 정도로 취급하곤 한다. 그러나 그 한 잔의 커피 속에 담겨있는 수많은 생물학적 사실들과 종자 도난의 기록을 생각해보면, 커피 한 잔이 얼마나 소중하며 장대한 역사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커피가 어디서 재배된 어떤 품종인지를 들으며 이 글을 떠올릴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이민규 학생기자 | chemistry & biology | 에세이


참고자료

[1] 커피 과학, 탄베 유키히로, 2017, 황소자리

[2] 커피 세계사, 탄베 유키히로, 2018, 황소자리

[3] http://www.coffee-genome.org/


첨부 이미지 출처

[1] ‘A short history of coffee drinking’, Helena coffee - https://helenacoffee.vn/a-short-history-of-coffee-drinking/

[2] ‘which country produced the most coffee in 2020?’, World economic forum - https://www.weforum.org/agenda/2021/10/which-country-produced-the-most-coffee-in-2020/

[3] Different types of coffee beans, celling coffee online -https://www.sellingcoffeeonline.com/different-types-of-coffee-b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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