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기억을 잃는 병, 알츠하이머
알츠하이머. 많은 사람이 ‘알츠하이머’를 그저 건망증을 동반하는 치매의 일종으로, 일부 노인에게만 나타나는 본인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을 정도로 발병률이 높으며, 전체 알츠하이머병 중 5~10%가량은 65세 미만에서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 또한, 알츠하이머는 단순히 건망증과 유사하게 기억력이 저하되는 정도로 끝이 나는 질병이 아니다.
알츠하이머는 퇴행성 뇌질환이라 표현하며, 기억력 감퇴는 초기 증상에 불과할 뿐 매우 서서히 발병하여 악화되는 병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며 그 증세는 다양하고 심각해진다. 기억력 감퇴는 약속을 잊거나, 최근 대화 내용을 반복적으로 묻게 되는 건망증과 비슷한 정도에서, 점차 자신의 이름, 주소, 가족 등의 신상 정보와 오래된 기억도 잊을 정도로 악화된다. 기억력 감퇴와 유사한 방식으로 언어능력도 저하되게 된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단어로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여 ‘이것’, ‘저것’ 등의 대명사로 표현하며, 후에는 말수도 적어지고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뿐만 아니라, 시간이나 장소, 사람 등을 잘 알아보지 못하게 되어, 연도나 계절, 낮과 밤을 혼동하게 된다. 병이 진행되며 사고 과정이 어려워져 식사하기, 위생관리 등의 일상 활동도 스스로 수행하기 어려워하며, 환각과 망상, 초조행동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병의 경과가 심해지면 몸이 경직되고, 보행장애가 나타나 거동도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알츠하이머병은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이 완전히 파악되지도, 치료법이 개발되지도 않은 상태이다. 때문에, 더욱이 발병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유전자는 어떤 형태로, 어떠한 과정으로 알츠하이머를 발병시키는 것일까?
알츠하이머를 저장한 유전자, BACE1

알츠하이머병(AD) 환자의 두 가지 특징적인 소견으로는 아밀로이드판과 신경섬유 다발이 있다. 이것이 뇌신경 세포 사멸의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결국엔 이 노화 과정에서 아밀로이드판과 신경섬유 다발의 급격한 형성이 알츠하이머 발병의 가장 큰 이유이다.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ß, Aß)와 타우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의 두 가지 핵심 단백질로서, Aß의 축적이 아밀로이드판의 형성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BACE1 유전자와 알츠하이머 발병의 연관성이 드러난다.

BACE1은 뉴런에서 주로 발현되는 단백질 코딩 유전자로, 아밀로이드 전구단백질(APP, amyloid precursor protein)의 초기 분열을 촉매하여 Aβ를 생성한다. 따라서, BACE1 활성 억제는 알츠하이머 초기 발병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진다. BACE1은 베타 분해효소(beta secretase, β-secretase) 생성을 통해 Aβ 형성에 관여한다. 베타 분해효소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펩신 계열의 아스파틱 프로테아제이며, APP의 N-말단을 절단한다. 생성된 Aβ의 축적뿐만 아니라, 이 절단 부위의 돌연변이 자체 또한 AD 발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백질 분해 활성을 위해 산성의 환경이 필요하며, 주로 뇌, 특히 뉴런, 희소돌기아교세포 혹은 성상 아교세포에서 발현된다. 또한 대부분의 BACE1 유전자 돌연변이는 AD 발병과 연관이 없으나, 베타 분해효소 근처의 BACE1 유전자 돌연변이는 조기 발병 유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ACE1이 Aβ 형성에만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BACE1의 기질 중 일부는 중요 신경 기능을 담당하며, 따라 BACE1의 부족은 감각 운동 장애, 망막 이상 등을 유발하며, 간혹 조현병과 유사하게 정신 분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알츠하이머의 발병에는...
알츠하이머 발병에는 BACE1만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 예시로는 A673T가 있다. A673T는 APP의 변종 중 하나로, AD 발병을 막는 역할을 한다. A673T는 낮은 빈도로 나타나는 돌연변이지만, A673T의 코딩 치환이 베타 분해효소에 의해 APP가 절단되는 것을 막기 때문에, A673T 치환을 보유한 APP에서는 Aβ 생성이 약 40% 감소한다. 한편, APOE 유전자 중 가장 희귀 형의 APOE 2 유전자는 알츠하이머의 발병률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OE 유전자 중 단백질 면에서 112번째 아미노산, 158번째 아미노산이 모두 시스테인(cysteine, Cys)일 경우 나타나는 형으로, APOE 3 동형 접합 집단에 비해 절반의 발병률을 보인다. 반면, 히스톤 단백질 중 H3의 아세틸화는 BACE1의 촉진자의 접근성을 증가시켜, Aβ 형성을 촉진한다. 또, 강황에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진 커큐민은 항산화 성분으로, 히스톤 아세틸 전달효소 p300을 억제하는 특성이 있다. 이는 곧 아세틸화 H3를 감소시켜, BACE1 전사물의 감소, Aβ 형성의 억제로 이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베타 분해효소는 렙틴계의 또 다른 막 결합 효소인 PMEL와도 상응한다. PMEL은 BACE2 유전자에 의해 형성되는 효소이다. 아미노산 서열의 59%를 공유하고, 동일 구조 도메인을 가지며, 두 효소 모두 활성부위가 2개의 아스파르트산 잔기로 구성되어 있다. PMEL은 색소 세포 PML을 처리하며, BACE2 뇌 기질의 억제는BACE1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부 부작용에 기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부검 연구 결과, BACE2 유전자의 높은 발현이 BACE1의 발현과 비례하는 상관관계를 드러냈다. 또한, BACE2 유전자 자리의 단일 뉴클레오타이드 다형성 변이는 AD 발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알츠하이머에는 복잡한 관계의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 그렇다면, 해당 유전자들의 분석을 통한 알츠하이머의 치료법은 만들어질 수 없을까?
기억을 지키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정보를 바탕으로 한 알츠하이머 치료법의 개발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BACE 유전자의 억제제 임상 시험은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혹은 안전상의 이유로 유의미한 결괏값을 도출하지 못한 채 대부분 중단되었다. 이에, 차세대 BACE1 억제제 임상 시험 최적화를 위해서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1) 약학적 대상으로의 BACE1에 대한 생물학적 정보 수집. 2) BACE1/2 선택성 및 약물성과 그 억제 강도. 3) AD 과정에서의 BACE1 억제제 개입 시기.
이전과 현재의 진행 연구는 BACE1의 억제 수준이 높아 부작용이 초래되곤 했다. Aβ 단량체는 시냅스 가소성 및 항상성에 필수적인 세포 내 신호 전달을 담당하기 때문에 지나친 억제는 병의 악화로 이어지며, 이에 따라 BACE1의 억제 방식이 치료로 활성화되기 위해선 낮은 수준으로만 적용되어야 한다. 임상 시험 중 일부 증상은 BACE1 억제에 따른 급성 시냅스 손상으로, 질병이 아닌 치료 초기 단계에서 유도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BACE1 억제 시 Aβ 생성이 감소하며, 이가 BACE2의 억제와 결합 될 경우 다른 기질의 처리가 차단되기 때문에 이 또한 연구 시 주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BACE1의 생리학적 기능과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선행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 또한 임상 시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알츠하이머의 치료는 먼 이야기라고 판정 짓기는 이르다. 물론 현재까지의 임상 시험은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고, 임상 시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까지는 먼저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도 알츠하이머와 관련지어 유전적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그 연구의 정밀함 또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BACE 유전자의 억제 기술이 완전히 이루어져, 사람들이 알츠하이머의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대가 오게 될 수도 있다.
김지윤 학생기자 | Chemistry & Biology | 지식 더하기
참고자료
[1] The β-Secretase BACE1 in Alzheimer’s Disease, Biological Psychiatry, 89(8), 745-756
[2] https://www.gclabs.co.kr/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s://www.nature.com/
[2] https://www.natur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