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대부분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 H1N1(인플루엔자)와 같은 치명적이고 무서운 존재를 떠올리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바이러스 중에서도 우리에게 이로운 역할을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어쩌면 우리에게 생긴 큰 위협을 영원히 없애 줄 수도 있지요. 인류의 신무기, 박테리오파지를 소개합니다.
박테리오파지란?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세균)를 숙주로 삼는 모든 바이러스를 통칭하는 이름으로, 박테리오는 ‘세균‘을, 파지는 ‘먹는다‘를 뜻합니다. 이러한 박테리오파지는 머리, 꼬리, 기저판, 미세섬유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각형 모양 머리에는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꼬리는 신축성이 있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저판은 표적 세균의 표면을 인식하고 부착합니다, 마지막으로 다리처럼 보이는 미세섬유조직은 부착을 보조합니다. 이들은 이러한 구조들로 박테리아에 자신의 유전물질을 삽입해 박테리아의 소기관으로 자신의 구조를 복제, 조립하면서 일정 순간이 되면 한 번에 세포막을 뚫고 나와 번식합니다.
박테리오파지의 재생성 과정
이러한 파지는 현재까지 알려진 종류가 4800가지로, 형태와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한 종류의 파지는 단 한 종류의 세균만 공격한다는 것입니다. 가끔 여러 속의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는 파지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숙주가 되는 박테리아는 계통학적으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파지의 특이성은 파지가 치료요법으로 쓰였을 경우, 굉장히 큰 장점을 가질 수 있는데요, 이를 연구하여 과학자들은 ‘파지테라피(Phage Therapy)‘라는 치료요법을 만들었습니다.
파지 테라피에 대해서
파지 테라피는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하여 감염 또는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특정 박테리아를 죽이는 파지들을 농축해 환자의 몸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인데요, 이 치료법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되었다고 합니다. 항생제가 나오기 전, 1920년에서 1930년 사이에 미국에서 널리 사용 되었고, 구소련과 조지아 지역에서도 연구과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훗날, 항생제가 세상에 나오게 되면서, 비교적 불확실하고 위험했던 파지테라피는 잊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항생제 남용에 의해 항생제 내성균(슈퍼박테리아)이 발견되면서, 파지 테라피는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파지 테라피는 기존의 항생제 치료요법과는 다른 여러 가지 이점들을 갖습니다. 먼저, 병원성 미생물(세균)과 유익한 미생물 모두 죽이는 항생제하고는 달리, 병원성 미생물만 찾아서 죽이기 때문에 2차 감염이나, dysbiosis(장내 미생물이 균형이 초래되는 질병)와 같은 질병들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항생제를 커다란 망치라고 생각하자면, 파지는 일종의 유도 미사일인거죠.
또한, 파지는 치료하는 과정에 스스로 복제하며 번식하기 때문에, 특정 장소에서 집중적인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빈번하게 오랜 기간에 걸쳐 투여하는 항생제와는 달리, 파지 치료요법은 한번 또는 적은 주입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죠.
결정적으로, 파지 요법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던 통제할 수 없다는 단점이 해결되었습니다. 바로 유전자 가위 CRISPR-Cas9를 이용해 파지의 유전자를 수정하여 우리가 원하는 특정 파지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MIT의 티모시 루 교수가 CRISPR를 이용하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만을 살해하는 파지를 개발했다고 발표하였고, Locus Biosciences라는 회사에서는 CRISPR를 이용하여 표적 세균 세포의 DNA를 분해하고 신속히 파괴하는 치료법을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이에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전염병을 연구하는 Eric Rubin “비록 하나의 사례연구에 불가하지만, 이번 연구는 설득력 있는 개념검증 연구다”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
하지만, 박테리아가 항생제와 마찬가지로 파지에게도 내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그러나 파지도 스스로 진화합니다. 수십억 년 동안 그 둘 사이의 전쟁이 있었고, 지금까지는 파지가 이기고 있습니다. 만약 파지가 져 박테리아가 완벽한 내성을 가진다고 해도, 그 때도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항생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몇몇 파지에 대한 내성을 가지려면, 원래 가지고 있던 항생제 내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연구결과 발표되었습니다. 박테리아를 완벽한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렇듯 만약 유전자 가위 기술과 파지테라피 접합해 모든 세균에 대한 파지들을 준비 해놓으면, 세균에 의한 질병들을 완전히 정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최고 무기였던 항생제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고, 새로운 대안으로서 파지테라피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있는 가장 치명적인 것을 우리의 몸에 직접 주입하는 것은 이상한 개념일지도 모르지만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
[1]https://www.pharmaceutical-technology.com/comment/bacteriophage-therapy/
[2]http://www.ox.ac.uk/news/2018-09-20-influenza-virus-molecules-set-immune-response-overdrive
[3]https://www.sciencealert.com/not-all-viruses-are-bad-for-you-here-are-some-that-can-have-a-protective-effect
[4]https://www.youtube.com/watch?v=YI3tsmFsrOg
[5]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66900
<이미지>
[1]https://medium.com/swlh/have-we-found-a-cure-for-hiv-a19e90dfd952
[2]https://brunch.co.kr/@drhmy/3
[3]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betty4u&logNo=30136956340&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4]https://www.pharmaceutical-technology.com/comment/bacteriophage-therapy/
[5]https://www.genengnews.com/magazine/328/do-crispr-risks-outweigh-rewards/
<동영상>
[1] https://www.youtube.com/watch?v=uFXuxGuT7H8

Bio 학생기자 김문수
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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