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지식 더하기 얼음으로 얼음을 막는다 겨울철 결빙의 새로운 해결책

겨울철 비행기 날개나 도로에 얼음이 달라붙는 것을 막기 위해, 연잎 표면의 나노 구조를 모방하고 얼음 표면에 얇은 수막을 형성하는 미끄러운 방패 기술을 알아본다.

편집부 · 2025년 1월 17일 · 읽는 데 4분

재료 과학, 얼어붙는 눈보라를 뚫고 날아가는 빛나는 파란 얼음 비행기 날개의 극적인 시각화이지만 얼음 방울은 하이테크 나노 코팅에서 마법처럼 미끄러져 떨어집니다
재료 과학, 얼어붙는 눈보라를 뚫고 날아가는 빛나는 파란 얼음 비행기 날개의 극적인 시각화이지만 얼음 방울은 하이테크 나노 코팅에서 마법처럼 미끄러져 떨어집니다

겨울철에 눈이 오면 비행기들은 이륙을 포기하고 날개에 뜨거운 화학 용액(제빙액)을 들이붓느라 수백만 달러를 길바닥에 뿌린다. 날개에 1밀리미터 두께의 얼음만 달라붙어도 공기의 흐름이 깨져 비행기가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고속도로의 블랙아이스나 전봇대 송전선에 맺힌 얼음 폭탄 역시 매년 끔찍한 재난을 일으킨다. 과학자들은 얼음을 녹이기 위해 열이나 독한 화학 약품을 쓰는 낡은 방식을 버리고, 물질 표면의 아주 미세한 나노 구조를 조작하여 아예 얼음이 '달라붙지 못하게' 미끄러트리는 기상천외한 결빙 방지(Anti-icing)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오히려 얇은 얼음층을 먼저 얼려 그 얼음의 물기를 이용해 더 큰 얼음 덩어리를 밀어내는 역발상의 흑마술까지, 결빙을 막기 위한 재료 공학자들의 차가운 전쟁 속으로 들어가 보자.

물을 튕겨내는 마법, 연잎 효과(Lotus Effect)

가장 널리 알려진 결빙 방지 기술의 핵심은 '연잎'을 모방하는 것이다(생체 모방 기술). 비가 올 때 연잎을 보면 물방울이 잎에 스며들지 않고 동그란 구슬처럼 뭉쳐서 또르르 굴러떨어진다. 연잎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만 개의 미세한 나노 크기의 솜털(돌기)들이 빽빽하게 돋아 있고 그 위에 기름(왁스)이 코팅되어 있다. 물방울이 이 돌기들 위에 얹혀지면, 돌기 사이사이에 갇혀있는 '공기 쿠션' 때문에 물방울이 잎에 닿지 못하고 공중에 붕 뜨게 된다(초소수성). 과학자들은 비행기 날개 표면을 이 연잎처럼 나노 돌기로 깎아버려서, 겨울철에 물방울이 닿자마자 얼어붙을 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통통 튕겨 나가게 만드는 표면(방빙 코팅)을 개발했다.

거친 표면의 배신, 얼음이 닻을 내리다

하지만 연잎 코팅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영하 20도 이하의 끔찍한 추위나 습기가 미친 듯이 많은 날에는 공중에 떠 있던 물방울 주변의 공기 쿠션이 결국 쪼그라들거나 습기로 꽉 차버린다. 그렇게 되면 나노 돌기 사이사이에 물이 깊숙하게 파고들어 가 그대로 꽁꽁 얼어버린다. 마치 찍찍이(벨크로)처럼 나노 돌기들이 얼음 덩어리를 꽉 붙잡는 '앵커(닻) 효과'가 발생해서, 오히려 얼음을 떼어내기가 일반 철판보다 수백 배나 더 힘들어지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초소수성 연잎 표면(나노 스케일 요철)이 얼어붙는 물방울을 거세게 거부하여 얼음으로 얼기 전에 튕겨내는 미세한 모습

벌레잡이통풀의 미끄럼틀, SLIPS 코팅

연잎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교의 조안나 아이젠버그 교수는 새로운 식물인 '벌레잡이통풀(Nepenthes)'에 주목했다. 이 식물은 겉에 기름기 가득한 미끌미끌한 액체 층(윤활유)을 머금고 있어서, 벌레가 발을 디디는 순간 쭈욱 미끄러져 통 속으로 빠져버린다. 과학자들은 이 구조를 본떠 물체 표면에 미세한 구멍(다공성 구조)을 뚫은 뒤, 그 안에 얼지 않는 기름(불소계 오일)을 스펀지처럼 가득 머금게 한 'SLIPS'라는 코팅을 발명했다. 이 표면에는 물방울이나 얼음이 아무리 떨어져도, 그 아래에 깔린 미끌미끌한 기름 장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듯 쑥쑥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다.

얼음으로 얼음을 막다, 수막(Water Layer) 윤활

최근에 나온 가장 기괴한 아이디어는 아예 표면에 얇은 얼음(서리)을 의도적으로 살짝 먼저 얼려버리는 것이다. 빙상 경기장에서 스케이트가 잘 미끄러지는 이유는 얼음이 스케이트 날의 압력을 받아 아주 미세하게 녹으면서 보이지 않는 얇은 '물 층(수막)'을 만들어 윤활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물체 표면의 화학 구조를 조작하여 표면에 아주 얇은 얼음이 얼게 하되, 그 얼음 표면에 항상 액체 상태에 가까운 미세한 '수막'이 유지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이 표면에 닿으면, 밑에 깔린 수막 때문에 찰싹 붙지 못하고 기름 바른 듯 쑥 미끄러져 떨어져 버리게 된다. ![왼쪽의 일반 금속 위에는 단단하게 얼어붙은 위험한 얼음의 두꺼운 껍질을, 오른쪽에는 얼음 아래의 미끄럽고 물기가 있는 윤활층으로 인해 쉽게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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