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행성 이동 이론 planetary migration theory 행성들이 다가온다
목성 같은 거대 가스 행성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항성 쪽으로 돌진하며 태양계의 구조를 박살 냈다는 충격적인 '행성 이동 이론(Planetary Migration)'을 소개한다.
편집부 · 2025년 9월 15일 · 읽는 데 4분
우리 태양계의 구조는 상식적이고 완벽해 보인다. 뜨거운 태양 바로 옆에는 수성, 금성, 지구 같은 무거운 '돌덩어리 행성'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저 멀리 추운 우주 외곽에는 목성, 토성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과학자들은 원래 우주가 만들어질 때 무거운 돌은 태양 가까이, 가벼운 가스는 태양 멀리 뭉친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외계 행성들을 탐사하던 천문학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른 태양계에서는 덩치가 목성만 한 가스 행성들이 태양 표면에 거의 닿을 듯이 미친 듯이 바짝 붙어서 펄펄 끓고 있었기 때문이다(뜨거운 목성, Hot Jupiters). 도대체 저 가스 덩어리는 어떻게 항성 바로 옆에서 만들어진 걸까? 얌전히 제자리를 도는 줄 알았던 행성들이 사실은 궤도를 뚫고 돌진하며 우주 당구를 친다는 끔찍하고도 놀라운 '행성 이동 이론(Planetary Migration Theory)'의 충돌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가스 거인의 돌진, 뜨거운 목성의 미스터리
태양(항성) 바로 옆은 너무 뜨거워서 가스들이 다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목성 같은 거대 가스 행성이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천문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단 하나였다. 저 '뜨거운 목성'들은 원래 저 멀리 추운 외곽에서 만들어졌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태양 쪽을 향해 궤도를 좁히며 맹렬하게 안쪽으로 기어(이동) 들어왔다는 것이다! 갓 태어난 태양계는 엄청난 양의 가스와 먼지 원반(강물)으로 덮여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거대 행성은 이 끈적한 가스 강물의 마찰력에 질질 끌려가며 궤도의 속도를 잃어버리고(마찰 저항), 결국 나선형을 그리며 태양 쪽으로 무자비하게 빨려 들어가는 끔찍한 돌진(행성 이동)을 시작하게 된다.
목성이 지구를 박살 낼 뻔했다, 그랜드 택(Grand Tack)
우리 태양계의 목성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최신 컴퓨터 시뮬레이션(그랜드 택 가설)에 따르면, 45억 년 전 목성도 가스 원반에 끌려 태양 쪽으로 미친 듯이 밀고 들어왔다. 화성 궤도 근처까지 돌진한 목성은 그 끔찍한 중력으로 태양계 안쪽에 있던 불쌍한 초기 암석 행성들을 당구공처럼 튕겨내어 궤도 밖으로 던져버리거나 태양으로 처넣어 박살 내 버렸다(제1세대 행성들의 멸망). 만약 이때 목성이 멈추지 않았다면 지구는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며, 목성은 태양 바로 옆에서 펄펄 끓는 '뜨거운 목성'이 되었을 것이다.
토성의 구원, 방향을 틀어라
지구의 운명이 끝장나기 직전, 기적 같은 구원 투수가 등장했다. 바로 목성 뒤에서 태어난 동생 행성, '토성'이었다. 토성 역시 목성을 따라 안쪽으로 끌려 들어오다가, 절묘한 위치에서 두 행성의 궤도가 완벽한 정수비(2:3 궤도 공명)로 맞물려버렸다. 목성과 토성이 중력의 밧줄로 꽉 묶여버리면서, 둘은 안으로 돌진하던 가스 원반의 흐름을 뚫고 돛단배가 바람을 거슬러 방향을 틀 듯(Tacking) 기적적으로 다시 태양계 바깥쪽(원래 자리)으로 후진하기 시작했다! 목성이 휩쓸고 지나간 뒤 남겨진 부스러기 먼지들이 다시 뭉쳐서 태어난 것이 바로 두 번째 세대 행성인 현재의 수, 금, 지, 화(지구형 행성)다.
평화로운 태양계는 예외적이다
천문학자들이 우주를 훑어본 결과, 우리 태양계처럼 질서 정연하게 돌덩어리와 가스 행성이 예쁘게 나뉘어 있는 시스템은 우주에서 극히 드문 '돌연변이'에 가깝다. 대부분의 외계 항성계는 거대 가스 행성들이 안쪽으로 밀고 들어와 깽판을 쳐놓은 흔적(뜨거운 목성)들로 가득하다. ![목성이 태양을 향해 안쪽으로 이동하고 돛단배가 바람에 태킹하는 것처럼 방향을 틀어 현재 궤도로 다시 밖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랜드 택 가설'의 하향식 다이어그램](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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