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콜레스테롤은 몸에 나쁘다
혈관을 막는 만악의 근원으로 낙인찍힌 '콜레스테롤'이 사실은 인간의 뇌와 세포막을 유지하는 필수 건축 자재이자 호르몬의 재료라는 억울한 생화학적 오해를 바로잡는다.
편집부 · 2024년 5월 30일 · 읽는 데 4분
건강 검진 결과표를 받을 때 현대인들이 가장 벌벌 떠는 수치가 있다. 바로 '콜레스테롤(Cholesterol)'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하면 사람들은 당장 혈관에 기름기가 덕지덕지 끼어 심장마비로 쓰러질 것 같은 공포에 사로잡혀 계란 노른자와 오징어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수십 년간 언론과 의사들은 콜레스테롤을 핏속의 살인마, 끔찍한 혈관 쓰레기로 악마화했다. 하지만 생물학의 눈으로 콜레스테롤을 들여다보면, 이 녀석은 피를 탁하게 만드는 쓰레기가 아니라 우리 몸을 유지하는 가장 숭고하고 완벽한 건축 자재이자 호르몬의 어머니(Mother)다. 만약 당신 몸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억지로 0(Zero)으로 만들어버린다면 당신은 단 1초도 살지 못하고 세포가 터져 죽어버릴 것이다. 억울한 누명을 쓴 끈적끈적한 생명의 기름, 콜레스테롤의 진짜 얼굴을 뜯어보자.
세포벽의 뼈대, 인체를 무너지지 않게 지탱하다
우리 몸을 이루는 30조 개의 세포는 겉면이 야들야들한 '세포막(기름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만약 콜레스테롤이 없다면 이 세포막은 너무 흐물흐물해서 물풍선처럼 퍽퍽 터져버릴 것이다. 콜레스테롤 분자는 세포막의 기름 틈새마다 철근처럼 콕콕 박혀 들어가 세포가 모양을 유지하고 단단하게 버틸 수 있게 지지대 역할을 해준다. 특히 뇌세포(신경 다발)는 전기가 밖으로 새지 않도록 피복재(미엘린 수초)로 칭칭 감겨있는데, 이 피복재의 핵심 성분이 바로 콜레스테롤이다. 즉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세포가 붕괴하고 뇌가 멈춰버린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만드는 공장(호르몬)
콜레스테롤의 가장 위대한 마법은 '호르몬'으로의 변신이다. 남자를 남자답게 근육질로 만드는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 여자를 여자답게 만드는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 그리고 우리가 스트레스를 이겨내게 해주는 비상 호르몬(코르티솔)까지! 이 모든 '스테로이드 호르몬'들의 유일한 원재료가 바로 콜레스테롤이다. 피 속에 떠다니는 콜레스테롤을 뼈대 삼아 모양을 살짝 비틀고 조립해서 호르몬을 찍어내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을 극도로 안 먹는 무리한 채식주의자들이 생리 불순이 오고 정력이 뚝 떨어지는 치명적인 이유가 바로 호르몬 공장의 재료가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좋은 놈(HDL)의 진실
피 검사를 하면 LDL은 '나쁜 놈', HDL은 '착한 놈'으로 나뉜다. 하지만 콜레스테롤 분자 자체는 100% 똑같이 생겼다. 차이는 콜레스테롤을 싣고 다니는 '택배 트럭'의 방향에 있다.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 80%는 간(Liver)에서 직접 찍어낸다.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잔뜩 싣고 온몸의 혈관으로 배달을 나가는 트럭이 'LDL'이다. 이 택배 기사(LDL)가 너무 많으면 배달 상자를 혈관 벽에 막 던져놓고 가버려서 혈관이 기름 찌꺼기(플라크)로 좁아지게 된다. 반면 'HDL'은 온몸의 혈관 벽에 굴러다니는 찌꺼기 콜레스테롤을 청소기처럼 싹 쓸어 담아 다시 간(쓰레기통)으로 회수해 가는 '청소 트럭'이다. 트럭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천사와 악마가 나뉘는 것이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건 고작 20%다
계란을 안 먹는다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드라마틱하게 떨어지진 않는다. 핏속 콜레스테롤의 80%는 내가 먹은 음식과 상관없이 간에서 유전적으로 스스로 합성해 내는 녀석들이기 때문이다(최근 미국 의학계도 식사 제한 권고를 폐지했다). 진짜 문제는 콜레스테롤 자체가 아니라, 달달한 빵이나 설탕(탄수화물)을 미친 듯이 쑤셔 넣을 때 간에서 넘쳐나는 잉여 에너지를 악성 콜레스테롤(중성지방)로 변환시켜 혈관에 때려 붓는 끔찍한 당분 대사 과정에 있다. ![인간 생물학에서 그 중요한 역할을 증명하듯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과 같은 빛나는 강력한 스테로이드로 마법처럼 변형되는 원시 콜레스테롤 분자를 보여주는 생화학 다이어그램](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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