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추출에서 생산으로, 전합성

우리는 질병에 걸리면 그에 맞는 처치를 합니다. 현재에는 대부분의 약값이 꽤 합리적이기 때문에 약국에 가서 약을 처방받지만, 그렇지 못했던 시절에는 자연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부스럼이 생긴 자리에 애기똥풀의 수액을 바르고, 몸살을 앓고 있을 때 생강이나 도라지를 달인 차를 마시는 등 우리가 흔히 민간 요법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그러합니다. 민간 요법은 대체로 비과학적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처치법들은 <동의보감>이나 <향약집성방> 등 한의학에서 중요한 의학서에 쓰여있기도 하고 현대 과학으로도 그 효과가 입증된 경우도 있는 만큼 가난했던 민간에서는 꽤 유용했던 치료법이었습니다.


사실 약국에서 처방받는 약들도 이러한 민간요법에서 기인한 것들이 꽤 있습니다. 대표적인 약물이 바로 아스피린입니다. 아스피린은 독일 바이엘 사 에서 1899년에 진통 및 해열에 효능이 있는 아세틸 살리실산을 약물로 출시한 제품으로, 전 세계 각지에서 100년 넘게 상비약으로 취급받을 정도로 인기있는 약품입니다.

아세틸 살리실산의 구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버드나무의 껍질의 진통효과는 매우 잘 알려져있는 사실 중 하나였습니다. 기원전 400년 경에 쓰여진 히포크라테스의 저서에서도 언급되었고, 이순신 장군이 과거시험을 보다 말에서 낙마했을때 버드나무 껍질로 상처를 동여 매고 다시 시험에 임했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등 버드나무 껍질은 매우 유용한 진통제였습니다. 이를 약품의 핵심 물질로 도입하려는 시도가 바로 19세기 독일에서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숨어있었습니다. 약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핵심 물질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야 하는데, 핵심 물질을 추출하기 위한 버드나무의 개체수는 이 약품의 수요를 감당할 만큼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약품을 만들기 위해 버드나무를 계속 베어내는 것도 환경적으로 안좋기도 하고, 순수한 살리실산은 굉장한 신맛이 있어 먹기에는 부적절 하였기 때문에, 이 물질을 먹기 좋은 형태로 대량 생산할 다른 방법을 생각하여야 했습니다.


이때 도입된 방법이 바로 전합성이었습니다. 전합성은 어떤 후보물질의 기초가 되는 분자로부터 출발하여 여러번의 합성 및 작용기 치환을 통해 후보 물질을 최종적으로 합성해 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러한 화학적 테크닉을 사용할 경우 기존에 얻고자 했던 살리실산은 물론 신맛을 개선한 아세트살리실산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살리실산의 pKa는 2.4로 강한 산이지만, 아세트살리실산의 pKa는 3.5로 비교적 약산이기에 복용할 때 거부감이나 위장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버드나무 껍질 내에서 진통효과를 내는 물질인 살리신의 β-글루코시드 부분을 카복실산(-COOH)으로 치환하여 살리실산을 얻고, 살리실산의 알코올기(-OH)를 아세틸기(-CH3COO)로 치환하여 현재의 아스피린을 합성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아스피린의 합성 경로

전합성의 또다른 대표적 사례로는 항암제인 '탁솔'이 있습니다. 탁솔은 주목나무 껍질에서 얻을 수 있는 물질로 난소암, 유방암, 폐암 말기 환자에게 주로 처방되는 약품입니다. 그러나 이 물질은 100년 이상 자란 주목나무의 씨눈에서만 추출되어 매우 희귀하였고, 성분의 분석과 대량생산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주목나무의 종자에서 탁솔 성분이 대량으로 발견되었고, 이에 연구에 착수하여 현재는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Danishefsky's taxol total synthesis scheme

전합성은 현재 학계에서도 뜨거운 감자입니다. 대표적인 연구 사례로 항암 치료 물질인 플루게닌 C의 합성 경로 개발이 있습니다. KAIST 한순규 교수님의 연구팀은 Rauhut-Currier(RC) 반응을 이용하여 이합체 천연물인 플루게닌 C의 합성에 성공하였습니다. Rauhut-Currier 반응은 친핵체 촉매에 의해 진행되는 알케인 사이의 반응인데, 이 때 친핵체 촉매는 전자쌍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촉매와 알케인 분자 간에 반응이 일어나면 알케인 이합체가 형성되게 됩니다. 이 연구는 분자 간 Rauhut-Currier반응을 전합성에 응용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습니다. 기존의 방법은 고온과 고농도 조건에서 독성이 있는 촉매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전합성에 이용하는데 적합하지 않았지만, 아미노산 유도체를 열두단계에 거쳐 반응하는 경로를 통해 플루게닌 C 합성에 성공하였습니다.


플루게닌 C 합성경로

전합성은 어렵고 생소한 분야이기에 생소하게 느껴졌던 분야입니다. 하지만 의, 약학 계열에서 대량생산이라는 요소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전합성은 화학과 의, 약학을 연결해주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이 분야가 더욱 더 발전하여 모든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필요한 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원하던 케미 2019 여름호


작성자: 17-025 김영욱

분야: 유기화학


참고문헌:

[1] Nature product Total synthesis

https://pubs.acs.org/page/jacsat/vi/natural-product-total-synthesis.html

[2] 천연물에서 찾은 화합물, 전합성

https://blog.lgchem.com/2016/04/total-synthesis/


이미지:

[1] http://www.chem.ucla.edu/~harding/IGOC/O/organic_synthesis.html

[2] http://www.chem.ucla.edu/~harding/IGOC/O/organic_synthesis.html

[3] https://en.wikipedia.org/wiki/Danishefsky_Taxol_total_synthesis

[4] http://www.hellodd.com/?md=news&mt=view&pid=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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