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지식더하기 암의 6가지 특징

정상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무한 증식하고 혈관을 끌어오며 딴 곳으로 이사(전이)를 가는 좀비 세포, '암(Cancer)'을 정의하는 6가지 악마적 생물학적 특징을 파헤친다.

편집부 · 2023년 1월 17일 · 읽는 데 4분

종양학, 여섯 가지 악마적인 생물학적 초능력을 나타내는 떠다니는 빛나는 홀로그램 아이콘 여섯 개로 둘러싸인 단일의 뒤틀리고 빛나는 녹색 암세포의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의학 일러스트레이션
종양학, 여섯 가지 악마적인 생물학적 초능력을 나타내는 떠다니는 빛나는 홀로그램 아이콘 여섯 개로 둘러싸인 단일의 뒤틀리고 빛나는 녹색 암세포의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의학 일러스트레이션

인간의 몸은 약 30조 개의 세포가 협력하는 거대한 국가다. 뇌의 지시에 따라 세포들은 일정한 크기까지만 자라고, 수명이 다하거나 병이 들면 국가를 위해 얌전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세포 사멸). 그런데 어느 날, 특정 세포 하나가 국가의 통제를 거부하고 미친 듯이 반란을 일으킨다. 죽지도 않고 무한정 분열하며 몸속의 영양분을 싹 다 빨아먹고 결국 인간이라는 우주를 파괴해 버리는 궁극의 이기주의자, 바로 '암(Cancer)' 세포다. 2000년, 생물학자 더글러스 하나한과 로버트 와인버그는 정상 세포가 어떻게 이 사악한 좀비로 타락하는지 '암의 6가지 특징(Hallmarks of Cancer)'이라는 기념비적인 논문으로 정리했다. 우리 몸속에서 벌어지는 가장 정교하고 악랄한 암세포의 6가지 생존 전략을 해부해 보자.

무한 엔진과 브레이크 파열

첫 번째 특징은 '자체 성장 신호 생성'이다. 정상 세포는 밖에서 "성장해라"는 신호가 와야만 분열을 시작한다. 하지만 암세포는 돌연변이가 생겨 밖에서 신호가 없어도 자기 스스로 스위치를 켜고 미친 듯이 분열하는 가속 페달(무한 엔진)을 달고 있다. 두 번째는 '성장 억제 신호 무시'다. 몸이 너무 복잡해지면 주변에서 "이제 그만 자라!" 하고 브레이크를 밟아주는데, 암세포는 세포 주기를 통제하는 유전자(p53 등)가 고장 나서 이 억제 신호를 쿨하게 무시해 버린다. 즉 가속 페달은 고장 나서 계속 밟혀있고, 브레이크는 완전히 파열되어 터져버린 미친 스포츠카가 된 것이다.

죽지 않는 좀비들의 탄생

세 번째는 '세포 사멸(Apoptosis) 회피'다. 정상 세포는 DNA가 너무 망가져서 고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캡슐을 터뜨려 깔끔하게 자결(자살)한다. 하지만 암세포는 이 자살 명령 회로를 끊어버려서, 좀비처럼 썩어 문드러진 DNA를 가지고도 꾸역꾸역 살아남는다. 네 번째는 '무한 복제 능력(텔로미어 유지)'이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 끝부분(텔로미어)이 닳아 없어져서 결국 노화되어 죽게 되는데, 암세포는 '텔로머레이즈'라는 마법의 효소를 뿜어내어 닳아버린 끝부분을 계속 새로 복구한다. 수명이라는 시계태엽을 영원히 감아 불로장생을 손에 넣은 것이다. 왼쪽에는 DNA가 손상되어 의무적으로 자살(세포사멸)하는 정상적인 파란색 세포를, 오른쪽에는 자살 신호를 무시하고 격렬하게 증식하는 돌연변이 녹색 암세포를 보여주는 분할 화면

식량 약탈과 이사(전이)

다섯 번째는 '신생 혈관(Angiogenesis) 유도'다. 암 덩어리가 2밀리미터 이상으로 커지면 산소와 밥이 부족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다. 이때 암세포는 화학 물질(VEGF)을 뿜어내 주변에 있는 굵은 혈관을 꼬드긴다. 그러면 혈관이 암 덩어리 쪽으로 징그러운 모세혈관 촉수를 뻗어 새로운 길을 뚫어주고, 암은 온몸의 피와 영양분을 독식하는 거대한 기생충이 된다. 대망의 여섯 번째는 가장 끔찍한 '조직 침투 및 전이(Metastasis)'다. 밥을 든든히 먹고 세력을 불린 암세포들은 고향(위나 간)을 버리고 떨어져 나와 새로 뚫린 혈관을 타고 몸 전체를 둥둥 떠다닌다. 그러다 폐나 뇌 같은 엉뚱한 곳에 닻을 내리고 또다시 무한 증식을 시작한다. 암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이 수술로도 잘라낼 수 없는 악랄한 '전이' 능력 때문이다.

추가된 반란의 속성들

시간이 지나 과학자들은 암의 특징을 더 찾아냈다. 암세포는 포도당을 일반 세포보다 200배나 미친 듯이 비효율적으로 빨아먹으며 성장하는 기괴한 에너지 대사 구조(와버그 효과)를 가지며, 우리 몸을 지키는 백혈구(면역 세포)를 바보로 만들거나 수면제를 먹여 공격을 피하는 교활한 스텔스(면역 회피) 능력까지 진화시켰다. 성장하는 종양이 화학적 신호를 내뿜어 근처 혈관을 납치하고, 새로운 붉은 모세혈관 가지가 종양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종양으로 곧장 공격적으로 자라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현미경 다이어그램

남은 과제

이 6가지 생물학적 무기를 동시에 제압하는 기적의 항암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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