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실험실에서 만드는 수제 고기
소를 도축하지 않고 소의 줄기세포를 채취해 배양액 속에서 진짜 근육 세포로 길러내는 '배양육'의 세포 생물학적 원리와 식량 혁명을 조명한다.
편집부 · 2024년 11월 1일 · 읽는 데 4분
인류가 고기를 먹기 위해 치르는 대가는 참혹하다. 소고기 1킬로그램을 얻기 위해 소에게 곡물 7킬로그램과 물 1만 5천 리터를 쏟아부어야 하며, 거대한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는 소들이 뿜어내는 메탄가스(방귀와 트림)가 지구 온난화를 미친 듯이 가속시키고 있다. "살코기만 먹고 싶은데, 왜 굳이 뼈와 내장과 가죽까지 달린 살아있는 동물을 키웠다가 끔찍하게 죽여야 할까?" 2013년, 네덜란드의 마르크 포스트 교수는 이 잔인한 딜레마를 끝낼 기막힌 마술쇼를 세상에 선보였다. 소를 죽이는 대신 소의 허벅지에서 주사기로 세포 몇 개만 떼어낸 뒤, 실험실의 유리병 속에서 세포를 뭉게뭉게 키워내어 완벽한 소고기 패티(햄버거)를 구워낸 것이다. 콩으로 만든 가짜 고기가 아니라 현미경으로 봐도 유전자까지 100% 똑같은 진짜 고기, 농장이 아닌 실험실에서 자라나는 '배양육(Cultured Meat)'의 세포 생물학적 혁명 속으로 썰어 들어가 보자.
마법의 씨앗, 소의 줄기세포(Stem Cell)
실험실 고기의 시작은 살아있는 소의 근육에 마취 주사를 놓고 쌀알만 한 크기의 살점을 떼어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작은 살점 안에는 상처가 나면 새살을 돋게 만드는 '근육 줄기세포(위성 세포)'가 들어있다. 줄기세포는 조건만 맞춰주면 자기 자신을 수억 배로 복제해 내는 분열의 마법사다. 과학자들은 이 줄기세포를 추출하여 따뜻하고 포근한 거대한 스테인리스 통(생물 반응기)에 집어넣는다. 씨앗을 땅에 심은 것이다.
피를 대신하는 영양 수액, 배양액
통 속에 갇힌 세포가 미친 듯이 분열하려면 밥을 먹어야 한다. 실제 소의 몸속이라면 심장이 피(혈액)를 펌프질해서 산소와 아미노산, 비타민을 근육 세포에 배달해 주었을 것이다. 실험실에서는 피 대신 영양분이 가득 든 핑크색의 액체, '배양액(Media)'을 통 속에 콸콸 부어준다. 맛있는 영양 수액을 잔뜩 빨아먹은 1개의 소 줄기세포는 불과 40일 만에 1조 개로 증식하며 햄버거 패티 수만 장을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양의 고기 반죽(세포 덩어리)으로 폭발적으로 자라난다. 도축장에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소 수천 마리 분량의 살코기를 복사기로 찍어낸 것이다.
식감의 비밀, 3D 지지체(Scaffold) 훈련
하지만 통 속에서 그냥 세포를 불리기만 하면, 씹는 맛이 전혀 없는 징그러운 슬러시나 다진 고기(민스) 형태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건 칼로 썰 때 결이 살아있는 쫄깃한 스테이크다. 진짜 근육은 소가 걸어 다니고 뛰면서 근육이 찢어지고 뭉치는 과정(수축과 이완)을 거쳐야 질긴 섬유 다발을 형성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식용 젤리나 해조류로 만든 입체적인 '뼈대(지지체, Scaffold)' 위에 세포를 뿌려 자라게 한다. 그리고 약한 전기 충격을 주어 세포들이 마치 헬스장에서 운동하듯 씰룩씰룩 수축하게 강제 훈련을 시킨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고기의 쫄깃한 근섬유 결이 완성된다.
마블링의 연금술, 지방 세포와의 혼합
살코기(근육 세포)만 100% 뭉쳐놓은 고기는 타이어처럼 퍽퍽해서 아무 맛이 없다. 소고기의 고소한 풍미와 육즙은 붉은 살코기 사이사이에 하얗게 낀 '지방 세포(마블링)'가 불에 녹으면서 터져 나오는 화학 반응(마이야르 반응)의 결과다. 최첨단 배양육 스타트업들은 3D 바이오 프린터의 노즐 한쪽에서는 붉은 근육 세포 잉크를, 다른 쪽에서는 하얀 지방 세포 잉크를 교차로 번갈아 쏘아 올리며(프린팅), 컴퓨터로 디자인한 완벽한 1++ 등급 마블링을 가진 수제 안심스테이크를 실험실에서 층층이 인쇄해 내고 있다.
남은 과제
세포를 기르기 위해 사용하는 소태아혈청(FBS)이라는 핑크색 배양액의 가격이 1리터에 100만 원이 훌쩍 넘을 정도로 미치도록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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