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스타워즈 레이저총 소리의 비밀
우주 공간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데도 스타워즈에서 "피융~ 피융~" 하는 레이저총 소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용수철(슬링키)을 때릴 때 발생하는 '파동의 분산' 현상을 통해 분석한다.
편집부 · 2024년 12월 1일 · 읽는 데 4분
영화 <스타워즈>에서 제국군의 스톰트루퍼들이 반란군을 향해 블래스터(레이저총)를 쏘면 "피융! 피융!" 하는 기가 막힌 전자음이 극장 안을 찢어놓는다. SF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찰진 이 총소리는 도대체 어떻게 만든 것일까?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실제 레이저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으며, 애초에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소리 자체가 전달될 수 없다. 즉, 우리가 열광하는 그 레이저 소리는 1970년대의 천재적인 음향 감독(폴리 아티스트)이 일상생활의 고철 덩어리들을 뚜들겨 패서 억지로 만들어낸 '가짜 소리'다. 최첨단 컴퓨터 합성음인 줄 알았던 이 완벽한 우주 총소리의 정체는 놀랍게도 라디오 송신탑에 묶여있던 '팽팽한 쇠줄(가이 와이어)'을 스패너로 때렸을 때 나는 소리였다. 철사에서 탄생한 레이저총 소리의 물리학적 파동 원리를 파헤쳐 보자.
고음과 저음의 달리기 경주, 파동의 분산
공기 중에서 우리가 소리를 지르면, 높은음(고주파)이나 낮은음(저주파)이나 달리는 속도가 똑같다. 그래서 친구의 목소리가 찌그러지지 않고 내 귀에 동시에 도착한다. 그런데 소리가 공기가 아니라 팽팽하게 당겨진 '긴 쇠줄'이나 '용수철(슬링키)'을 타고 흘러가면 물리학의 룰이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쇠줄 속에서는 주파수가 높은 '고음'일수록 쇳덩어리를 타고 미친 듯이 빠르게(빠른 속도) 달려가고, 주파수가 낮은 묵직한 '저음'은 쇠줄을 타고 아주 느리게(느린 속도) 꾸물거리며 흘러간다. 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는 이 기괴한 현상을 물리학에서는 '파동의 분산(Dispersion)'이라고 부른다.
피융! 고음이 먼저 귀를 때리다
이 분산 현상 때문에 스패너로 팽팽한 쇠줄을 쾅! 하고 때리면 마법이 일어난다. 쾅! 하는 타격음 속에는 고음과 저음이 섞여 있는데, 쇠줄을 타고 소리가 쫙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달리기 속도가 빠른 '고주파(삐-하는 고음)'가 내 귀(마이크)에 0.1초 먼저 도착하고, 0.5초쯤 뒤에 굼벵이처럼 기어 온 '저주파(웅-하는 저음)'가 뒤늦게 도착하게 된다. 결국 내 귀에는 타격음이 한꺼번에 쾅! 하고 들리는 게 아니라, "삐이이이이이웅----" 하고 높은음에서 시작해서 순식간에 낮은음으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환상적인 사이파이(Sci-Fi) 전자음으로 변조되어 들리는 것이다. 이것이 스타워즈 레이저총 소리("피융!")의 완벽한 탄생 원리다.
장난감 슬링키로 우주 전쟁을 찍다
라디오 송신탑에 묶인 거대한 쇠줄을 때려 우주선 소리를 만들어낸 스타워즈 음향 감독 벤 버트(Ben Burtt)의 기법은 전 세계 음향계의 전설이 되었다. 오늘날 영화 지망생들이나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굳이 철탑을 찾아갈 필요가 없다. 문방구에서 파는 길고 구불구불한 쇠기둥 장난감인 '슬링키(Slinky)'를 공중에 팽팽하게 들고 젓가락으로 탁탁 치기만 해도, 금속을 타고 파동이 분산되면서 "피융! 피융!" 하는 레이저총 소리가 기가 막히게 울려 퍼진다.
얼음 호수에서 우는 고래의 비밀
이 기괴한 소리는 겨울철 꽁꽁 언 호수에서도 들을 수 있다. 호수의 얼음판에 돌멩이를 던지면, 얼음판을 타고 진동이 퍼져나가면서 고음이 귓가에 먼저 도착하고 저음이 늦게 도착한다. 그 결과 넓은 호수에서 마치 전자 기타를 튕기거나 외계 고래가 우는 듯한 "뾰오오오오오--" 하는 아름답고 기괴한 레이저 소리가 울려 퍼지는 자연의 신비를 감상할 수 있다.
남은 과제
가짜로 만들어낸 폴리(Foley) 사운드는 이제 AI 음향 합성 기술에 밀려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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