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지식더하기 누르면 불이 켜지는 압전소자

가스버너의 딱딱이부터 발걸음으로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까지, 결정(Crystal)을 꾹 누르면 전기가 튀어나오는 '압전 효과'의 분자적 마법을 다룬다.

편집부 · 2025년 6월 16일 · 읽는 데 4분

물리 재료, 무거운 금속 프레스에 의해 짜여지는 빛나는 석영 결정의 매우 섬세한 클로즈업으로 분자 구조에서 원시 푸른 전기의 밝은 스파크를 즉시 생성합니다
물리 재료, 무거운 금속 프레스에 의해 짜여지는 빛나는 석영 결정의 매우 섬세한 클로즈업으로 분자 구조에서 원시 푸른 전기의 밝은 스파크를 즉시 생성합니다

주방에서 쓰는 가스버너나 일회용 라이터의 스위치를 '딸깍' 하고 누르면 끝에서 파란색 전기 불꽃이 팍! 하고 튄다. 그 안에는 건전지가 단 한 개도 들어있지 않은데, 도대체 이 강력한 전기는 어디서 튀어나온 것일까? 버너를 켤 때마다 우리는 손가락의 꾹 누르는 힘(기계적 에너지)을 빛이 번쩍이는 전기 에너지로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엄청난 물리적 마법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힘을 가해 찌그러뜨리면 전기를 토해내고, 반대로 전기를 먹이면 스스로 부르르 떨며 진동하는 마법의 돌멩이. 현대 전자 산업의 필수 부품이자 걷기만 해도 전기를 생산하는 미래 에너지의 희망, '압전 소자(Piezoelectric Element)'의 결정학적 원리를 꾹꾹 눌러보자.

찌그러지면 전기가 흐른다, 압전 효과

세상에는 '석영(수정)'이나 특수한 도자기(세라믹)처럼 내부의 원자들이 아주 규칙적인 육각형이나 피라미드 모양으로 뼈대(결정 구조)를 이루고 있는 물질들이 있다. 이 결정 안에는 플러스(+) 전기를 띤 원자와 마이너스(-) 전기를 띤 원자가 완벽한 균형을 맞추고 있어서 평소에는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중성). 그런데 이 돌멩이를 망치로 때리거나 손으로 꾹 눌러서(압력) 뼈대를 강제로 찌그러뜨리면 어떻게 될까? 완벽했던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무게 중심이 순간적으로 확 틀어지면서, 돌멩이의 한쪽 끝에는 플러스가, 반대쪽 끝에는 마이너스가 엄청나게 쏠리게 된다(분극 현상). 이 쏠려버린 전압의 차이 때문에 순식간에 강력한 전류가 번쩍! 하고 튀어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1880년 피에르 퀴리 형제가 발견한 '압전 효과(Piezoelectric Effect)'다.

거꾸로 먹이면 떨린다, 역압전 효과

누르면 전기가 나온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 마법의 돌멩이는 반대(역방향)로도 작동한다. 압전 소자에 건전지를 연결해서 찌릿찌릿 전기를 흘려보내 주면, 돌멩이 안의 플러스 마이너스 원자들이 전기에 반응하여 밀고 당기면서 돌멩이 전체가 미친 듯이 늘어났다 줄어들며 부르르 진동하기 시작한다(역압전 효과). 이 역압전 효과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휴대폰을 진동 모드로 바꿀 때 지이잉- 하고 울리는 진동 모터나, 초음파 가습기에서 물을 1초에 수만 번 때려서 미세한 물안개로 뿜어내는 얇은 판때기가 바로 전기를 먹고 미친 듯이 진동하는 압전 소자들이다. 왼쪽에는 평범한 콘크리트 보도에 발을 쿵쿵 구르는 사람을, 오른쪽에는 발을 구르면 가로등에 즉시 불이 들어오는 빛나는 압전 타일에 발을 구르는 사람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

버려진 힘을 긁어모으다, 에너지 하베스팅

현대 공학자들은 이 '누르면 전기가 나오는' 성질을 이용해 버려지는 쓰레기 에너지를 긁어모으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에 열광하고 있다. 사람들이 수만 명씩 밟고 지나가는 지하철역 바닥이나 자동차가 씽씽 달리는 고속도로 아스팔트 밑에 거대한 압전 소자 패드를 깔아둔다고 상상해 보라. 사람들이 쿵쿵 발을 구를 때마다, 타이어가 바닥을 짓누를 때마다 패드가 찌그러지며 전기를 뿜어내고, 그 전기를 모아 가로등을 켜고 전광판을 돌릴 수 있다. 별도의 연료 없이 인간의 일상적인 발걸음 자체가 거대한 발전소가 되는 셈이다.

인공 심장 박동기의 영구 배터리

압전 소자의 가장 위대한 미래는 내 몸속에 있다. 심장에 인공 박동기를 단 환자들은 배터리가 다 닳으면 10년마다 가슴을 찢는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얇고 휘어지는 나노 압전 소자를 심장 근육 주변에 찰싹 붙여두면 어떨까? 환자의 심장이 평생 콩닥콩닥 뛸 때마다, 팽창하는 근육이 압전 소자를 꾹꾹 눌러주면서 인공 박동기에 필요한 전기를 실시간으로 영원히 만들어내게 된다. 배터리 교체가 필요 없는 영구적인 사이보그 장기가 탄생하는 것이다.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 세라믹 격자 내부의 양이온과 음이온을 보여주고, 물리적으로 찌그러져 엇갈리며 자유 전자를 쏘아내는 미세한 다이어그램

남은 과제

압전 소자가 뿜어내는 전압(순간적인 스파크)은 높지만, 지속적인 전류의 양(에너지의 크기)은 아직 형편없이 작아서 스마트폰 하나를 충전하기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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