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먹었던 음식을 데워먹을 때, 편의점 음식을 먹을 때. 전자레인지는 생활 속에서 자주 이용된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때 잠시 멈칫하게 될 때가 있다. 내가 가열하고자 하는 용기는 전자레인지로 가열해도 되는 것일까? 특히 플라스틱 제품의 경우,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건 아닐까? 전자레인지를 사용해도 되는 플라스틱 제품은 어떤 것이며, 그러한 제품들은 도대체 뭐가 다르기에 전자레인지를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이번 기사를 통해 그 모든 궁금증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분리배출표시로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알아보자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해당 제품의 분리배출표시를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열가소성 플라스틱 제품의 전자레인지 사용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분리배출표시는 위와 같이 글자로 표기된 것과 숫자로 표기된 것이 있다. 재질별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는 다음과 같다.
PET (Polyethylene Terephthalate) : 전자레인지 사용이 불가능하다. 음료수병이 대체로 PET로 만들어진다.
HDPE (High Density Polyethylene) :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하다. 음료수병 뚜껑, 우유병 등 단단한 용기가 HDPE로 만들어진다.
PVC (Polyvinyl Chloride) : 전자레인지 사용이 불가능하다. 일부 포장재, 랩이 PVC로 만들어진다.
LDPE (Low Density Polyethylene) : 전자레인지 사용이 불가능하다. 비닐봉지, 포장재, 지퍼백이 LDPE로 만들어진다.
PP (Polypropylene) :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하다. 밀폐 용기, 도시락, 종이 컵라면 코팅 등이 PP로 만들어진다.
PS (Polystyrene) : 전자레인지 사용이 불가능하다. 일회용 컵, 컵라면 용기 등이 PS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위의 재질별 판단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제조방법에 따라 내열성이나 내구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방법은 분리배출 여부가 적혀있지 않은 플라스틱에 대한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전자레인지를 사용해도 될까?
플라스틱은 열과 압력을 가해 성형할 수 있는 유기물 고분자화합물이다. 열을 가해서 재가공이 가능한 열가소성 플라스틱(thermoplastic)과 재가공이 불가능한 열경화성 플라스틱(thermosetting plastic)으로 나눌 수 있다. 앞서 소개한 PET, HDPE, PVD, LDPE, PP, PS는 모두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다. 열경화성 플라스틱에는 에폭시수지, 페놀 수지, 요소 수지, 멜라민수지 등이 있다. 이 중 페놀 수지, 요소 수지, 멜라민수지는 음식과 관련하여 실생활에서 자주 쓰인다.


멜라민수지는 잘 깨지지 않고 가격이 저렴하여 접시, 컵, 식판, 조리기구 등 다양한 주방용품에 사용된다. 멜라민수지는 전자레인지 고주파에 의해 파손될 수 있다. 멜라민수지가 멜라민과 포름알데히드의 결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파손 시 포름알데히드가 용출될 수 있다. 포름알데히드는 국제발암연구소에서 발암물질로 인정되는 발암 추정물질 내지 발암 우려 물질로 매우 위험하다. 페놀 수지, 요소 수지 또한 멜라민수지와 같은 포름알데히드계 수지로, 고주파에 의해 포름알데히드가 용출될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전자레인지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플라스틱과 환경호르몬
환경호르몬(정확한 명칭은 외인성 내분비 교란 화학 물질)은 우리 몸에서 정상적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이 아니라, 산업 활동을 통해 생성, 분비되는 화학 물질이다. 생물체에 흡수되면 내분비계 기능을 방해하는 유해물질이기도 하다. 플라스틱을 가열, 고주파에 노출 시키면 발생할 수 있는 환경호르몬은 비스페놀 A와 프탈레이트가 있다.


비스페놀 A(BPA)는 아기 우유병, 음료수 용기 등을 제작하는 데 쓰이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PC)를 만드는 단위체이다. 폴리카보네이트 용기를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BPA가 녹아 나와서 에스트로젠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여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프탈레이트는 폴리염화비닐(PVC 플라스틱)의 가소제로 이용된다. PVC는 탄소 원자와 염소 원자 사이의 전기음성도 차이에 의한 극성 결합을 보유하여 사슬 간의 인력이 크다. 순수한 PVC는 외부 압력에 버티는 힘은 우수하지만, 충격에 쉽게 깨지는 단점이 있어, 가공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가소제를 첨가한다. 종류는 DEHP, DBP, BBP, PET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DEHP·DBP 등은 중금속인 카드뮴과 같은 수준의 발암 가능 물질로 보고되어 있고 남·여 생식 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탈레이트 노출을 막으려면 PVC를 실온 이상에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많은 PVC와 PC 제품들이 다른 플라스틱으로 교체되고 있다. 그래도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로 가열할 때 BPA와 프탈레이트로부터 안전한지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BPA의 경우, 요즘 BPA FREE 표시를 하는 플라스틱 제품들이 늘고 있어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레인지 전용 용기 표시
전자레인지에 플라스틱을 가열할 때 이렇게 일일이 분리배출 표시나 재질을 확인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심지어 앞서 말했듯 HDPE나 PP같이 대체로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재질이더라도 제조 방식에 따라 전자레인지 사용이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편리 하고자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는 것인데, 이렇게 확인하는 과정이 복잡하다면 전자레인지 사용의 장점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의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2014년에 개정된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르면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기구 또는 용기·포장은 전자레인지용임을 표시하게 되어있다.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PE와 PP 재질 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용기 65건을 대상으로 식품으로 이행될 수 있는 납, 카드뮴 등 유해물질 용출량을 조사한 결과, 모두 불검출로 안전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전자레인지 사용 전 제품의 전자레인지 전용 용기 표시를 찾아보면,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플라스틱 용기의 전자레인지 사용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자레인지에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해 음식을 데울 때 몇 가지만 확인하면 이러한 걱정이 덜 수 있다. 첫째, 앞선 기사의 내용으로 해당 용기가 전자레인지 사용에 적절한 용기인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밀봉된 용기나 포장의 경우, 수증기 배출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즉석조리식품의 경우, 제품에 표시된 조리방법에 따라 전자레인지의 출력(700W, 1000W 등), 가열시간 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들만 지킨다면 안전하고 간편하게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1] 식품의약품안전처 https://www.mfds.go.kr
[2]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http://www.nifds.go.kr
[3]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 https://en.wikipedia.org
[4]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s://www.keco.or.kr
[2] https://term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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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방민솔
발행호│2020년 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