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의 현재와 미래
화재 위험과 겨울철 효율 저하를 겪는 현재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넘어, 싸고 튼튼한 LFP와 불타지 않는 꿈의 배터리 '전고체'가 이끌어갈 배터리 전쟁을 분석한다.
편집부 · 2023년 4월 10일 · 읽는 데 4분
전기차 배터리가 뿜어내는 불길은 지옥불을 연상케 한다. 한 번 불이 붙은 전기차는 소방차 열 대가 달라붙어 수만 리터의 물을 들이부어도 2~3시간 동안 꺼지지 않고 주변을 잿더미로 만든다. 현재 전 세계 99%의 전기차를 굴리고 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효율은 뛰어나지만, 그 속에 가득 찬 가연성 액체(전해질) 때문에 늘 화약고를 깔고 달리는 것과 같다. 에너지 밀도를 쥐어짜면서 동시에 화재 공포를 완벽하게 지워버릴 구원자는 없는 것일까? 폭발 직전의 위태로운 삼원계(NCM) 배터리와 가격으로 세상을 평정하고 있는 철(LFP) 배터리의 혈투, 그리고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목숨을 걸고 개발 중인 궁극의 불사조, '전고체 배터리(Solid-State Battery)'가 그려갈 자동차 산업의 생화학적 2막을 파헤쳐 보자.
화재의 주범, 액체 전해질과 열폭주
지금 당신의 스마트폰과 전기차 바닥에 들어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뱃속에는 '액체 전해질'이 찰랑거리고 있다. 이 액체는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부드럽게 헤엄치게 해주는 필수적인 수영장이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불에 엄청나게 잘 타는 '휘발성 유기 용매(석유계 기름)'라는 점이다. 만약 배터리가 강한 충격을 받거나 내부의 얇은 분리막이 찢어져 양극과 음극이 직접 닿아버리면(합선), 엄청난 열이 발생하며 액체 전해질이 펄펄 끓어올라 가스를 뿜어낸다. 이 열기가 옆에 있는 배터리 셀들을 도미노처럼 펑펑 터뜨리는 현상을 '열폭주(Thermal Runaway)'라고 부른다. 배터리 자체가 산소와 연료를 동시에 뿜어내며 미친 듯이 타오르기 때문에 외부에서 물을 뿌려도 끄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반값 배터리의 습격, 인산철(LFP)의 부활
화재 위험과 비싼 금속(코발트, 니켈) 가격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이 비명을 지를 때,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들고나온 무기가 바로 'LFP(리튬 인산철) 배터리'다. 니켈 대신 흔해 빠진 '철(Fe)'을 쑤셔 넣은 이 배터리는 에너지를 담는 그릇이 좁아서 주행거리가 짧고 무거운 것이 단점이었다. 하지만 철의 분자 구조(올리빈 구조)는 육각망처럼 미치도록 튼튼하게 결합되어 있어서, 아무리 열을 가하고 망치로 때려도 산소가 새어 나오지 않아 화재(폭발)가 나지 않는다. 최근 기술 발전으로 LFP도 셀을 빽빽하게 포장해(CTP 기술) 주행거리를 400km까지 끌어올렸고, 값이 압도적으로 싸기 때문에 현재 테슬라를 포함한 전 세계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무섭게 집어삼키고 있다.
최후의 구원자, 전고체 배터리(꿈의 배터리)
그러나 LFP 배터리는 무거워서 결국 1,000km를 달리는 슈퍼 전기차에는 쓸 수 없다. 가벼우면서도 절대 불이 나지 않는 궁극의 종착지, 그것이 바로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의 핵심 아이디어는 미치도록 단순하다. 배터리 내부에서 찰랑거리는 불타는 '액체(전해질)'를 빼버리고, 그 자리에 불에 절대 타지 않는 고체 블록(황화물계,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쑤셔 넣은 것이다. 액체가 없으니 분리막이 찢어질 일도 없고 가스가 새어나와 열폭주가 일어날 일도 완벽하게 사라진다. 안전해진 만큼 배터리를 강철 케이스로 둘러쌀 필요가 없어 빈 공간에 리튬을 꽉꽉 더 채워 넣을 수 있다. 크기는 절반으로 줄고, 주행거리는 1,000km를 뚫어버리는 마법이 완성된다.
고체의 장벽, 뚫리지 않는 이온의 길
문제는 찰랑거리는 액체 속에서는 리튬 이온들이 쏜살같이 헤엄치지만, 딱딱한 고체 블록(벽돌) 속에서는 리튬 이온들이 벽에 가로막혀 옴짝달싹 못 한다는 것이다. 리튬 이온이 고체를 뚫고 지나가게 만들려면 입자 사이의 틈을 없애기 위해 어마어마한 압력으로 고체를 찍어 눌러야 한다. 또한, 잦은 충전으로 음극에 날카로운 리튬 가지(덴드라이트)가 자라나 고체를 찔러 부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이 극악의 화학적 나노 공정 난이도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는 매년 "5년 뒤에 나옵니다"라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을 반복하며 아직도 실험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대 공장들과 남미의 리튬 광산, 중국의 철 광산을 연결하는 빛나는 빨간색 선으로 배터리 광물을 둘러싼 치열한 지정학적 전쟁을 강조하는 세계 지도](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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