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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오-랜턴을 닮은 화학물? 쿠커비투릴

최종 수정일: 2020년 11월 9일

1981년, 과학자들의 눈에 잭-오-랜턴을 만들기 위해 깎아놓은 늙은 호박처럼 보이는 화합물이 발견되었다. 이 화합물의 명칭은 호박의 학명인 쿠커비타세 (Cucurbitaceae) 와 이 물질을 이루는 단위 분자인 글라이코우릴 (Glycouril) 을 합쳐 만든 호박분자, 즉 쿠커비투릴 (Cucurbituril) 이라고 명칭 하였다.




이 화합물을 이루는 단위분자 글라이코우릴은 산소, 질소, 탄소, 수소 총 네 가지 원소로 구성된 분자로, 쿠커비투릴은 이 분자를 공유결합이 아닌 약한 결합으로 짜맞춰 만들어낸 초 분자이다. 본디 1905년에 독일의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이 분자는 당시 기술로 생긴 형태를 알 수 없어 잊혀졌었다. 그러나 1981년 X선 회절 법으로 가운데가 뻥 뚫린 호박 모양의 고리 분자를 확인할 수 있었고, 쿠커비투릴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그러나 그 뒤 쿠커비투릴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다시 잊혀졌다.



이렇게 과학계에서 잊혀짐만을 반복하던 쿠커비투릴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과학자는 다름아닌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 (IBS) 김기문 복합계 자기조립 연구단장이었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1988년 포항공대 화학과로 부임한 김기문 교수는 쿠커비투릴 이라는 일생연구 주제를 찾게 되고, 그 이후 이 화합물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빠져 연구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연구에도 벽은 있었다. 용액에 녹으면 자기조립 (self-assembly) 의 특성에 의해 스스로 모양을 갖추는 쿠커비투릴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쿠커비투릴을 용해 시킬 수 있는 용액을 찾아야 했는데, 오로지 강산에만 녹는 것이 문제였다. 김기문 단장 연구팀은 거듭된 실험 끝에 쿠커비투릴이 소금물에 녹는다는 사실을 발견해냈고, 쿠커비투릴을 녹여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형시키며 연구를 급속도로 진전시켰다.



쿠커비투릴의 가장 큰 특징은 속이 텅 비어있는 호박 형태라는 것인데, 그에 걸맞게 연구팀은 쿠커비투릴 내부에 유기 분자를 넣는 것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 먼저 연구팀은 쿠커비투릴 내부 구멍에 짧은 막대형 유기분자를 끼워 넣어 로탁세인 (rotaxan) 을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이후 로탁세인 여러개를 연결하여 목걸이 형태로 만들어 보기도 하였다. 이 연구결과는 1996년 미국화학 학회지에 발표되었다.



이후 2000년엔 글라이코우릴 6개로 이루어진다고 알려진 쿠커비투릴을 글라이코우릴 5개, 7개, 또는 8개로 구성하여 만들어보았다. 단위 분자의 개수가 많아질 수록 고리가 커지고 안쪽의 빈 공간이 넓어지며 쿠커비투릴 분자가 더 유연해 진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각각을 구분하기 위해 분자 명 뒤에 숫자를 붙여 각각을 구분하였다.


CB[5], CB[6], CB[7], CB[8] 이 그 예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쿠커비투릴의 내부가 아닌 표면에 다양한 화학물질, 즉 치환기를 붙이는 실험을 하였는데, 쿠커비투릴은 어떤 치환기를 붙이느냐에 따라 자신의 화학적 성질이 달라졌다. 이로서 강산에서만 녹던 쿠커비투릴을 유기용매나 물에 녹일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기 시작하였다.



쿠커비투릴의 정확한 모양은 호박의 위 아래를 수평으로 잘라낸 뒤 속을 파낸 모양이다. 또한 위아래로 카르보닐기 (C=O) 가 있어서 다양한 이온을 붙일 수 있다. 이러한 생김새로 인해 쿠커비투릴은 작은 분자를 넣는 '나노 캡슐'의 용도로서 주목을 받았다. 이전까지 나노캡슐을 만드는 일은 굉장히 어려웠으나, 쿠커비투릴은 적당한 조건만 맞춰주면 스스로 캡슐 모양을 형성하여 굉장히 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쿠커비투릴은 나노 캡슐 이외에 분자기계로서의 가능성을 주목 받았는데, 개별분자를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나노단위 기계를 말한다. 이전에 언급했던 로탁세인의 조건을 바꿔주면, 쿠커비투릴의 위치가 이동하는데, 이는 외부의 조건을 이용하여 분자단위의 결합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이 두 가지 특징만으로도 쿠커비투릴을 연구할 가치는 충분하였고, 이후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여러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하였던 나노캡슐로서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쿠커비투릴이 자신과 비슷한 성질의 분자를 끌어당기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포스텍 화학공학과 연구진은 암페타민 계열의 마약을 검출하는 휴대용 마약 센서를 개발하였다. 이러한 마약 검출의 원리는 쿠커비투릴 분자 층을 코팅한 뒤 그 위에 암페타민 분자를 묻히면 쿠커비투릴이 암페타민 분자와 결합하게 된다. 이때 쿠커비투릴의 전자배치가 변하게 되는데, 이를 반도체가 감지하여 전기신호를 보낸다. 이를 통해 기존 마약 센서보다 훨씬 민감한 마약검출이 가능하다.



이러한 마법 같은 물질인 쿠커비투릴은 언젠간 우리 삶을 한 단계 더 진보할 수 있게 만드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성자> 18-014 김동혁

<분야> 유기화학

유기화학은 무기화학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유기화합물, 즉 탄소화합물의 제조법·성질·반응·용도 등을 다룹니다. 원래 생명체의 구성성분 또는 대사 등으로 만들어지는 화합물의 구조 또는 화학반응에 대하여 연구하는 분야로, 화학적 변환에 의한 조작이 주 내용이었으나, 현재는 구조의 결정에 분광학이나 X선회절법 등이 도입되고, 구조나 반응의 설명에도 양자역학적수법을 쓰는 등 물리학에 접근하는 경향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 생물의 효소반응·대사·유전 등의 현상에 도전하는 생물화학도 생기는 등 그 분과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1. You-Moon Jeon, Jaheon Kim, Dongmok Whang, Kimoon Kim, Molecular container assembly capable of controlling binding and release of its guest molecules: Reversible encapsulation of organic molecules in sodium ion complexed cucurbituril, 1996

2. 유기화학, 위키백과

3. “속 긁어낸 호박 분자 쿠커비투릴, 사실은 신통방통 알찬 초분자!” 기초과학연구원

<이미지>

1. 기초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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