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1년, 보이저 1호는 토성의 북극을 지나다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바로 토성의 북극을 중심으로, 자연에서 보기 어려운 육각형 모양 소용돌이가 관측되었던 것입니다! 2006년 NASA의 카시니-하위헌스 탐사 (Cassini-Huygens space-research mission)을 통하여 재관측이 가능해진 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된 이 육각형 모양 소용돌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의문을 품게 됩니다. 어떻게 대칭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자연이, 이토록 비대칭적인 현상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실험실 속에서의 재현

과학자들은 액체를 통한 실험을 통해, 이와 비슷한 환경을 실험실 속에서 재현하고 같은 현상을 관찰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멈춰있는 원통형 통 속에 물을 담고, 밑면을 일정한 각속도로 회전하게 될 경우 물의 양과 회전 각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중심 구역의 모양이 대칭적인 원형 (n = 0)이 아닌 세차 운동하는 원, 타원, 삼각형부터 육각형 (n = 0 ~ 6)까지의 다양한 다각형 모양들이 관측되었습니다. 7각형 이상의 정다각형들 (n ≥ 7)은 관측되지 않았기에, 이론상 7각형이 존재한다면 임계적으로 안정할 것으로 예측이 됩니다. 육각형 단계에서 각속도가 더욱 증가했을 경우, 연속적인 신호들의 증폭으로 인해 뚜렷한 다각형들이 파괴되는 것이 관측되었습니다.
다각형 모양 소용돌이들은 매우 안정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유체 소용돌이에 외부적인 요소를 가해 다각형을 파괴시켜도, 짧은 시간 내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밑면의 각속도를 서서히 증가시켰을 경우와 순간적으로 증가/감소시켜 도달하였을 경우 모두 동일한 평형 패턴을 형성하였고, 이는 이 현상이 초기 조건에 크게 민감하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이웃하는 상태들 끼리 두 종류의 평형이 중첩되는 현상 또한 관측되었습니다. n = 3과 n = 4 평형 사이에서는 중심부에서 두 다각형이 중첩되어있는 것이 관찰되었으며, 두 형태의 각속도 차이에 의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양상이 관측되었습니다.

소용돌이의 자유 표면이 가지는 분산 관계
여러 관찰 결과를 통해, 저희는 이러한 현상이 특정 조건 내에서 그 진폭이 지수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고유 모드 (normal mode)에 해당하는 파동들이 이러한 다각형 모양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다각형이 어떤 조건 하에 생기는지 알기 위해, 표면파가 유동의 자유 표면에서 가지는 분산 관계 (dispersion relation of free-surface water waves)를 유도한 뒤, 성장률이 가장 큰 파동들이 주가 되어 형태를 결정한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먼저 위와 같은 원통 좌표계 (r, θ, z)를 고려하겠습니다. 회전하는 바닥과 정지해있는 벽에 의해, 유체 내부에서는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접선방향 유속이 감소하는, 포텐셜 소용돌이 (Potential Vortex)의 형태를 띄게 됩니다. 각 유체 입자가 유선을 따라 각운동량을 보존하는 유동이라 직관적 해석이 가능한 이 유동은 접선방향 유속이 Uθ(r) = Γ/2πr의, 반지름에 대한 역수 관계를 가집니다.
반지름 R의 원통에 초기 수면 높이 H0만큼의 물이 담긴 용기의 밑면을 각속도 Ω로 돌리는 상황을 고려하겠습니다. 포텐셜 유동이 설립된 후, 물은 r ∈ [ξ, R], z ∈ [0, ζ]의 구역 내에서 흐르고 있을 것입니다. 자유 표면에서의 힘 평형, 물 전체 부피의 보존, 그리고 바닥과 벽면에 의해 가해지는 전단 응력에 의한 각운동량 보존 식을 쓰게 되면 초기조건 R, H0, f로부터 유동의 형태를 결정하게 되는 ξ, ζ, Γ를 구할 수 있습니다.

유동의 형태가 결정되고 나면, 이제 자유 표면에서의 지배방정식을 유도할 차례입니다. 해당 상황 내의 레이놀즈 수 (Reynolds number)는 106보다 크므로, 난류 (turbulence)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른 의미로, 관성력이 점성력보다 지배적인 유동임을 알 수 있기에, 유속장 u에 대해 유속 포텐셜 φ (φ = ∇u)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해당 현상의 유동은 비압축성을 띄기 때문에 라플라스 방정식 (Laplace equation)을 만족합니다.
또한, 무시 가능한 표면장력을 가진 유체의 자유 표면에서는 가속도와 관련된 동적 경계 조건이 부여됩니다.

위 지배방정식을 만족하는 계에서 작은 포텐셜 섭동 (small potential perturbation, v’ = ∇φ)을 가함을 통해 표면파가 유동의 자유 표면에서 가지는 분산 관계를 구할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 H0/R = 0.276 조건에서 삼각형 형태를 가지는 표면파에 대해 무차원 변수 ξ/R의 값에 따라 진동수의 실수부를 나타낸 것입니다. 선들이 만나는 교점들에서는 r = R 경계면을 따라 움직이는 중력파 (gravitational wave)와 z = 0 경계면을 따라 움직이는 원심파 (centrifugal wave) 사이의 공명으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교점들에서 표면파의 고유진동수 (eigenfrequency) 값들은 0이 아닌 허수부를 가지게 되고, 시간에 따라 진폭이 지수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론으로는 여러 불안정성 구간 (instability region)이 예측되지만, 실험적으로는 가장 범위가 넓은 ([그림 7], ξ/R ≈ 0.43 )만이 관측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 그림은 이러한 이론적으로 유도한 분산관계를 통해 예측한 각 다각형의 불안정성 구역 (instability region)과 실험적으로 관측한 다각형의 존재 구역들을 나타낸 H0와 f에 대한 상평형 그림입니다. H0가 증가할수록, f가 증가할수록 더 높은 모드의 다각형들이 관측됨을 이론과 실험이 모두 시사하고 있습니다.
토성에서는 어떻게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다시 서론으로 돌아가자면, 토성에서는 어떻게 이러한 현상이 관측되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실험실 속의 실험 요소들과 토성의 요소들을 대응시켜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주장합니다. 토성 북극의 밀도가 비교적 가벼운 기체가, 밀도가 상대적으로 무거운 기체에 ‘담겨’ 있는 상황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전으로 인한 밑면의 회전, 관성이 더 높기에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벽면을 대응시키게 된다면, 성의 북극과 같은 환경에서의 다각형 소용돌이가 나타나는 것을 설명할 수 있겠네요. 본 기사에는 중심부가 비어있는 다각형 소용돌이들에 대한 이론적 접근만을 다뤘지만, 중심부에 물이 차있는 다각형 소용돌이 또한 란카인 소용돌이 (Rankine vortex)를 통한 이론적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자료>
[1] L. Tophøj, J. Mougel, T. Bohr, and D. Fabre, “Rotating Polygon Instability of a Swirling Free Surface Flow”, Phys. Rev. Lett.
[2] Thomas R. N. Jansson, Martin P. Haspang, Kare H. Jensen, Pascal Hersen, and Tomas Bohr, “Polygons on a Rotating Fluid Surface”, Phys. Rev. Lett.
<이미지>
[1] https://solarsystem.nasa.gov/missions/cassini/science/saturn/hexagon-in-motion/
[2], [7], [8] Thomas R. N. Jansson, Martin P. Haspang, Kare H. Jensen, Pascal Hersen, and Tomas Bohr, “Polygons on a Rotating Fluid Surface”, Phys. Rev. Lett.
[3] L. Tophøj, J. Mougel, T. Bohr, and D. Fabre, “Rotating Polygon Instability of a Swirling Free Surface Flow”, Phys. Rev. Lett., Thomas R. N. Jansson, Martin P. Haspang, Kare H. Jensen, Pascal Hersen, and Tomas Bohr, “Polygons on a Rotating Fluid Surface”, Phys. Rev. Lett.
[4], [5], [6] 자체제작
<동영상>
[1] https://www.youtube.com/watch?v=LcmNMWG9vqA

Physics 학생기자 이민석
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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