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우리의 직관을 뒤엎은 물리현상 chain fountain

컵 속의 쇠사슬을 당기면 사슬이 아래로 떨어지는 대신 허공으로 높게 솟구쳐 오르는 기괴한 물리 현상, '체인 파운틴(몰드 효과)'의 역학적 비밀을 파헤친다.

편집부 · 2025년 10월 24일 · 읽는 데 4분

물리학, 중력을 완전히 거스르며 빛나는 은빛 분수처럼 유리 비커에서 공중으로 높이 치솟는 금속 구슬 사슬의 초현실적인 고속 사진
물리학, 중력을 완전히 거스르며 빛나는 은빛 분수처럼 유리 비커에서 공중으로 높이 치솟는 금속 구슬 사슬의 초현실적인 고속 사진

비커 안에 기다란 쇠구슬 사슬(군번줄 같은 형태)이 잔뜩 감겨 있다. 사슬의 끝을 손으로 잡고 비커 밖으로 살짝 당겨서 바닥으로 떨어뜨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의 직관(뉴턴 역학)대로라면, 사슬은 그냥 비커 가장자리를 쓱쓱 스치며 뱀처럼 줄줄 미끄러져 바닥으로 쏟아져야 한다. 그런데 2013년, 유튜브에 올라온 한 과학자의 실험 영상은 전 세계 물리학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슬이 비커 가장자리를 스치는 대신, 마치 중력을 무시하듯 비커 밖 허공을 향해 1미터 이상 둥근 아치를 그리며 높이 솟구쳐 올랐다가(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괴한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뉴턴의 중력 법칙을 비웃으며 하늘로 치솟는 이 기상천외한 안티 그래비티 쇼, '체인 파운틴(Chain Fountain)' 혹은 '몰드 효과(Mould Effect)'에 숨겨진 짜릿한 역학의 비밀을 풀어 보자.

떨어지는 사슬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장력

일단 사슬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하면, 중력은 공중에 매달린 긴 사슬 덩어리를 무자비하게 아래로 끄잡아당긴다. 사슬이 바닥으로 빠르게 곤두박질칠수록, 비커 안에 남아있는 사슬을 밖으로 끌어내는 당기는 힘(장력, Tension)은 점점 더 무지막지하게 강해진다. 하지만 단순히 당기는 힘이 강하다고 해서 물체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법은 없다. 줄다리기를 세게 한다고 밧줄이 하늘로 떠오르지 않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솟구치는 '위쪽 방향'의 정체불명 힘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케임브리지 대학의 물리학자 존 비긴스와 마크 워너는 이 기괴한 현상을 풀기 위해 사슬을 이루는 미세한 '구슬과 막대(링크)'들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해부하기 시작했다.

지렛대의 원리, 바닥을 걷어차는 킥(Kickback)

비밀의 열쇠는 사슬이 단순한 '부드러운 실'이 아니라, 딱딱한 금속 구슬과 짧은 막대가 연결된 '단단한 막대기들의 연속'이라는 점에 있었다. 비커 안에서 조용히 똬리를 틀고 있던 구슬 뭉치를 허공으로 당겨 올리는 찰나를 슬로우 모션으로 보자. 당겨지는 구슬(A)이 위로 들릴 때, 그 구슬에 단단한 막대로 묶여 있는 바로 뒤의 구슬(B)은 지렛대처럼 반대 방향인 '아래쪽(비커 바닥 쪽)'으로 쾅 하고 처박히게 된다. 비커 바닥이나 다른 사슬 뭉치들을 때리게 된 구슬 B는 작용-반작용의 법칙(뉴턴 제3법칙)에 의해 바닥으로부터 강력하게 튕겨 오르는 반발력(Kickback force)을 얻는다. 즉, 밖에서 사슬을 당기는 힘과, 사슬 스스로가 바닥을 발로 차며 튕겨 오르는 힘이 합쳐지면서 허공을 향해 강력하게 로켓처럼 솟구쳐 오르는 것이다. 레버 역할을 하는 금속 구슬이 뭉치의 바닥을 치고 사슬을 공중으로 추진하는 위쪽 킥 힘(킥백)을 생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클로즈업 다이어그램

부드러운 실은 분수를 만들지 못한다

몰드 효과가 단순한 실이나 유연한 고무줄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지렛대 반발력' 때문이다. 부드러운 실은 위로 당겨질 때 뒤따라오는 부분이 바닥을 내리찍는 빳빳한 지렛대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냥 흐물흐물하게 끌려갈 뿐이다. 하지만 쇠구슬 사슬이나 마카로니처럼 꺾이는 각도에 한계가 있는 딱딱한 강체(Rigid body)들이 엮여 있을 때만, 서로가 서로를 튕겨내며 바닥을 걷어차는 엄청난 반발력을 만들어내어 중력을 거스르는 거대한 아치형 분수를 그려낼 수 있다.

자유 낙하의 한계를 뚫어버린 속도

더 충격적인 사실은 체인 파운틴이 쏟아져 내리는 속도다. 일반적인 물체를 허공에서 떨어뜨리면 중력 가속도(9.8m/s²)에 맞춰서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갈릴레오의 자유 낙하). 그런데 체인 파운틴은 바닥을 걷어차며 위로 솟구치는 밀어주기 힘(Kickback)이 추가되기 때문에, 그냥 허공에서 돌멩이를 떨어뜨릴 때보다 훨씬 더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땅을 향해 처박힌다. 중력 혼자 당기는 것이 아니라 사슬 스스로가 바닥을 발로 차며 엔진처럼 가속도를 붙여주기 때문이다. ![왼쪽 가장자리에서 그냥 끌리는 일반 로프를 당기는 사람과 오른쪽의 단단한 구슬 사슬의 반중력 도약을 비교하는 분할 화면](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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