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우리는 과연 플라스틱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투명한 페트병부터 단단한 장난감까지, 겉보기엔 똑같지만 분자 구조가 전혀 달라 절대 함께 섞여 재활용될 수 없는 플라스틱의 화학적 정체를 고발한다.

편집부 · 2021년 10월 14일 · 읽는 데 4분

환경 화학, 다양한 플라스틱 품목(병, 장난감, 가방)이 뒤죽박죽으로 쌓여 독성이 있고 섞이지 않는 화학 슬러지로 융합되는 모습
환경 화학, 다양한 플라스틱 품목(병, 장난감, 가방)이 뒤죽박죽으로 쌓여 독성이 있고 섞이지 않는 화학 슬러지로 융합되는 모습

우리는 매일 쓰레기를 버릴 때 '플라스틱'이라고 쓰인 분리수거함에 생수병, 샴푸통, 배달 용기, 장난감을 한꺼번에 쑤셔 넣으며 지구를 지켰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재활용 공장으로 실려 간 이 쓰레기 더미 중 절반 이상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소각장이나 매립지로 직행해 불태워진다. "플라스틱은 녹이면 다 똑같은 플라스틱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화학의 가장 무서운 진실에 완벽하게 속고 있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하나의 물질이 아니다. 겉보기엔 똑같이 투명하고 매끄러워 보여도, 그 속을 이루는 분자 사슬(고분자)의 구조는 철과 나무의 차이만큼이나 완전히 다르다. 절대로 서로 섞이지 않고, 섞는 순간 끔찍한 불량품이 되어버리는 플라스틱 분자들의 복잡한 족보와 재활용의 거짓말을 파헤쳐 보자.

플라스틱의 7가지 가문, 결코 섞이지 않는 피

플라스틱 바닥을 자세히 보면 세모난 재활용 마크 안에 1번부터 7번까지 번호가 적혀 있다. 이 번호는 플라스틱을 빚어낸 '탄소 사슬의 모양(분자 구조)'이 다르다는 뜻이다. 1번 페트(PET)는 투명하고 질겨서 생수병에 쓰이고, 2번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는 불투명하고 튼튼해서 샴푸통에 쓰인다. 3번 PVC는 파이프나 장판을 만드는 독성 플라스틱이고, 5번 PP(폴리프로필렌)는 열에 강해 전자레인지용 도시락통에 쓰인다. 문제는 이 녀석들을 용광로에 한꺼번에 넣고 끓여서 섞으려 들면 발생한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듯, 페트(PET)의 분자 사슬과 폴리프로필렌(PP)의 분자 사슬은 화학적으로 죽어도 서로 손을 맞잡지(결합하지) 않는다. 이들을 억지로 녹여서 섞어버리면, 서로 밀어내는 힘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과자처럼 바스라지는 최악의 쓰레기 덩어리가 탄생해 버린다.

페트병의 뚜껑과 라벨이 치명적인 이유

우리가 버리는 흔한 투명 생수병(PET, 1번) 하나조차 완벽한 재활용을 방해하는 폭탄이다. 병 몸통은 페트(PET)지만, 뚜껑은 더 질긴 HDPE(2번)로 만들어져 있고, 상표가 적힌 비닐 라벨은 또 다른 PP(5번) 재질로 코팅되어 있다. 생수병 하나를 버릴 때 뚜껑을 열고 라벨을 뜯어내지 않은 채로 버리면, 재활용 공장의 분쇄기가 이를 한꺼번에 갈아버린다. 완벽하게 투명한 1등급 페트 조각들 사이에 2번과 5번의 찌꺼기들이 화학적 불순물로 섞여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섞인 재생 플라스틱을 녹여서 새로운 병을 만들면 군데군데 구멍이 나거나 시커멓게 타버려 상품 가치가 0이 된다. 분리수거가 아니라 '완벽한 분해 수거'를 하지 않으면 플라스틱 재활용은 완벽한 사기극이 된다. 서로 다른 플라스틱 폴리머 사슬(PET, PVC, PP)이 빨간색과 파란색 네온 색상으로 충돌하며 서로 결합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미세한 단면

블랙 플라스틱과 복합 재질의 배신

배달 음식 용기로 자주 쓰이는 시커먼 플라스틱이나 햇반 용기도 최악의 쓰레기다. 재활용 공장에서는 기계(광학 선별기)가 레이저 빛을 쏘아 반사되는 파장을 보고 페트인지 PP인지 분류한다. 그런데 플라스틱이 검은색이면 이 레이저 빛을 몽땅 흡수해 버려 기계가 재질을 판별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레기장으로 토해낸다. 즉석밥 용기(OTHER, 7번)는 더 악질이다. 열을 견디고 산소를 막기 위해 PP와 나일론 등 전혀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 필름 3겹을 본드로 억지로 찰싹 붙여놓았다. 화학적으로 분리해 낼 방법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불에 태우거나 땅에 묻어야만 한다.

화학적 재활용, 불타는 구원자

결국 플라스틱을 물리적으로 갈아서 다시 뭉치는 재활용(물리적 재활용)은 횟수도 제한적이고 불순물의 벽을 넘을 수 없다. 그래서 최근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을 아예 섭씨 400도의 거대한 압력솥(열분해로)에 넣고 쪄버리는 '화학적 재활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푹푹 끓이면 길게 엮여있던 탄소 사슬들이 툭툭 끊어지며, 태초의 모습인 까만 원유(납사)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이렇게 뽑아낸 원유로 다시 완벽하게 깨끗한 100% 새 플라스틱을 창조해 내는 궁극의 리사이클링 기술이다. ![건강 경고, 맑은 물을 마시는 사람의 초현실적인 비주얼이지만 물은 빛나고 미세한 다채로운 미세 플라스틱 조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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