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염력 초능력자는 심각한 수전증 환자

SF 영화에서처럼 눈빛만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염력(Telekinesis)이 물리학적으로 왜 불가능한지, 분자의 열운동과 열역학 제2법칙을 통해 유쾌하게 꼬집는다.

편집부 · 2024년 7월 1일 · 읽는 데 4분

물리학 코미디, 눈빛만으로 떠 있는 커피 머그잔을 움직이려 하지만 머그잔이 움직이지 않고 심하게 흔들리며 끓기 시작하는 슈퍼히어로의 초현실적인 시각화
물리학 코미디, 눈빛만으로 떠 있는 커피 머그잔을 움직이려 하지만 머그잔이 움직이지 않고 심하게 흔들리며 끓기 시작하는 슈퍼히어로의 초현실적인 시각화

SF 영화나 만화를 보면 초능력자들이 미간을 찌푸린 채 손을 뻗어 무거운 자동차를 허공에 띄우거나 날아오는 총알을 공중에서 멈춰 세운다. 이른바 '염력(Telekinesis)'이다. 물리적인 접촉 없이 뇌파나 생각만으로 물체에 물리적인 힘(운동 에너지)을 가하는 이 멋진 초능력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로망이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의 눈에 이 초능력자들은 멋있는 영웅이 아니라, 기괴한 '수전증 환자'이거나 끔찍한 '방화범'에 불과하다. 만약 현실 세계에서 당신이 염력을 쓴다면, 자동차가 우아하게 하늘로 떠오르는 대신 당신의 눈앞에서 폭발하며 불타버리는 끔찍한 재앙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상상력을 파괴하는 차가운 통계역학과 열역학의 법칙을 통해, 왜 염력 초능력자가 물리학적으로 가장 최악의 바보짓인지 아주 유쾌하게 꼬집어 보자.

염력의 정체, 분자들을 툭툭 치는 것

우리가 손으로 커피잔을 밀면, 우리 손을 이루는 원자들이 커피잔의 원자들과 부딪히며 전자기력(반발력)으로 컵을 밀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염력은 무엇일까? 손이 닿지 않았으니, 당신의 뇌에서 어떤 정체불명의 에너지(초능력 빔)가 날아가서 커피잔을 이루는 분자들을 '때려야' 한다. 분자가 힘을 받아 움직이면 그것이 바로 '운동 에너지'가 된다. 여기까지는 영화와 같다. 문제는 물체를 이루는 수억 개의 수조 개의 수조 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분자들을 '어떻게' 때리느냐에 있다. 염력으로 커피잔을 오른쪽으로 1미터 부드럽게 밀어내려면, 이 무수히 많은 커피잔의 분자들을 정확하게 똑같은 타이밍에, 똑같은 속도로, 똑같은 방향(오른쪽)으로 쳐야만 한다.

분자의 무질서도, 열역학 제2법칙의 저주

하지만 우리의 뇌가 쏜 초능력 빔이 이 수경(京) 개의 분자들과 100% 완벽하게 소통하여 한 방향으로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통제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절대 '0(불가능)'이다. 현실에서 분자들은 제멋대로 날뛰려는 성질(엔트로피, 무질서도)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당신이 염력으로 컵에 에너지를 쏘아 넣으면, 컵을 이루는 분자들은 한 방향으로 우아하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제멋대로 사방팔방으로 튕겨 나가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분자들이 제자리에서 미친 듯이 진동하며 떨리는 현상, 이것을 물리학에서는 '열(Heat)'이라고 부른다. 즉, 당신이 염력으로 에너지를 주입하는 순간, 그것은 물체의 '운동 에너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물체를 펄펄 끓이는 '열 에너지'로 100% 낭비되어 버린다. 강렬한 열 에너지로 붉게 빛나며 서로 부딪히고 무질서하게 진동하는 공기 분자의 미세한 보기

자동차를 띄우려다 쇳물로 녹여버리다

간단한 계산을 해보자. 1톤짜리 자동차를 염력으로 공중에 10미터 들어 올린다고 가정하자. 이때 필요한 위치 에너지는 약 10만 줄(Joule)이다. 하지만 염력으로 쏜 에너지는 무질서한 분자 진동(열)으로 모조리 흩어져 버리므로, 자동차를 10미터 띄우기 위해 쏜 초능력은 사실상 자동차를 섭씨 수백 도의 가마솥으로 펄펄 끓이는 무지막지한 열선(히트 빔)을 쏜 것과 완벽하게 똑같은 결과를 낳는다. 자동차가 공중으로 떠오르기도 전에, 강철 범퍼가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타이어가 녹아내리며 기름 탱크가 펑 하고 폭발해 버릴 것이다. 염력 초능력자는 물건을 옮기는 일꾼이 아니라, 눈빛만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는 끔찍한 걸어 다니는 전자레인지인 셈이다.

날아오는 총알을 멈출 수 없는 이유

날아오는 총알을 공중에서 멈춰 세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총알의 엄청난 운동 에너지를 염력으로 상쇄하려면, 총알을 밀어내는 에너지를 쏘아야 한다. 하지만 그 힘은 총알을 밀어내기는커녕 총알을 이루는 납 분자들을 맹렬하게 진동(열)시킬 뿐이다. 총알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날아오되, 허공에서 수천 도로 끓어오르는 시뻘건 액체 용암(녹은 납) 방울로 변해 당신의 얼굴에 쏟아지게 된다. 물리적으로 총알에 맞아 죽는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고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정신력 염력으로 자동차를 밀려고 하면 순식간에 자동차가 빛나는 녹은 금속 웅덩이로 녹아버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코미디 인포그래픽

남은 과제

물론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입자 하나를 특정한 방향으로 밀어내는 미세한 통제(레이저 냉각 등)가 가능하지만, 그것은 절대 거시적인 크기의 사과나 자동차에 적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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