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jpg
55.jpg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코스모스

  • 블랙 페이스 북 아이콘
  • 블랙 인스 타 그램 아이콘

[에세이] 27000조각으로 잘린 시체 한 구에 생명을 불어넣다

2019년 3월 30일 업데이트됨

- National Geographic 01.2019 “The Immortal Corpse”를 읽고 -


당신은 과학자다. 의학 교육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고, 두 구의 죄수 시체를 수많은 조각으로 잘라 인체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연구했다. 그런 당신에게 연락이 왔다. ‘나도 잘라지고 싶다’고. 당신은 과연 그 말을 믿겠는가?


그러한 대담한 연락을 한 것은 당시 73세였던 수잔 포터(Susan Potter)였다. 그녀는 이미 26번의 수술을 겪은 후였고, 다양한 지병들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지만 매우 고집이 세고 자기 주관이 확실했다. 자신의 시체를 기증하기로 한 2000년부터 사망한 2015년까지 15년 동안 그녀는 한 번도 그녀의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흔들렸던 것은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5년이라는 기간 동안 그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스피처(Spitzer) 박사였다.


스피처 박사와 수잔 포터는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였다.

수잔은 어째서 스피처 박사에게 연락을 하게 된 것일까? 그녀는 어린 사람들이 더 나은 의사가 되도록 돕고 싶다고, 2002년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런데 그녀의 조금 더 깊은 내면에서는 조금은 외로웠기 때문 아닐까? 자신의 삶에 조금은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서. 이미 여러 번 부서진 몸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수잔은 자신의 엄마를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죽기 전에 자신의 두 딸과 연락이 되는 상태였지만 그 두 딸은 수잔의 추도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수잔은 자신의 시체를 기부하기로 한 마지막 15년을 오직 스피처 박사를 위해 살았던 게 아닐까. 자신의 곰 인형도 자신의 시체와 함께 얼린 후 잘라 달라는 다소 어린 부탁을 남기고, 그렇게 그녀는 폐렴으로 2015년 2월 16일, 이른 5시 15분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몸은 60일 동안의 긴 작업을 거쳐 27,000조각으로 잘라졌다. 그녀의 상반신을 자르는 작업실에서는 모자르트의 레퀴엠(Requiem)이 흐르고 있었다.


스피처 박사는 수잔이 생전에 원했던 대로 그녀의 시체를 연구에 사용하였다.

스피처 박사는 앞으로도 시체를 자르고 연구할 것이다. 그는 인류가 인체의 구조를 샅샅이 꿸 수 있을 때까지, 시체가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을 때까지. 이런 ‘Visible Human Project’라는 프로젝트는 인간 신체의 단면들에 대한 데이터를 통해 신체를 시각화하는 과정이다. 그녀의 신체를 담은 시뮬레이션은 그녀의 신체에 있는 기관지 한 가닥가닥, 혈관 하나 하나를 보여준다. 그녀의 몸을, 인간의 몸을 세세하게 층별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해부학 및 의학 기술의 큰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이다.


수잔 포터의 시체는 얼려진 후 27000조각으로 절단되었다.

물론, 이런 방식이 꼭 정확한 신체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얼린 후 절단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첫 신체 기부자였던 남성의 뇌는 약간 부풀어 오른 상태였고, 조각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귀의 일부분이 소실되기도 했다. (물론, 20세기의 기술로 이루어진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부족한 점도 많았을 것이며, 수잔의 경우 훨씬 더 발전된 기술로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또, 그 나이대, 그 성별, 또 특정한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신체에 대해서만 알 수 있기 때문에, 두 구의 시체와 수잔의 시체를 통해서 알 수 있었던 사실들은 모든 인류에 대해 공통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체의 세세한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은 다른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쉽지 않을 것임이 틀림없다.


-> 첫 번째 Visible Human Project의 결과물 중 머리 부분


과거에는 그저 뭉뚝한 칼과 도끼 뿐만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시체를 27000개의 정교한 조각들로 자를 수 있는 기술, 그 수많은 조각들을 분석하여 인체를 층별로 관찰 할 수 있는 기술, 또 그 모든 정보들을 데이터로 환산하여 대한 연구는 그와 다르게 기술의 발전이 토대가 되었다. 이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인류는 어떤 때보다 더 고차원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분석하고 있다. 로버트 조이는 ‘해부학은 의약품의 요람’이라고 했다. 이러한 과학적 탐구를 통해 인류는 인류를 이롭게 하고 있다.


수잔 포터는 의과대학생들에게 매우 따뜻했으며 그들에게 '인내'를 가르쳤다.

수잔의 굳건함의 이면에는 따뜻함이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 15년 간 의과대학생들의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했다. 수잔이 자기 자식인 양 챙기고 보살핀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삶의 방식과 신체, 지병에 대해 늘어놓은 이야기들은 후에 그 학생들이 수잔의 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수잔이 겪었던 허리 통증에 대한 투덜거림, 다리가 어떻게 아픈 지에 관한 이야기, 그녀의 생활 양식에 관한 이야기들… 대학생들은 그녀의 신체를 보면서 그 이야기를 떠올렸을 것이고, 그를 바탕으로 한 신체의 탐구는 모두 사람들이 그녀의 신체 뿐만 아니라 인체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낳았을 것이다.


Susan Potter의 인체를 담은 Visible Human Project

이런 연구는 쉽게 이루어지는 흔한 연구가 전혀 아니다. 수잔은 자기의 신체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살아 온 삶에 대한, 단순히 겉모습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도 전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15년 간 스피처 박사와 우정을 쌓아가는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스피처에게 들려주곤 했다. 수잔은 스피처가 그녀에게 전화를 하지 않으면 그에게 화를 내기도 할 만큼, 계속 가깝고 허물없는 사이를 유지하고자 했다. 스피처 박사는 수잔을 위해서 15년을 기다렸고, 수잔은 스피처를 위해서 15년을 살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인류는 남겨진 이름들과, 그 명예로운 죽음을 추앙해왔다. 수많은 영웅들의 이름을 찬양하고, 묘비를, 동상을, 기념비를 세웠으며 그들을 기억해 왔다. 수잔의 이름은 그녀의 형상화 된 인체와 함께 의학생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널리 알려질 것이다. 그녀의 몸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그녀의 이름 역시 명예와 함께 전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원했던 것이 과연 명예였던가?


자신이 가진 많은 것들 뿐만 아니라 몸조차 의학계에 베풀려고 한 수잔의 삶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허가 느껴진다.

바라던 바이오 2019 봄호


작성자: 18-114 최하영

분야: 해부학


참고문헌:

[1] National Geographic 01.2019 (Special Issue) "The Immortal Corpse", Cathy Newman

Copyright © 1996-2015 National Geographic SocietyCopyright © 2015-2019 National Geographic Partners, LLC. All rights reserved.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magazine/2019/01/visible-human-susan-potter-cadaver/

[2] NIH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Visible Human Project Gallery" https://www.nlm.nih.gov/research/visible/visible_gallery.html


이미지:

[1] National Geographic 01.2019 (Special Issue) "The Immortal Corpse", Lynn Johnson

[2] National Geographic 01.2019 (Special Issue) "The Immortal Corpse", Lynn Johnson

[3] National Geographic 01.2019 (Special Issue) "The Immortal Corpse", Lynn Johnson

[4] National Geographic 01.2019 (Special Issue) "The Immortal Corpse", Lynn Johnson

[5] National Geographic 01.2019 (Special Issue) "The Immortal Corpse", Lynn Johnson

[6] National Geographic 01.2019 (Special Issue) "The Immortal Corpse", Lynn Johnson

Copyright © 1996-2015 National Geographic SocietyCopyright © 2015-2019 National Geographic Partners, LLC. All rights reserved.


동영상:

[1] NCI Austrailia, The Visible Human Project - the head of male cadavor https://www.youtube.com/watch?v=ojCNUoVfzh4

조회 136회
Picture4.jpg
워터마크_white.png

KOSMOS는 KSA Online Science Magazine of Students의 약자로,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이 만들어나가는 온라인 과학매거진 입니다.

​본 단체와 웹사이트는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작물의 무단 전재 및 배포시 저작권법 136조에 의거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습니다. 

© 2018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KOSMOS. ALL RIGHTS RESERVED. Created by 김동휘, 윤태준.

운영진 연락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