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에세이 27000조각으로 잘린 시체 한 구에 생명을 불어넣다

사형수의 시신을 27,000조각으로 얇게 썰어 완벽한 3D 가상 인간으로 부활시킨 '비저블 휴먼 프로젝트'의 충격적 과정과 그 해부학적 유산을 돌아본다.

편집부 · 2021년 9월 21일 · 읽는 데 4분

해부학, 수천 개의 수평으로 쌓인 디지털 슬라이스로 형성된 빛나는 투명 홀로그램 인체, 첨단 의료 실험실에서 빛남
해부학, 수천 개의 수평으로 쌓인 디지털 슬라이스로 형성된 빛나는 투명 홀로그램 인체, 첨단 의료 실험실에서 빛남

의학의 발전은 항상 시체(카데바)를 해부하는 피비린내 나는 역사 위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1980년대,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의사들은 더 이상 썩어가는 시신에 메스를 댈 필요 없이 모니터 속에서 완벽하게 해부도를 360도로 돌려볼 수 있는 '디지털 가상 인간'을 꿈꾸기 시작했다. 미국의 국립의학도서관(NLM)은 이 미친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비저블 휴먼 프로젝트(Visible Human Project)'를 가동했다. 조건은 까다로웠다. 병에 걸리거나 늙은 시신이 아니라, 장기가 100% 온전하고 건강한 젊은 시신이 필요했다. 1993년, 텍사스에서 독극물 주사를 맞고 처형된 39세의 살인마 사형수 '조셉 폴 저니건(Joseph Paul Jernigan)'이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제물로 선택되었다. 그의 몸은 말 그대로 27,000개의 얇은 슬라이스로 썰려 컴퓨터 속에 업로드되었다. 한 끔찍한 살인자의 육체가 как 의학 발전의 위대한 데이터로 영생을 얻었는지 그 기괴하고 숭고한 디지털 부활의 과정을 따라가 보자.

영하 70도의 얼음 덩어리가 된 사형수

저니건이 사형 집행 직후 숨을 거두자마자, 그의 시신은 단 1초의 지체도 없이 얼음물에 담겨 연구소로 직행했다. 장기가 부패하여 모양이 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그의 시신을 파란색 젤라틴 겔에 푹 담근 뒤 영하 70도에서 꽁꽁 얼려버렸다. 마치 거대한 아이스스틱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저니건의 시신을 CT와 MRI 스캐너에 통과시켜 뼈와 신경의 3D 뼈대를 잡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완벽한 색깔과 질감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역사상 가장 무식하고도 소름 돋는 해부학을 시작했다. 그의 몸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목공소에서 쓰는 거대한 칼날(밀링 머신)로 썰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1밀리미터 두께로 27,000번 썰어내다

칼날은 저니건의 꽁꽁 언 시신을 정확히 '1밀리미터' 두께로 깎아냈다. 한 겹을 깎아낼 때마다 드러나는 선명한 살점, 핏줄, 장기의 단면을 고해상도 카메라가 찰칵 찍었다. 그리고 다시 1밀리미터를 깎아내고 사진을 찍는 끔찍한 작업이 4개월 동안 밤낮없이 무려 27,000번이나 반복되었다. 기계가 그의 발끝까지 다 썰어내어 육체의 흔적이 허공으로 완전히 먼지처럼 증발해 버렸을 때, 하드디스크에는 27,000장의 어마어마한 인체 단면 사진(데이터 15기가바이트)이 고스란히 저장되었다. 의학 역사상 최초로 인체의 완벽한 속살이 종이 두께로 낱낱이 파헤쳐져 0과 1의 데이터로 변환되는 순간이었다. 인체가 들어 있는 푸른 얼음 블록을 거대한 금속 밀링 머신으로 정밀하게 얇게 썰고, 단면의 초고해상도 사진을 캡처하는 드라마틱한 조명 장면

살인마에서 완벽한 가상 환자로

과학자들은 이 27,000장의 단면 사진들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마침내 모니터 안에서 저니건은 모세혈관 하나, 뇌신경 가닥 하나까지 완벽한 3D 모델로 부활했다. 이 데이터는 1994년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의과대학에 100% 무료로 배포되었다. 그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의대생들은 더 이상 포르말린 냄새에 구역질하며 시체를 해부할 필요가 없었다.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저니건의 피부를 벗기고 뼈만 남길 수 있었고, 뇌를 반으로 쪼개서 볼 수 있었다. 이 3D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늘날 의사들이 로봇 수술을 연습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나 비행기 좌석의 인체공학 테스트 마네킹 등 수천 가지의 의학 소프트웨어가 폭발적으로 탄생했다.

논란과 윤리, 기증된 몸의 권리

프로젝트는 성공했지만 거대한 윤리적 논쟁이 뒤따랐다. 저니건은 죽기 전 '연구용으로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사인하긴 했지만, 자신의 몸이 2만 7천 조각으로 썰려 전 세계 인터넷에 영원히 떠돌아다니는 '사이버 프랑켄슈타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유가족은 끔찍한 해부 방식에 분노했지만, 시신을 썰어낸 사진 자체를 '소유물'로 볼 것인지 '공공 데이터'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법적 기준조차 없던 시대였다. 과학을 위해 인간의 존엄을 어디까지 파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묵직한 철학적 질문을 남겼다. ![의료 미래, 가상 현실 헤드셋을 착용하고 빛나고 떠다니는 3D 인체 모델에서 복잡한 모의 수술을 수행하는 의사](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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