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제가 된 사이코패스의 아들
자신이 연쇄 살인마의 뇌 구조(사이코패스)를 가졌음을 우연히 깨닫고도 괴물이 아닌 따뜻한 과학자가 된 제임스 팰런의 뇌과학적 통찰을 다룬다.
편집부 · 2021년 10월 24일 · 읽는 데 4분
인간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가? 연쇄 살인마의 피가 흐른다면 그 아이는 반드시 악마로 자라날 수밖에 없을까?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의 저명한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James Fallon) 교수는 평생을 사이코패스 살인마들의 뇌를 연구하며 끔찍한 괴물들의 패턴을 찾아내는 데 바쳤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위해 가족들의 뇌 사진을 분석하다가 자신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발견을 하게 된다. 자신의 뇌 사진이 수많은 연쇄 살인마들이 띠고 있는 완벽한 '사이코패스의 뇌'와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조상 중에는 어머니를 토막 내어 죽인 역사적인 살인마 리지 보든을 비롯해 수십 명의 잔혹한 살인귀가 드글거렸다. 연쇄 살인마의 뇌와 살인자의 유전자를 완벽하게 몰빵으로 물려받은 이 뇌과학자는 어떻게 감옥에 가지 않고 성공한 학자로, 따뜻한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악마의 유전자를 이겨낸 사랑과 뇌과학의 기적 같은 반전을 추적해 보자.
공감이 거세된 뇌, 사이코패스의 구조
제임스 팰런이 살인마들의 뇌를 스캔하여 발견한 사이코패스의 공통점은 뇌의 앞부분(전두엽)과 감정 중추(편도체)의 스위치가 툭 꺼져 있다는 것이었다. 전두엽은 인간이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역지사지), 사회적 도덕규범을 지키며 충동을 억누르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편도체는 공포와 슬픔을 느끼는 '감정의 사이렌'이다. 그런데 이 두 부위의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팰런의 뇌는, 타인이 슬퍼서 울고 있어도 뇌에서 전혀 반응(공감)을 일으키지 않았고 위험한 짓을 저지르거나 도덕을 어겨도 공포심이나 죄책감을 1도 느끼지 못했다. 말 그대로 피도 눈물도 없는 얼음장 같은 이성(파충류의 뇌)만 완벽하게 작동하는 살인 기계의 뇌 구조 그 자체였다.
악마의 유전자, 마오에이(MAOA)
그는 유전자 검사도 해보았다. 결과는 끔찍하게도 '전사 유전자'라 불리는 MAOA 유전자의 치명적인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 이 유전자에 결함이 있으면 뇌에 세로토닌 같은 호르몬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으면 참지 못하고 폭발적인 폭력성과 공격성을 미친 듯이 뿜어내게 된다. 최악의 뇌 구조에 최악의 유전자까지, 그는 연쇄 살인마가 되기 위한 생물학적 장전이 완벽하게 끝난 시한폭탄이었다. 실제로 그는 어릴 적부터 감정이 극도로 메말라 있었고, 거짓말에 능통했으며, 스릴을 즐기기 위해 친구들을 위험한 절벽으로 몰아넣고 낄낄거리는 소름 돋는 비공감적 기질을 뼛속 깊이 달고 살았다.
유전자를 덮어버린 '환경'의 마법
그렇다면 이 시한폭탄의 뇌를 가진 팰런은 왜 칼을 쥔 살인마가 되지 않고 펜을 쥔 과학자가 되었을까? 그를 괴물의 늪에서 건져 올린 것은 바로 '어린 시절의 사랑'이었다. 팰런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극도로 화목하고 헌신적인 부모님의 맹목적인 사랑과 관심 속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이코패스의 유전자(총알)를 장전하고 태어나더라도, 어린 시절 끔찍한 학대나 버림받음이라는 '트라우마(방아쇠)'가 당겨지지 않는다면 총은 영원히 발사되지 않는다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기적을 스스로 증명해 낸 것이다.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이라는 환경적 코팅이 악마의 유전자가 밖으로 튀어나와 흉악 범죄로 발현되는 것을 완벽하게 봉인해 버렸다.
친사회적 사이코패스, 인지적 공감
자신의 진짜 정체를 깨달은 후, 팰런 교수는 절망하지 않았다. 그는 남들처럼 타인의 아픔을 보고 심장이 미어지는 진짜 슬픔(정서적 공감)은 죽을 때까지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지능을 이용해 "이 상황에서는 슬퍼하는 표정을 짓고 위로해 주어야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수학 공식처럼 머리로 흉내 내는 '인지적 공감'을 훈련했다. 자신의 비정한 냉혹함과 지독한 경쟁심을 범죄에 쓰는 대신, 학계에서 치열하게 연구하고 성과를 내는 '긍정적인 에너지(친사회적 사이코패스)'로 돌려버린 것이다. ![사랑과 양육의 어린 시절 기억이 얽혀 있는 빛나는 DNA 가닥이 마음을 지배하는 어두운 유전적 저주를 물리적으로 차단합니다](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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