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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사제가 된 사이코패스의 아들

최종 수정일: 2020년 10월 16일

최근에는 생물학적 지식과 문학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소설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공포와 불안감, 성적 흥분 등에 관여하는 편도체의 이상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을 다룬 '아몬드'(손원평 저,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는 말로 할 것도 없고, 호수 속에서 발견된 아가미 달린 소년의 삶을 이야기하는 '아가미'(구병모 저) 등의 소설 역시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나타난 소설이 바로 조경아 작가의 장편소설, '3인칭 관찰자 시점' 인데요, 2018년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이 소설은 사제가 된 사이코패스의 아들, 테오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들을 여러 사람의 시점에서 다루는 독특한 구성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조경아 작가의 '3인칭 관찰자 시점' 책 표지

소설 속에서 정신과 전문의 마 박사는 테오가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 살인범 강치수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성격의 유전 가능성을 들며 그를 레아의 살인범으로 몰아갑니다. 그의 말을 잠시 빌리자면,

 

"대개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의 증상은 어린 시절 받았던 잔인한 학대 또는 반복된 폭력에 노출되었을 경우 발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유전 요인이 추가되었을 경우 발현 가능성이 확 올라갑니다. 한마디로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 사이코패스에게 학대를 받고 자란 경우를 말합니다. 환경 요인 못지않게 유전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이코패스의 직계 자손들은 반드시 장기간의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적 격리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책 214~215쪽)

 

그의 야망은 이를 넘어서 모든 사이코패스와 그 직계후손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데까지 미치게 되죠. 결말은 물론 여러분께 남겨 놓겠습니다만은, 오늘은 마 박사의 주장을 하나하나, 생물학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공격성의 기원과 구분, 그리고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알아봄과 동시에 과연 사이코패스 유전자는 존재하는지, 학대 및 반복된 폭력은 반사회적 장애를 늘리는지. 과연 마 박사의 주장은 옳게 판단되어질 수 있는 것인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공격성의 기원과 구분

공격성은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위해를 입히려하는 행동, 혹은 그런 경향을 이야기합니다. 공격성 역시도 인간의 인지적 능력 혹은 본능을 이용하여 표현되고 느껴지는 감정의 일종이므로, 감정에 관여하는 뇌의 부위들과 연관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격성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요, 첫 번째는 약탈적 공격입니다. 아프리카의 푸른 초원 속에서, 사자는 수풀 속에서 숨어 때를 기다리며, 불쌍한 얼룩말은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잡히게 되죠. 사자는 냉정하게도 얼룩말을 한치의 망설임 없이 잡아먹어 버립니다. 즉 약탈적 공격은 공격자에게 감정이 없으며, 계획적이며 보복성이 아닙니다. 또한 약탈적 공격은 말처럼 '약탈', 즉 특정 목적을 가지고 공격자의 이득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약탈적 공격은 도구적 공격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능동적 공격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두번째는 정서적 공격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독자 여러분들을 때리게 된다면, 아마 그 반응으로서 그를 공격할 것입니다. 이처럼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공격을 하게 될 때를 정서적 공격이 일어난다고 부릅니다. 인간에서는 충동적 공격, 혹은 적대적 공격이라고 불리며,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수동적 공격이라고 불립니다.


그렇다면 이런 공격성들의 기원은 어떨까요? 신경과학자들은 크게 뇌의 3가지 부위로부터 이가 촉발된다고 보았습니다. 공격성의 표현을 위해서는 싸움-도망 반응, 즉 교감신경을 촉진하고 호르몬을 이용하여 몸을 공격하기에 적절한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우리 몸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시상하부가 그 첫번째 기원입니다. 실제로 고양이, 쥐, 원숭이 등에서 시상하부에 전기적 자극을 가해 주자 공격성이 나타났습니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결과도 하나 있는데, 시상하부 내부의 자극을 고양이에게 가하자 고양이는 몸을 곧추 세우며 방어적인 정서적 공격을, 외부의 자극은 옆에 있던 쥐를 잡아먹게 하는 등 약탈적 공격을 촉진하게 된다는 점에서 뇌의 발달과의 관계 역시도 많은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또한 공격성의 제어가 힘든 분노조절 장애 환자에서는 편도체를 제거하자 그 공격성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게 되었는데, 이로부터 신경과학자들은 편도체 또한 위협의 인식과 두려움 등에 관여하면서 공격성을 유발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뇌의 활성을 파악하는 뇌영상법인 Positron Emission Transmission(PET)와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fMRI)로 amygdala의 활성을 파악하였을 때, 약탈적 공격에서는 모두 편도체의 활성이 적어지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나 특이한 것이, 정서적 공격 시에는 PET에선 편도체의 활성이 적어졌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fMRI에서는 오히려 증가하였다는 것입니다. 정서적 공격에 의해 공격성이 나타나면서 두려움이 적어지고 활성이 적어졌다는 추론 역시 가능하지만, 위협으로 인해 불안이 증가했다고 추측할 수 있기에 어느 것이 맞는지는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제기되는 하나의 추측은 fMRI가 뇌의 활성 부위가 산소를 많이 사용한다는 명확하지 않은 가정에 근거하기 때문에, 결과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죽은 연어를 fMRI로 관찰하였을 때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다는 연구 역시 있습니다.)

마지막 기원은 전전두엽입니다. 전전두엽은 고등 인지에 관여하는데요, 그 기능 저하는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불러일으킵니다. 정서적 공격에서는 교감 신경의 활성화와 위협의 작용으로 인해서 그 활성이 낮아지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하지만 약탈적 공격에서는 오히려 공격성이 고도로 계산되고 계획적이라는 점에서 활성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사이코패스와 같은 감정이 없고 높은 공격성을 보이는 사람들은 약탈적 공격의 형태를 띄나, 인지 기능은 정상이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감정이 적다는 점에서 영구적인 amygdala나 hypothalamus의 기능 장애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공격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그렇다면 공격성에 마 박사의 주장대로 유전적 요인이 작용할까요? 먼저 답을 말하자면 맞습니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의 학대는? 이 역시도 맞습니다. 즉 마 박사의 주장은 사실 신경과학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따라서 그에게는 이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한 테오가 1순위의 격리 대상이라고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유전자 및 주변환경만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는, 그 다른 요인들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이제 공격성에는 뇌의 각 부위들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뇌의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에 의해서 공격성은 달라집니다. 모노아민계 신경전달물질에 속하는 도파민 및 노르아드레날린은 공격성을 추진시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세로토닌은 낮을수록 공격성이 증가하며, 서로 싸우는 동물들의 혈중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면 싸움이 증가하며 무리 활동은 감소하게 되죠. 세로토닌은 낮을수록 인간을 안정시키지 못해 공격성 및 불안 등을 높이는 효과를 낮게 됩니다.

또한 호르몬에 의해서도 좌우될 수 있습니다.

강력범죄자에서의 테스토스테론 농도

위의 그래프는 각종 강력범죄자들에게서 나타난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비교합니다. 강간, 살인, 무장강도, 절도를 일으킨 범죄자들에게서는 붉은색, 즉 높은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보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약물 중독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낮은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보인 사람이 많았죠. 이는 곧 테스토스테론이 공격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증빙합니다. 흔히 남성이 여성보다 폭력적이고 충동적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그 요인일 수 있습니다. 또한 거세한 쥐의 공격력 및 지위의 저하가 나타났으며, 피실험자에게 성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분노 반응의 증가 및 공포의 감소가 일어나고 테스토스테론은 오히려 높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공격성의 결과가 테스토스테론 농도의 증가인지, 테스토스테론 농도의 증가가 공격성을 낳게 되는지에 대한 인과관계는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기에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마 박사의 입장으로서는 테오가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남성인 데다가,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해 신경전달물질에도 이상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사이코패스 유전자?

앞서 언급하였듯, 공격성은 유전적 요인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워리어(전사) 유전자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워리어 유전자의 다른 이름인 MAOA 유전자는 모노아민 산화효소 A를 발현시키는데요, MAOA의 대립 형질 중 하나인 MAOA-L은 모노아민 산화효소 A의 발현을 감소시키고, 뇌의 모노아민 농도가 높아지면서 공격성을 나타내게 합니다. 즉 공격성에 영향을 주는 방법 중 신경전달물질에 관여하게 되는 것이죠. 세로토닌을 비롯한 거의 모든 신경전달물질은 모두 유전자에 의하여 그 농도 및 발현이 조절되므로, 우리는 성격의 유전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높을수록 공격성 역시 높았는데, SRY(Sex-determination Region of Y)는 Y 유전자에 존재하는 유전자로서 이 유전자에 의해 남성의 정소 및 특징들이 발달하게 됩니다. 이런 남성의 성 결정 유전자에 의해 교감신경 및 호르몬이 조절되면서 공격성이 조절됩니다.

뇌의 모든 기능은 단일한 신경세포만이 아니라 여러 세포 간의 상호작용과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등에 의하여 복합적으로 조절되고, 이런 성격의 조절에 기여하는 모든 매커니즘은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됩니다. 이는 곧 유전이 생리적 작용을 바꾸고, 공격성에도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외부 환경은 성격을 바꿀 수 있을까?

외부 환경, 특히나 학대는 성격을 조금 더 폭력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아래의 그래프는 피실험자를 MAOA 활성에 따라 구분하였을 때, 어린 시절의 학대가 성인이 되어서의 폭력적 행동 증가에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학대와 낮은 MAOA는 공격성을 높인다.

붉은색의 낮은 MAOA 피실험자들은 어린 시절의 학대로 인해서 폭력성이 약 4배 정도로 증가하는 것을 보였습니다. 폭력을 비롯한 외부 자극으로부터 발생하는 스트레스, 혹은 물리, 화학적 자극으로 인한 체내 생리 상태의 변화는 유전자의 변형, 즉 메틸화나 히스톤 아세틸화 같은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유전자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테오가 어릴 적 아버지 사이코패스 강치수로부터 받았던 학대,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으로 받은 과도한 충격은 공격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테오는 사이코패스인가요?

사실 테오는 마 박사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신경과학자들에게 굉장히 위험한 후보군으로 보여짐은 분명합니다. 그는 남성이었으며, 살인범 강치수의 아들이고,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았습니다. 마지막 그림으로부터 평균적으로 그는 40% 정도의 공격성 과다 확률이 보여짐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 박사처럼 완전한 사회로부터의 격리를 주장하는 것은 선입견일 뿐만 아니라, 이를 원치 않았던 테오와 같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테오의 시점을 보여줌으로서, 테오가 사이코패스가 아님을 보여줌과 동시에 마 박사의 시점에서 오히려 격리를 주장하는 마 박사가 공격성을 보임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 박사야말로 공격성을 보이며 다른 사람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책의 결말은 여기서 이야기하지 않겠다만은, 이 책은 문학적으로 곱씹으며 한 번, 뇌과학적으로 곱씹으며 읽으면 더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여러분도 한 번 문학 소설을 생물학적으로 읽어 보는 건 어떤가요? 여러분께 색다른 의미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바라던 바이오 2019 여름호

작성자: 18-007 권이태

분야: 유전학, 신경과학, 심리학, 문학

참고문헌:

[1] 조경아, 「3인칭 관찰자 시점」, 나무옆의자, 2018

[2] Bob Garrett, Brain & Behavior (An introduction to Biological Psychology) 5th Edition, Sage, 2018

[3] Park Ki-youb, Basic Brain Science Supplementary textbook 4th Edtion,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2019


이미지:

[1] 조경아, 「3인칭 관찰자 시점」, 나무옆의자, 2018. 표지

[2] Bob Garrett, Brain & Behavior (An introduction to Biological Psychology) 5th Edition, Sage, 2018. 230쪽

[3] Bob Garrett, Brain & Behavior (An introduction to Biological Psychology) 5th Edition, Sage, 2018.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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