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의 섬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초거대 인공 원소를 만들어내는 과학계의 연금술과, 이 무거운 원소들이 붕괴하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신비의 영역 '안정성의 섬' 가설을 탐구한다.
편집부 · 2025년 2월 5일 · 읽는 데 4분
우주 만물을 이루는 화학 원소 주기율표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는 92번 우라늄(U)이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꽉꽉 들어찬 우라늄보다 더 큰 원소들은 덩치가 너무 커서 핵의 결합력이 버티지 못하고 방사선을 뿜어내며 쪼개져 버린다(방사성 붕괴). 그런데 20세기 중반부터 과학자들은 미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작은 원소 두 개를 입자 가속기에 넣고 빛의 속도로 꽝! 부딪치게 만들면, 두 원소가 하나로 뭉쳐져 우라늄보다 훨씬 무거운 '새로운 인공 원소'를 창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100번대, 110번대의 기괴한 초중원소(Superheavy Elements)들이 실험실에서 연금술처럼 창조되었다. 하지만 이 비만 원소들은 만들어지자마자 1초도 안 되어 펑펑 터지며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핵물리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이 불안정한 원소의 바다 너머 어딘가에 핵이 절대로 쪼개지지 않고 수백 년 동안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전설의 구역이 숨어 있다고 한다. 인류가 도달하지 못한 원소의 신대륙, '안정성의 섬(Island of Stability)'을 향한 물리학자들의 끝없는 항해를 따라가 보자.
원자핵을 박살 내는 쿨롱의 힘
원자의 중심에는 플러스(+) 전기를 띤 양성자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다. 플러스끼리는 서로 밀어내는 힘(쿨롱의 척력)이 엄청나게 강해서 원래라면 폭발해 버려야 하지만, 핵 속에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중성자'와 강력한 끌어당김(강력)이 존재하여 핵이 간신히 모양을 유지한다. 문제는 원자 번호가 커질수록(양성자가 많아질수록) 밀어내는 쿨롱의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한다는 점이다. 우라늄(92번)을 넘어 104번, 110번으로 억지로 덩치를 키우면 접착제(강력)가 쿨롱의 힘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최근에 발견된 가장 무거운 원소인 118번 오가네손(Og) 같은 초중원소들은 만들어지자마자 불과 0.0001초 만에 방사선을 뿜으며 팝콘처럼 터져서(붕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마법의 숫자(Magic Number)와 껍질 모형
하지만 과학자들은 절망하지 않았다. 핵물리학의 '껍질 모형(Shell Model)'에 따르면, 원자핵 속의 양성자와 중성자는 무질서하게 뭉쳐있는 것이 아니라 양파 껍질처럼 겹겹이 층을 이루며 쌓여 있다. 양파 껍질이 완벽하게 꽉 차오르는 특정한 숫자(2, 8, 20, 28, 50, 82, 126)가 되면 원자핵은 기가 막히게 단단해져서 좀처럼 쪼개지지 않는 엄청난 안정성을 갖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 마법의 숫자(Magic Number)를 찾아냈다. 예를 들어 양성자가 82개, 중성자가 126개인 '납(Pb)'은 이중으로 마법의 숫자를 꽉 채우고 있어서 우주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단단한 원소 중 하나다.
불안정의 바다 너머, 안정성의 섬
물리학자들은 슈퍼컴퓨터로 이 마법의 숫자를 저 멀리 있는 거대 원소의 영역까지 억지로 계산해 보았다. 그 결과 놀라운 가설이 도출되었다. 원소 번호가 114번(플레로븀) 근처이면서 중성자 수가 184개에 도달하는 완벽한 껍질의 비율이 맞춰지면, 우라늄보다 훨씬 뚱뚱하고 덩치가 큰데도 불구하고 핵이 붕괴하지 않는 기적의 구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수명이 0.0001초인 불안정한 붕괴의 바다 한가운데에, 수명 1초를 넘어 며칠, 심지어 수만 년 동안 멀쩡하게 형태를 유지하는 전설의 섬이 우뚝 솟아있는 셈이다. 이 '안정성의 섬'에 도달하기만 하면, 과학자들은 1초 만에 사라지는 원소가 아니라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외계 금속 덩어리(새로운 물질)를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별의 찌꺼기를 뭉쳐 신대륙을 향하다
러시아 두브나 연구소와 미국, 일본의 과학자들은 이 섬에 상륙하기 위해 미친 듯한 연금술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안정성의 섬에 필요한 엄청난 수의 '중성자'를 억지로 구겨 넣기 위해, 칼슘 동위원소(칼슘-48) 같은 희귀한 빔을 플루토늄 과녁에 광속으로 충돌시키는 실험을 수백만 번 반복하고 있다. 아주 드물게 두 핵이 튕겨 나가지 않고 완벽하게 융합될 때, 114번 플레로븀(Fl)과 116번 리버모륨(Lv)이 생성되었다. 놀랍게도 이 원소들은 이전의 원소들보다 수명이 수백 배나 길어지며 붕괴 속도가 확 느려졌다. 과학자들이 안정성의 섬 끄트머리 해변에 마침내 발을 들이밀기 시작한 것이다. ![방사능 붕괴로 격렬하게 분열하기 전에 함께 유지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넘쳐나는 거대한 원자핵의 줌 인 뷰](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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