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라는 망상 신이라는 기적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과 진화생물학의 관점을 통해 종교적 맹신을 비판하고, 생명의 경이로움은 창조주가 아닌 자연선택의 산물임을 탐구한다.
편집부 · 2023년 9월 26일 · 읽는 데 4분
인간의 눈동자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렌즈(수정체)와 조리개(홍채), 그리고 수백만 개의 빛 센서(망막)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경이로운 기계와 같다. 종교인들은 말한다. "길을 가다 정교한 손목시계를 주웠다면, 당연히 그것을 만든 위대한 '시계공(창조주)'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토록 완벽한 인간의 눈동자가 어떻게 우연히 만들어질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신의 설계가 명백하다!" 이 매혹적이고 오래된 창조론의 논리를 단숨에 박살 내버린 사람이 바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다. 그는 《눈먼 시계공》과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을 통해, 위대한 창조주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며, 생명의 이 정교한 아름다움은 오직 목적도 없고 눈도 먼 자연선택(진화)이라는 차가운 법칙이 빚어낸 거대한 마술이라고 선언했다. 신의 존재를 생물학적 메스로 해부하며 전 세계를 논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도킨스의 도발적인 진화론 속으로 들어가 보자.
눈먼 시계공, 완벽한 우연의 누적
눈동자나 날개처럼 극도로 복잡한 기관이 찰흙 뭉치듯 한 번의 벼락을 맞고 '우연히' 만들어질 확률은 사실상 0이다. 하지만 도킨스는 진화를 '단 한 번의 기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진화는 수십억 년 동안 돌연변이라는 미세한 우연이 발생하고, 그중 생존에 유리한 것만 걸러내는 '자연선택'이 무한히 반복되며 '누적'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빛과 어둠만 간신히 구별하는 조잡한 점(세포)에 불과했지만, 생존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더 잘 보는 녀석이 살아남아 후손을 남기고, 그다음 세대에는 오목한 렌즈가 생기고, 그다음 세대에는 초점이 생기는 식으로 수천만 번의 미세한 업그레이드가 쌓인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완벽한 눈동자다. 자연은 목적이나 청사진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창조)하지 않는다. 그저 눈앞의 생존에 맞게 맹목적으로 진화했을 뿐이다. 그래서 진화는 위대한 시계공이 아니라, 오직 눈앞만 더듬거리며 무작위로 부품을 끼워 맞추는 '눈먼 시계공'일 뿐이다.
이기적 유전자, 인간은 생존 기계다
도킨스의 가장 소름 돋는 통찰은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폭발했다. 인간은 스스로 자유의지를 가진 위대한 영혼이라고 착각하지만,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그저 DNA 분자(유전자)가 자신의 복사본을 다음 세대로 퍼뜨리기 위해 조종하고 탑승하는 거대한 단백질 껍데기(생존 기계)에 불과하다. 부모가 자식을 목숨 바쳐 사랑하는 숭고한 모성애조차도, 알고 보면 내 몸속에 있는 유전자의 50%가 복사된 새끼를 지켜내어 유전자의 영생을 도모하려는 이기적이고 기계적인 생물학적 프로그래밍의 결과라는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존재 가치를 DNA 분자의 영악한 숙주로 끌어내린 이 차가운 선언은 철학계와 종교계에 거대한 충격파를 던졌다.
바이러스처럼 전염되는 종교, 밈(Meme)
그렇다면 신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왜 전 세계의 모든 인류는 원시 시대부터 지금까지 종교를 믿고 신에게 기도하는 것일까? 도킨스는 여기서 유전자(Gene)와 똑같이 인간의 뇌에서 뇌로 복제되고 전염되는 문화적 유전자, '밈(Meme)'이라는 개념을 창시했다. 노래의 후렴구 유행어나 특정 패션이 순식간에 사람들의 뇌를 감염시켜 퍼져나가듯, '죽음 이후에 천국이 있다'거나 '우리를 굽어살피는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는 강력하고 매혹적인 아이디어(밈)는 인간의 두려움과 공포를 먹고 폭발적으로 번식했다. 종교라는 밈은 인간의 뇌를 맹신(세뇌)이라는 껍질로 감싸 보호하며 부모에서 자식으로 완벽하게 복제되어 내려온 가장 강력하고 지독한 정신적 바이러스일 뿐이라는 것이 도킨스의 냉혹한 진단이다.
만들어진 신, 이성이 주는 궁극의 위안
도킨스는 신을 부정하면 인생이 허무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폭발적으로 경이로워진다고 주장한다. 만약 이 복잡한 생명체와 우주를 누군가(신)가 설계했다면, "도대체 그 복잡하고 완벽한 신은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답 없는 딜레마에 또다시 빠지게 된다(창조주의 창조주). 초자연적인 신에게 기적을 구걸하는 대신, 죽은 행성의 먼지들이 화학 반응을 일으켜 우연히 생명으로 결합하고 40억 년의 잔인한 진화의 고개를 넘어 스스로 뇌를 발달시켜 마침내 별을 관측하고 자신의 기원을 고민하는 '인간'이 되었다는 과학의 서사시야말로 종교의 성경보다 수만 배는 더 극적이고 아름다운 기적이다. ![설계자 없이 혼란스러운 기어 무리가 복잡한 회중시계로 유기적으로 자가 조립되는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 개념 시각화](https://image.pollinations.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