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시장을 뒤흔든 쿼츠 시계
수백 년 전통의 스위스 기계식 시계를 붕괴시키고 시간의 대중화를 이끈 쿼츠(수정) 시계의 압전 효과 원리와 쿼츠 파동의 역사를 조명한다.
편집부 · 2023년 2월 17일 · 읽는 데 4분
1969년 크리스마스, 일본 도쿄에서 인류의 '시간'을 통째로 뒤바꿀 기계 장치 하나가 발매되었다. 세이코(Seiko)가 내놓은 세계 최초의 쿼츠 손목시계, '아스트론(Astron)'이었다. 당시 이 시계 한 개 가격은 소형 자동차 한 대 값과 맞먹을 정도로 비쌌다. 하지만 이 작은 시계가 품고 있는 1초의 미학은 수백 년 동안 시계의 제왕으로 군림해 온 스위스 기계식 시계 산업을 불과 10년 만에 모조리 붕괴 직전까지 몰아넣는 대재앙, 이른바 '쿼츠 파동(Quartz Crisis)'을 일으켰다. 태엽을 감고 수백 개의 톱니바퀴를 물려야만 간신히 돌아가던 아날로그의 시간을, 어떻게 얇은 유리조각 하나와 건전지 하나가 빛의 속도로 집어삼킬 수 있었을까? 돌멩이(수정)에 전기를 가하면 심장처럼 펄떡거리는 놀라운 물리학적 기적, '압전 효과'가 만들어낸 시간 혁명의 톱니바퀴 속으로 들어가 보자.
태엽의 시대와 기계식 시계의 한계
쿼츠 시계가 나오기 전, 롤렉스나 오메가 같은 스위스의 명품 시계들은 오직 장인의 손길로만 태어났다. 쌀알보다 작은 수백 개의 황동 톱니바퀴를 깎고 조립하여, 태엽이 풀리는 힘(기계적 에너지)으로 초침을 일정하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 며칠 밤을 새워 시계를 조립해도, 기계식 시계는 온도 변화나 중력, 심지어 착용자의 손목 흔들림에 따라 톱니바퀴가 미세하게 어긋났다. 그래서 아무리 비싼 명품 시계라도 하루에 몇 초, 한 달이면 몇 분씩 시간이 틀어지는 것은 당연한 숙명이었다.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은 부자들만의 사치였고, 매일 아침 용두를 돌려 태엽을 감아주는 것은 시계를 가진 자들의 불편하지만 당연한 의식이었다.
돌멩이가 심장처럼 뛰다, 압전 효과
시계의 핵심은 '일정한 간격으로 박자를 쪼개는 것'이다. 1880년, 프랑스의 피에르 퀴리와 자크 퀴리 형제(마리 퀴리의 남편)는 자연계의 평범한 광물인 '수정(Quartz)'에서 기괴한 현상을 하나 발견했다. 수정 조각에 양쪽으로 압력을 꾹 가했더니 전기가 찌릿하고 발생한 것이다. 반대로 수정에 전기를 살짝 흘려주었더니, 수정이 미친 듯이 부르르 떨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를 '압전 효과(Piezoelectric effect)'라고 부른다. 세이코의 기술자들은 이 마법의 돌덩이를 아주 작은 U자 모양의 소리굽쇠로 정밀하게 깎아 시계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작은 건전지로 전기를 흘려주었다. 그러자 이 수정 소리굽쇠는 정확히 1초에 무려 32,768번이라는 경이롭고도 맹렬한 속도로 완벽하게 똑같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태엽 시계의 톱니바퀴가 1초에 고작 5~8번 떨리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해상도의 심장 박동이었다.
마이크로칩, 3만 번의 진동을 1초로 썰다
수정이 1초에 32,768번 떤다는 것은 알았는데, 이 미친 듯한 떨림을 어떻게 우리가 아는 딱 '1초'로 바꿀 수 있을까? 여기서 전자공학의 기적이 일어난다. 시계 안의 좁쌀만 한 집적회로(IC 칩)가 이 수정의 진동(전기 신호)을 받아먹는다. 그리고 이 숫자를 2로 정확히 15번 연속으로 나누기(반 토막 내기)를 시작한다. 32768을 2로 15번 나누면 마침내 정확하게 딱 '1'이 떨어진다. IC 칩은 3만 번의 복잡한 진동을 완벽하게 썰어내어, 1초마다 정확히 한 번의 전기 펄스를 모터로 보내 초침을 '착, 착' 움직이게 만든다. 이 압도적인 전자적 계산 덕분에 쿼츠 시계는 1년 내내 차고 다녀도 시간이 고작 10초도 틀려지지 않는, 과거 스위스 장인들이 상상조차 못 했던 신의 정확도를 얻게 되었다.
스위스의 몰락과 시간의 대중화
세이코는 더 무서운 짓을 저질렀다. 이 엄청난 쿼츠 기술의 특허를 전 세계에 완전히 공짜로 풀어버린 것이다. 스위스의 명품 시계 공장들이 태엽을 깎고 있을 때, 일본과 홍콩의 공장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돌리며 붕어빵을 찍어내듯 쿼츠 시계를 수백만 개씩 토해냈다. 몇천만 원짜리 롤렉스보다 길거리에서 1만 원 주고 산 카시오 쿼츠 시계가 시간이 훨씬 정확하게 맞는 충격적인 모순이 벌어졌다. 수백 년의 자존심을 지키던 스위스 시계 산업은 판매량이 곤두박질치며 6만 명의 일자리가 증발하는 최악의 재앙(쿼츠 파동)을 맞았다. 마침내 스위스 연합은 싸구려 플라스틱에 화려한 디자인을 입힌 '스와치(Swatch)'라는 쿼츠 시계를 내놓고서야 간신히 파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수천 개의 복잡한 황금색 기계 기어가 부서지고 매끄럽게 빛나는 마이크로칩과 석영 수정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초현실적인 전투 장면](https://image.pollinations.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