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사치품으로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은 단연 시계일 것이다. 현재는 스마트 워치가 등장하고,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계의 중요성을 잘 모르기도 하지만, 손목시계는 수십 년간 사치품의 대명사로서 존재해왔다. 이러한 시계는 시침, 분침만 있으면 기본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해 보일 수 있으나, 시계는 수백 개의 세밀한 부품이 맞물려 돌아가는 정밀한 기계이다. 그래서 과거에 시계의 가격은 비쌌고, 시계를 얇게 만드는 것은 더욱 힘들었고, 고장이 나기도 쉬웠다. 그러나, 1960년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혁신이 등장한다.
바로 쿼츠 시계이다. 기존에 시계는 태엽을 감아서 진동하는 것으로 시계가 작동하도록 했다. 그래서 부품도 많고, 감으면 수 일 이내에 멈춰서 다시 감아야 했다. 하지만 쿼츠 시계는 전기와 석영을 이용해서 에너지가 오래가고(배터리 교체 주기가 수 년 단위이다), 단순했으며, 그럼에도 오차는 적었다. 그야말로 혁신인 것이다. 이 쿼츠 시계는 이후 시계 시장에 흔히 ‘쿼츠 파동’이라고 부르는 큰 파장을 불러왔다. 쿼츠 시계를 개발한 회사들은 대박이 나고, 반면 기존의 회사들은 실적이 급격히 감소했다. 그렇다면, 이런 혁신을 가져온 쿼츠 시계의 작동 원리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 알아보자.

쿼츠 시계는 기본적으로 석영의 특성에 기반한다
쿼츠 시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정 진동자(Crystal Oscillator)’라는 부품이다. 자동차로 따지면 엔진 같은 기관으로, 전기를 연결하면 일정한 간격으로 신호를 낸다. 이 수정 진동자는 알렉산더 A. 니콜슨이 최초로 발명했으며, 기본적으로 얇은 결정체(주로 석영을 이용한다) 조각과, 결정체에 닿아있는 두 개의 전극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전극과 석영을 연결하고, 전극을 통해서 석영에 전압을 연결하면, 놀랍게도 전압이 진동하게 된다. 이러한 작용은 석영의 특성인 압전성(piezoelectricity)라는 성질과 관련이 있다.

압전성은 압력이 가해지면 전압이 생기는 성질을 말하고, 수정 진동자 외에도 압전 소자 등 많은 곳에 이용되고 있다. 이런 압전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석영의 결정구조 상 압력을 받으면 규소 원자와 산소 원자의 배열이 어긋나서 쌍극자 모멘트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압전 현상은 1880년 피에르와 자크 퀴리 형제에 의해 발견되었다. 하지만 이 압전 현상 만으로는 수정 진동자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수정이 압력이 가해져서 변형이 생기고 전압이 생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외부 전기장으로 인해서 구조가 뒤틀리기도 한다. 그래서 수정 조각에 전극으로 전압을 걸어 주면 구조가 뒤틀리고, 이 상태에서 외부 전기장을 제거해주면, 뒤틀린 구조로 인해서 생긴 전압이 다시 구조를 변화시키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진동하게 된다. 이때, 진동에서 에너지가 얼마나 잘 보존되는가를 나타내는 Q-인자가 매우 높기 때문에, 에너지를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많은 곳에서 사용되는 것이다.
수정 진동자를 전기적으로 더 자세히 알아보자
수정 진동자는 앞에서 압력으로 인한 결정 구조의 뒤틀림과 전기의 관계로 작동한다고 했다. 하지만, 압력으로 인한 부분도 적절한 계산을 통해서 수정 진동자와 동치인 RLC 회로로 변환해서 계산할 수 있다.

위의 회로도에서 임피던스를 구해보면 회로의 진동수에 따라 다음과 같은 그래프가 나타난다.

이때, 실제로 수정 진동자는 fs와 fp 사이의 진동수 사이의 좁은 폭의 진동수 범위 내에서 진동을 하게 된다. 이때, 수정 진동자의 특성상 저항은 작고, 이 진동수 범위 내에서 상대적으로 리액턴스가 크기 때문에 LC 회로와 비교해도 훨씬 높은 Q값을 가지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사용되는 결정체의 형태를 조절하거나, 외부에 추가적인 회로 요소들을 덧붙여서 fs와 fp 값을 조절해서 진동수 폭을 좁히고, 사용할 진동수를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추가적인 회로를 통해서 공명 진동수의 배수로 진동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사용할 진동수를 정하면, 외부에서 전압을 걸었을 때, 공명 진동수 외의 진동수는 걸러지고, 원하는 진동수의 것만 증폭시켜서 일정한 진동수의 전기 신호를 얻을 수 있다.
수정 진동자도 영원할 수는 없다
앞에서도 말했듯 수정 진동자는 다른 진동하는 것들에 비하면 아주 오랜 시간 일정한 진동을 유지할 수 있다. Q값이 아주 높아서 진동할 때마다 아주 작은 에너지밖에 소모하지 않으며, 작은 배터리만으로 수 개월에서 수 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에너지적으로도 오래 쓸 수 있을뿐더러 진동수도 다른 장치에 비하면 오랫동안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이런 수정 진동자도 오차가 생긴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정체에 느리게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포함한 여러 이유로 인해서 약간의 변화가 생기고, 이런 변화들이 수정 진동자의 진동수를 변화시킨다. 수정 진동자는 충격에도 매우 민감하다. 결정체가 충격으로 인해서 형태가 변할 수도 있고, 금이 갈 수도 있으며, 전극과의 접촉 상태가 변하기도 한다. 이런 충격은 수정 진동자에게 영구적인 진동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수정 진동자는 그 외에도 단기적인 오차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 중 대표적으로 수정 진동자의 진동수는 온도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초기 온도와 다른 온도에서는 진동수가 변할 수 있다. 또한, 표면에 다른 분자가 붙거나, 수정 진동자가 가속하는 상태에 있거나, 방향이 달라지는 등의 변화로 인해서 진동수가 변할 수 있다. 수정 진동자는 방사선에도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엑스레이가 수정 진동자에 가해지면 진동수가 대체로 일시적으로 낮아지고, 중성자선에 의해서도 원자 배열이 영향을 받아서 일시적으로 진동수가 변할 수 있다.
그래도 수정 진동자의 용도는 다양하다
위와 같이 수정 진동자가 오차가 있긴 해도, 수정 진동자처럼 소형으로, 적은 오차를 가지는 진동자는 만들기 힘들다. 그렇기에 수정 진동자는 진동이 필요한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부터, 정말 다양한 도구에 사용된다. 우선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앞에 소개했듯 시계이다. 현재 대부분의 싼 손목시계나 소형 벽시계는 수정 진동자를 이용해서 만들어진다. 이 외에도 컴퓨터나 휴대폰 등에서 시간을 맞출 때도 이 수정 진동자에 기반해서 시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라디오나 기타 통신 장비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수정 진동자는 전자제품에서 별 것 아닌 작은 부품이지만, 없어서는 안 될 것 중 하나이다. 많은 전자기기에서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을 알려주고, 사람들 간의 통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이 수정 진동자이다.
참고자료
[1] https://en.wikipedia.org/wiki/Crystal_oscillator
[2] https://www.maximintegrated.com/en/design/technical-documents/tutorials/7/726.html
[3] https://www.electronics-tutorials.ws/oscillator/crystal.html
[4] Vittoz, E. A., Degrauwe, M. G. R., & Bitz, S. (1988). High-performance crystal oscillator circuits: theory and application. IEEE Journal of Solid-State Circuits, 23(3), 774–783.
[5] https://www.electronics-tutorials.ws/oscillator/crystal.html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magazine.hankyung.com, https://img.piaget.com
[2] https://en.wikipedia.org/wiki/Crystal_oscillator
[3] https://en.wikipedia.org/wiki/Crystal_oscillator
[4] https://www.maximintegrated.com/en/design/technical-documents/tutorials/7/7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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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선우
발행호│2020년 봄호
키워드│#전자기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