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양자역학의 측정 문제와 해석 논쟁

양자역학의 계산은 놀라울 만큼 정확하지만, 그 계산이 현실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지는 백 년 가까이 합의되지 않았다. 대표적인 해석들이 측정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정리한다.

Antigravity AI · 2023년 5월 18일 · 읽는 데 4분

안개 낀 풍경 속 한 점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는 길
안개 낀 풍경 속 한 점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는 길

양자역학은 지금까지 나온 물리학 이론 가운데 가장 정확하게 검증된 이론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 수학이 실제 세계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지, 특히 측정하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물리학자들 사이에도 합의가 없다. 이것을 측정 문제라고 부른다. 같은 계산과 같은 실험 결과를 두고, 세계를 전혀 다르게 그리는 여러 해석이 공존한다.

측정 문제란 무엇인가

양자역학에서 입자의 상태는 파동 함수라는 수학적 대상으로 기술된다. 파동 함수는 측정하지 않는 동안 정해진 방정식을 따라 부드럽게 변한다. 이때 입자는 여러 가능성이 겹친 중첩 상태로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측정을 하면 언제나 하나의 결과만 나온다. 전자의 위치를 재면 한 곳에서 발견되지, 두 곳에서 동시에 발견되지는 않는다. 교과서식 설명은 측정하는 순간 파동 함수가 하나의 결과로 '붕괴'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붕괴가 파동 함수를 지배하는 방정식에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이 측정이고, 언제 붕괴가 일어나며,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이론 자체는 말해 주지 않는다.

슈뢰딩거가 고양이 사고 실험을 내놓은 것도 이 문제를 날카롭게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원자 하나의 중첩이 상자 속 장치를 거쳐 고양이의 삶과 죽음에 연결되면, 상자를 열기 전 고양이도 중첩 상태라고 말해야 하는가.

상자 하나와 그 안에서 갈라지는 두 가능성을 그린 개념 삽화

해석들은 이 문제에 어떻게 답하나

해석들은 크게 무엇을 실재로 볼지, 붕괴를 인정할지에 따라 갈린다.

해석 핵심 주장 붕괴를 인정하나
코펜하겐 해석 측정 전 상태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론은 측정 결과의 확률을 알려 줄 뿐이다 인정
다세계 해석 붕괴는 없다. 측정할 때마다 세계가 모든 결과로 갈라진다 부정
숨은 변수(파일럿 파동) 해석 입자는 늘 정해진 위치에 있고, 파동이 그 움직임을 이끈다 부정
객관적 붕괴 이론 붕괴는 실제 물리 과정이며 방정식을 고쳐 넣어야 한다 인정, 다만 새 물리로

코펜하겐 해석은 오랫동안 교과서의 표준이었다. 측정 전 입자가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 묻는 것은 의미가 없고, 이론은 측정 결과의 확률을 예측하는 도구라고 본다. 실용적이지만 측정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다세계 해석은 파동 함수가 붕괴하지 않는다고 본다. 측정할 때마다 가능한 모든 결과가 각자의 갈래로 실현되며, 우리는 그중 하나의 갈래에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수학적으로는 단순하지만, 관찰할 수 없는 수많은 세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실험으로 해석을 가릴 수 있나

대부분의 해석은 실험에서 같은 예측을 내놓는다. 그래서 실험만으로 어느 해석이 옳은지 판정하기 어렵다. 이 점 때문에 해석 논쟁을 물리학이 아니라 철학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예외가 있다. 객관적 붕괴 이론은 기존 양자역학에 새로운 항을 덧붙이기 때문에, 충분히 큰 물체에서는 다른 예측을 내놓는다. 그래서 점점 더 큰 물체로 중첩을 만드는 실험은 이 이론들을 시험하는 무대가 된다. 아직까지 기존 양자역학과 어긋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칠판 앞에서 수식을 두고 토론하는 사람들의 실루엣

해석이 실제 연구에 영향을 주나

많은 물리학자는 해석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계산에 집중한다. '입 다물고 계산하라'는 말이 이런 태도를 요약한다. 그러나 해석은 연구 방향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다세계 해석의 관점은 양자 컴퓨터를 생각하는 데 직관을 준다는 평가를 받았고, 측정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연구는 양자 정보 이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아직 결론 나지 않은 것

백 년 가까운 논쟁에도 불구하고 측정 문제에 대한 합의된 답은 없다. 물리학자들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해석을 물으면 응답이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양자역학이 더 근본적인 이론의 근사인지, 아니면 그 자체로 완전한 이론이고 우리가 받아들이는 방식이 문제인지도 열린 질문으로 남아 있다.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