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1미터의 길이는 어떻게 정해졌나, 자오선에서 빛의 속도까지

1미터는 처음에 지구 둘레의 일부로 정해졌고, 금속 막대를 거쳐 지금은 빛이 정해진 시간 동안 가는 거리로 정의된다. 길이의 기준이 바뀌어 온 이유를 따라간다.

편집부 · 2026년 10월 30일 · 읽는 데 4분

벨벳 위에 놓인 오래된 금속 자와 그 옆을 지나는 레이저 빛
벨벳 위에 놓인 오래된 금속 자와 그 옆을 지나는 레이저 빛

지금의 1미터는 빛이 진공에서 299,792,458분의 1초 동안 나아가는 거리다. 이 정의는 1983년에 정해졌다. 그 전까지 1미터는 지구 자오선 길이의 일부, 금고 속 금속 막대, 특정 원자가 내는 빛의 파장으로 차례로 바뀌어 왔다. 기준을 바꿀 때마다 1미터의 길이는 거의 그대로 두면서, 누구나 어디서든 더 정확하게 같은 길이를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왕의 발에서 지구의 둘레로

18세기 프랑스에서는 지역마다 길이의 단위가 달라 수백 가지가 함께 쓰였다. 같은 이름의 단위라도 도시에 따라 길이가 달라 거래와 세금에서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프랑스 혁명 뒤 과학자들은 특정 나라의 왕이나 도시에 속하지 않는, 자연에서 얻은 기준을 원했다. 그들이 고른 것은 지구였다. 북극에서 적도까지 자오선을 따라 잰 거리의 1천만분의 1을 1미터로 삼기로 했다.

이 거리를 직접 잴 수는 없으므로, 두 천문학자가 1792년부터 덩케르크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자오선 일부를 삼각측량으로 쟀다. 언덕과 탑 위에서 먼 지점 사이의 각도를 재고, 삼각형을 이어 붙여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혁명과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측량은 7년 가까이 걸렸다. 그 결과로 1799년 백금으로 만든 기준 막대가 만들어졌다.

언덕 위에서 각도를 재는 옛 측량 장비

금고 속의 막대

지구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아름다웠지만 실제로는 막대가 기준이 되었다. 뒤에 더 정밀한 측량을 해 보니 지구가 완전한 공 모양이 아니고 측량에도 작은 오차가 있어, 1미터는 정확히 자오선의 1천만분의 1이 아니었다. 그래도 기준을 다시 바꾸면 이미 만든 자와 기록이 모두 어긋나므로, 막대의 길이를 그대로 1미터로 쓰기로 했다.

1875년 여러 나라가 미터 협약을 맺었고, 1889년에는 백금과 이리듐을 섞어 만든 국제 미터 원기가 새 기준이 되었다. 단면이 X자 모양인 이 막대는 휘어지지 않도록 설계되었고, 온도에 따라 길이가 변하지 않도록 얼음이 녹는 온도에서 잰 길이를 기준으로 삼았다. 각 나라는 복사본을 받아 갔고, 몇십 년마다 파리 근교로 가져가 원기와 견주었다.

시기 1미터의 기준 약점
1799년 자오선 측량으로 만든 백금 막대 측량 오차, 막대 하나에 의존
1889년 백금·이리듐 국제 미터 원기 손상·변형 위험, 비교하려면 이동 필요
1960년 크립톤 원자가 내는 빛의 파장 빛의 선이 완전히 날카롭지 않음
1983년 빛이 일정 시간 동안 가는 거리 시간 측정의 정확도에 따름

원자의 빛으로, 그리고 빛의 속도로

막대는 아무리 잘 관리해도 하나뿐인 물건이었다. 긁히거나 변형되면 1미터 자체가 바뀌는 셈이었다. 1960년 국제 도량형 총회는 크립톤 86 원자가 내는 주황색 빛의 파장으로 1미터를 다시 정의했다. 원자는 어디서나 같으므로, 장비만 갖추면 어느 실험실에서든 같은 1미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1983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빛의 속도를 초속 299,792,458미터로 고정하고, 길이를 시간으로부터 정의한 것이다. 시간은 원자시계로 다른 어떤 양보다 정확하게 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빛의 속도는 재는 값이 아니라 정의된 값이 되었다. 빛의 속도를 더 정밀하게 재면 바뀌는 것은 빛의 속도가 아니라 1미터를 구현하는 정확도다.

레이저 빛이 거울 사이를 오가며 길이를 재는 실험 장치

정의를 바꿔도 자가 그대로인 이유

정의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이 쓰던 자를 새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새 정의는 언제나 그 전의 1미터와 측정 오차 범위 안에서 같도록 정해졌기 때문이다. 바뀐 것은 길이 자체가 아니라 그 길이를 얼마나 정확하게, 얼마나 많은 곳에서 재현할 수 있느냐였다. 2019년에는 킬로그램을 비롯한 다른 기본 단위들도 물리 상수를 기준으로 다시 정의되어, 이제 국제단위계의 기본 단위는 모두 특정한 물건이 아닌 자연의 상수에 묶이게 되었다.

남은 질문

빛의 속도로 길이를 정의하면서 길이의 정확도는 시간을 얼마나 정확히 재느냐에 달리게 되었다. 지금은 원자시계보다 훨씬 정밀한 광시계가 개발되어 1초의 정의를 다시 바꾸는 일이 논의되고 있다. 1초가 바뀌면 1미터를 구현하는 방법도 따라 정밀해진다. 단위의 정의가 자연의 상수에 묶였다는 것은, 그 상수들이 정말로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일이 앞으로 더 중요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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