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계


기계(Machine)는 우리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 자동차라는 기계를 타고 편리하게 이동하고, 스마트폰, 컴퓨터라는 기계로 소통, 작업, 여가 같은 수많은 일들을 하며, 많은 직업들은 기계를 기반으로 하기도 합니다. 기계가 없다면 지금 같은 의식주,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기계는 인류의 역사 전체를 완전히 바꿨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형태의 기계가 있습니다. 이 기계는 맨눈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연구된 정도는 아직 갓난아기 수준에 불과하지만, 배아세포처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바로 ‘분자기계’입니다.



분자기계의 소개


‘분자기계’라는 이름은 두 단어로 분리해 보면 그렇게 생소한 이름은 아닙니다. 분자, 그리고 기계가 조합된 단어입니다. 이 이름을 처음 들어보면 대부분은 ‘매우 작은 기계’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이 정말 있을까 하고 궁금증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있습니다. 이제 그 ‘분자기계’가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분자기계(Molecular Machine)는 외부에서 에너지 같이 적절한 자극을 주면 기계의 효과를 내는 분자 시스템(또는 체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6년 노벨 화학상이 처음 분자 기계를 고안하고 발명해 낸 인물을 포함해 이 분야에서 큰 공헌을 한 3명의 화학자(장 피에르 소바주 (Jean-Pierre Sauvage), 프레이저 스토더트(Fraser Stoddart), 베르나르트 페링하(Bernard Feringa))에게 주어졌습니다. 그 정도로 분자기계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세기 중반, 화학자들은 고리형 분자들을 서로 연결해 만든 분자 체인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체인을 만든다면 기존의 공유 결합, 이온 결합과 다른 새로운 결합을 만드는, 화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큰 과제를 달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많은 화학자들이 이른바 ‘기계 결합’의 개발을 시도했으며, 실제로 1950~60년대 몇몇 실험실에서는 특수한 형태의 분자 체인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합성 방법이 매우 복잡할뿐더러 수득률(모든 반응물이 생성물이 됐을 때 얻을 수 있는 생성물과 실제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생성물의 비율)도 매우 낮아 실용성이나 연구학적 가치가 부족했습니다. 계속 진전이 없다가, 1980년대가 되자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게 됐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서, 전혀 다른 것을 연구하던 프랑스의 화학자가 1983년에 분자 체인을 만들어 내는 데에 성공하게 됩니다.



분자기계의 첫 고안


장 피에르 소바주 교수는 광화학(Photochemistry) 분야에서 태양광을 포획해 그를 화학반응을 촉진시키는 용도로 활용시킬 수 있는 분자 복합체를 개발하고 있었던 화학자였습니다. 그는 그가 고안한 수많은 복합체들 중 하나의 모형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중앙의 구리 이온을 중심으로 2개의 분자가 서로 엮여 있는 것을 본 것입니다.



카테네인의 합성



독특한 동기로 ‘분자기계’라는 세계에 뛰어든 그는 위 그림처럼 구리 이온의 전기적 힘을 이용해 기존에 있는 고리형 분자에 반원형 분자를 구리 이온 주변에서 서로 맞물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반원형 분자를 기존 반원형 분자에 붙여 고리의 형태를 만들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리 이온을 제거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분자 체인을 ‘카테네인’이라고 합니다. 구리 이온이 이 반응의 수득률을 42%까지 높일 수 있었기에, 분자기계는 연구의 수면에 다시 떠오르게 됐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


아직은 초기 상태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분자 자동차, 분자 근육, 분자 컴퓨터 칩, 분자 모터 등과 같은 여러 형태의 분자기계가 개발, 연구되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화학자인 프레이저 스토더트 교수는 1991년 고리형 분자가 막대형 분자에 걸려있는 채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인 로탁세인을 개발했습니다.



로탁세인의 합성



처음에는 이 구조에 에너지를 가했을 때 고리가 움직이는 속력과 방향을 조절할 수 없었지만, 1994년에 이르러서는 조절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이를 이용해 스토더트 교수는 스스로를 0.7nm 높이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분자 리프트’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분자 컴퓨터 칩’도 만들어졌습니다. 이 칩은 20KB의 데이터만을 저장할 수 있지만, 기존의 컴퓨터 칩보다도 엄청나게 작은 분자 컴퓨터 칩이기에 미래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발전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인체 근육 조직처럼 탄력을 가진 구조체를 갖고 있는 로탁세인도 만들었습니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로탁세인은 연구학적으로 좋은 재료가 될 것입니다.


많은 연구가 계속되면서, 화학자들은 분자 체인의 방향성을 양 방향이 아닌 한 방향으로 고정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습니다. 톱니바퀴 같은 모양의 ‘분자모터’가 그 해결책이 돼 주었습니다.



분자 모터



2개의 날개와 이를 잇는 탄소 간 이중결합으로 이루어진 모터는 자외선을 받으면 한쪽 날개가 180도 회전하고, 다시 자외선을 받으면 다른 날개가 180도 회전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 체인은 한 방향으로 계속 회전하게 됩니다. 분자모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독일의 화학자 베르나르트 페링하 교수는 이렇게 1999년 분자모터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이 모터를 바탕으로 페링하 연구팀은 연구를 거듭하여 나노자동차를 개발했고, 초당 1200만 회 이상 회전할 수 있는(일반적인 자동차의 수십만 배에 달하는 회전 수) 모터를 제작하는 등 모터의 성능도 개선했습니다. 또한 나노모터를 이용해 모터보다 훨씬 더 큰 액체 결정을 회전시키기도 했습니다. 작은 모터 하나가 결정의 구조를 바꾼 것은 놀라운 결과입니다.

최근에는 아미노산을 잡아서 서로 연결시킬 수 있는 분자로봇(2013)과 세포막을 뚫는 분자드릴(2017)이 개발됐습니다. 또한 고분자와 분자모터를 연결시킨 촘촘한 그물을 만들기 위한 연구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분자기계와 예술


분자 체인의 형태는 단순하면서도 미학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로 분자 체인에는 형식적인 아름다움의 요소가 많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위 3개의 분자 체인은 각각 ‘세잎 매듭’, ‘솔로몬의 매듭’, ‘보로민 고리’로 불립니다. 모든 체인이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모양을 갖고 있습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분자의 세계에는 대칭성, 단순성, 복잡성, 함축성을 비롯한 미학적 형식미의 모든 요소가 담겨있다’며 분자 예술의 세계가 무한히 넓고 깊다고 했습니다. 기존의 여러 분자도 예술적 의미를 많이 갖지만, 분자 기계는 특히 유별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자기계 분야에서의 노벨상 수상은 분자 기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은 면도 크지만, 화학의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특성을 인정받은 면도 못지않게 큽니다. 우리가 거시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계와 모양을 분자 수준에서 구현해낸 일 자체가 큰 의미를 갖습니다. 우주의 행성 사이를 마음껏 누비고 다니는 일만큼 꿈 같은 과제를 실현해 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분자기계의 미래


현재 분자기계의 상황은 전기모터가 처음 발명된 1830년대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전기모터도 처음에는 실험실에서만 돌아갔지만, 현재 자동차, 세탁기 등 수많은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 것처럼 분자기계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분자기계는 나노기술 중 여러 가지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나노바이오 분야에서 분자기계는 엄청난 활약을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아미노산을 잡아 연결할 수 있는 분자로봇(이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과 세포막을 직접 뚫을 수 있는 분자드릴이 개발됐습니다. 분자드릴을 이용해 암세포나 박테리아를 뚫은 뒤 약물을 직접 주입하면 세포가 내성을 갖더라도 약물이 깊숙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는 POSTECH 화학과 김기문 교수가 ‘쿠커비투릴’이라는 분자 기계를 이용해 세포막에서 단백질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고, 외부 환경에 따라 스스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나노캡슐을 개발했습니다. 세포막에서 단백질을 분리할 수 있다면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세포를 분석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혈관을 타고 이동하는 나노로봇을 분자기계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환경이나 산업 분야에서도 분자기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분자기계를 이용해 수은 같은 유해물질을 분리해낼 수 있습니다. 또한 분자 컴퓨터 칩을 이용해 기존의 트랜지스터를 크게 소형화할 수 있다면 전자제품도 분자기계를 통해 지금보다 더욱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성자> 18-118 허진우

<분야> 물리화학, 분자동역학

<참고문헌>

1.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14120

2.http://scienceon.hani.co.kr/435628

3.https://www.scienceall.com/%ED%99%94%ED%95%99-2016%EB%85%84-%EB%B6%84%EC%9E%90-%EA%B8%B0%EA%B3%84-%EC%84%A4%EA%B3%84-%EB%B0%8F-%ED%95%A9%EC%84%B1/

4.https://www.cheric.org/PDF/PST/PT27/PT27-6-0814.pdf

5.https://www.nobelprize.org/nobel_prizes/chemistry/laureates/2016/popular-chemistryprize2016.pdf

6.Sauvage, J.-P., Duplan, V. and Niess, F. (2016) Contractile and Extensile Molecular Systems: Towards Molecular Muscles.

7.Stoddart, J.F. (2009) The Master of Chemical Topology. Chem. Soc. Rev

<이미지>

(1,2,3,4). Nobelprize.org(https://www.nobelpriz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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