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신경과학회가 대구에서 열리다 ibro 2019
한국 대구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던 세계뇌신경과학총회(IBRO 2019)의 역사적 의미와, 현대 뇌과학이 풀어가야 할 난제들을 조명한다.
편집부 · 2025년 11월 28일 · 읽는 데 4분
인류 최후의 미개척지는 저 깊은 심해나 아득한 우주가 아니다. 바로 우리 머릿속에 들어앉은 1.4kg의 회색 덩어리, '뇌'다. 1천억 개의 신경 세포가 얽혀 만들어내는 이 우주보다 복잡한 미로 속에서 어떻게 우리의 기억, 감정, 자아가 피어오르는지, 그리고 왜 알츠하이머나 자폐증 같은 잔인한 질병이 찾아오는지 우리는 아직도 절반의 정답조차 찾지 못했다. 이 거대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4년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뇌과학자 4천여 명이 한 도시에 모여 머리를 맞대는 '뇌과학계의 올림픽'이 열린다. 바로 세계뇌신경과학총회(IBRO, International Brain Research Organization)다. 2019년 9월, 이 역사적이고 거대한 지성의 축제가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대한민국 대구에서 열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대구에 모여 던진 뇌과학의 화두는 무엇이었으며, IBRO 2019가 한국 과학계에 남긴 발자취를 되짚어보자.
뇌의 르네상스, IBRO의 탄생
세계뇌신경과학총회(IBRO)는 1961년 유네스코(UNESCO)의 후원을 받아 설립된 전 세계 신경과학자들의 거대한 연합체다. 과거의 뇌 연구는 해부학, 생리학, 심리학 등으로 갈기갈기 찢어져 있어 코끼리를 장님 여럿이 더듬는 형국이었다. IBRO는 이 흩어진 지식들을 하나로 모아 뇌라는 거대한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완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82년 스위스 로잔에서 제1회 총회를 시작으로 4년마다 전 세계를 돌며 열리는데, 노벨상 수상자들은 물론 수천 명의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매 치료의 최전선, 인공지능과 뇌의 융합, 뇌파 해킹의 윤리적 문제 등 인류가 직면한 가장 첨예한 뇌과학 어젠다를 며칠 밤낮에 걸쳐 토론한다. 특히 2019년 제10회 총회를 한국의 대구에서 유치한 것은,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한국 뇌과학의 기초 연구 역량이 마침내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았음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쾌거였다.
대구에 모인 석학들, 그리고 뇌의 미래
IBRO 2019 대구 총회에는 무려 100개국에서 4,500명이 넘는 학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이 대회에서 쏟아진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글리아(Glia) 세포의 반란'이었다. 오랫동안 신경 세포(뉴런)의 찌꺼기를 치우는 조연으로만 무시당했던 교세포(글리아)가, 사실은 만성 통증을 유발하고 뇌를 병들게 하는 알츠하이머의 진짜 흑막일 수 있다는 파격적인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며 뇌과학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었다. 또한 빛을 이용해 쥐의 뇌 특정 부위를 껐다 켰다 하며 기억을 조작하는 '광유전학(Optogenetics)' 기술의 일인자 칼 디서로스(Karl Deisseroth)의 기조연설은 장내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그는 뇌의 배선을 완벽하게 매핑하여 파킨슨병 환자의 떨림을 멈추게 하는 기술을 시연하며, 인간이 뇌를 치료하는 것을 넘어 뇌의 기능을 직접 제어(엔지니어링)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했다.
인공지능(AI)과 뇌의 위험한 동거
대구 총회에서 가장 논쟁적이었던 세션은 단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와 '뉴로모픽 인공지능' 분야였다. 컴퓨터가 인간의 뇌신경망(시냅스) 구조를 흉내 내어 학습하는 딥러닝이 세상을 지배하는 가운데, 학자들은 "AI가 인간의 뇌를 어디까지 모방할 수 있는가?"를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처럼 인간의 뇌에 직접 칩을 심어 기계와 소통하는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학자들은 환호성과 동시에 끔찍한 윤리적 경고를 쏟아냈다. 내 뇌파가 해킹당해 기억이 도둑맞거나 내 감정이 외부의 컴퓨터 조작에 의해 통제당할 수 있다는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뇌 데이터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신경 인권, Neuro-rights)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묵직한 윤리적 선언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국 뇌과학이 남긴 유산
IBRO 2019는 한국 뇌과학 생태계에 거대한 촉매제가 되었다. 한국뇌연구원(KBRI)이 위치한 대구는 이 대회를 기점으로 뇌과학 기초 연구와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을 연결하는 거대한 메디컬 클러스터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전 세계 석학들과 한국의 젊은 연구자, 대학생들이 격의 없이 커피를 마시며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경험은 그 어떤 논문보다 값진 자산이었다. 이 대회 이후 한국의 연구진들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 규명과 뇌파 분석을 통한 우울증 진단 분야에서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잇달아 굵직한 논문을 쏟아내며 IBRO 개최국의 저력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국제적인 과학적 협력을 상징하는 생생한 색상으로, 지구 전체를 연결하는 뇌의 신경 네트워크에 대한 추상적 표현](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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