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선 없는 편리함 무선 전력 전송의 원리

전선을 없애고 허공을 통해 전력을 보내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의 전자기 유도 원리와, 미래의 장거리 자기 공명 기술을 물리학적으로 탐구한다.

편집부 · 2025년 5월 21일 · 읽는 데 4분

기술 라이프스타일, 그 사이에서 전달되는 가시적인 에너지 파장과 함께 빛나는 무선 충전 패드 위로 약간 공중 부양하는 스마트폰
기술 라이프스타일, 그 사이에서 전달되는 가시적인 에너지 파장과 함께 빛나는 무선 충전 패드 위로 약간 공중 부양하는 스마트폰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시킨 뒤, 테이블 위 동그란 패드에 스마트폰을 툭 던져놓는다. 케이블을 꽂을 필요도 없이 배터리 아이콘에 번개 모양이 켜지며 충전이 시작된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아무도 신기해하지 않지만, 사실 전선(구리선)이라는 물리적인 길도 없이 텅 빈 허공을 가로질러 '전기'라는 에너지가 전달되는 이 과정은 물리학적으로 엄청난 마술이다. 과거 인류가 유선 전화기에서 선을 잘라내어 무선 통신(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었듯, 이제는 가전제품의 꼬리표처럼 붙어있는 전원 플러그를 잘라내는 궁극의 '무선 전력 전송(Wireless Power Transfer)'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니콜라 테슬라가 100년 전 꿈꾸었던 '전선 없는 세상'은 어떻게 스마트폰 충전기 속에서 부활했으며, 나아가 방 안을 걸어 다니기만 해도 기기들이 알아서 충전되는 기괴한 미래 기술은 어떤 전자기학적 원리를 숨기고 있는지 파헤쳐 보자.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전기를 자석으로 바꾸다

스마트폰을 패드 위에 올려두는 방식의 무선 충전(치, Qi 표준)은 19세기 마이클 패러데이가 발견한 '전자기 유도(Electromagnetic Induction)' 법칙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전기와 자기는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전선에 전기를 흘려보내면 주변에 보이지 않는 자기장(자석의 힘)이 생기고, 반대로 자석을 움직이면 전선에 전기가 만들어진다. 무선 충전기 패드를 뜯어보면 커다란 구리 코일(송신 코일)이 둥글게 말려 있다. 콘센트에서 나온 교류 전기가 이 코일 안에서 방향을 쉴 새 없이 바꾸며 미친 듯이 흐르면, 코일 주변 공간으로 강력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장 덩어리'가 뿜어져 나온다. 패드가 전기를 자기장이라는 투명한 화물로 포장하여 허공에 쏘아 올리는 셈이다.

안테나가 전기를 받아먹다

이때 스마트폰을 패드 위에 살포시 올려보자. 스마트폰 뒷면의 껍데기 바로 안쪽에는 충전 패드와 똑같이 생긴 작은 구리 코일(수신 코일)이 숨어 있다. 패드에서 뿜어져 나온 요동치는 자기장이 스마트폰 뒷면을 뚫고 들어가 수신 코일을 강하게 때린다. 그러면 전자기 유도 법칙에 의해 스마트폰 코일 내부에 있던 전자들이 자기장에 떠밀려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며 '전기'가 튀어나오게 된다. 즉, 전기가 허공을 점프한 것이 아니라, 전기가 자기장으로 변신했다가 스마트폰 안에서 다시 전기로 환생한 것이다. 이 방식은 효율이 무려 90%에 달할 정도로 뛰어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거리가 단 1cm만 멀어지거나 중심이 살짝만 어긋나도 자기장이 허공으로 흩어져 버려 충전이 뚝 끊긴다는 점이다. '선만 없을 뿐' 사실상 스마트폰을 패드에 꽉 묶어두어야 하는 절반의 자유인 셈이다. 거대한 전호 궤적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워든클리프 타워 옆에 서 있는 니콜라 테슬라의 역사적 일러스트레이션

공명, 진동수를 맞춰 에너지를 쏘다

패드에 꼭 붙어있어야 하는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 2007년 MIT 연구팀은 기가 막힌 물리학적 꼼수를 부렸다. '자기 공명(Magnetic Resonance)' 방식이다. 오페라 가수가 유리잔의 고유 진동수와 똑같은 목소리(주파수)를 꽥 지르면, 유리잔이 그 에너지를 100% 흡수하여 쩌창 하고 깨지는 '공명'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송신 코일과 수신 코일이 특정한 똑같은 주파수에서만 요동치도록 안테나를 설계했다. 이렇게 하면 허공으로 의미 없이 흩어지던 자기장 에너지가, 똑같은 주파수로 진동하는 저 멀리 있는 스마트폰 수신 코일로만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터널을 뚫고 빨려 들어가게 된다. 이 기술 덕분에 기기가 패드에서 수십 센티미터 떨어져 있거나, 중간에 나무 책상이나 사람의 손이 가로막고 있어도 에너지가 장애물을 뚫고 전송되는 마법이 가능해졌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거실 구석에 충전기를 하나만 켜두어도 방 안의 노트북, 무선 이어폰, 로봇 청소기가 돌아다니며 알아서 배터리를 가득 채우는 진정한 '와이파이식 전력 충전'이 현실화된다.

전파(RF) 전송, 우주에서 전기를 쏘다

거리를 수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 단위로 늘리고 싶다면 아예 빛의 형태인 '마이크로파(RF, 전파)'로 전기를 쏘아야 한다. 군사 레이더나 전자레인지에 쓰이는 고주파 전파에 에너지를 실어 안테나로 발사하고, 드론이나 전기차가 그 전파를 맞아 전기로 변환(렉테나 기술)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의 궁극적인 최종 진화형은 '우주 태양광 발전소'다. 구름도 없고 밤도 없는 우주 궤도에 거대한 태양광 패널을 띄워 24시간 내내 전기를 생산한 뒤, 그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마이크로파 빔으로 응축시켜 지구의 거대한 수신 안테나로 쏘아 보내는 SF 영화 같은 프로젝트다. 현재 미국과 일본, 중국이 차세대 에너지 패권을 쥐기 위해 이 무선 전력 전송 위성 개발에 사활을 걸고 경쟁 중이다. ![중앙의 빛나는 허브에서 램프와 드론 같은 여러 장치가 공기를 통해 무선으로 충전되는 미래 지향적인 거실](https://image.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