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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프로파일러, 안정동위원소

생태계 프로파일러, 안정동위원소

우주에는 118종의 원소의 존재가 알려져 있으며 각각의 원소에 해당하는 원자들은 지구의 모든 곳을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종류의 원소라고 모두 같은 원소로 볼 수는 없는데, 바로 ‘동위원소(Isotope)’의 존재 때문이다. 동위원소는 원자 번호가 같지만 그 질량수는 다른 원소들을 부르는 말이다. 원소의 화학적 성질을 결정하는 양성자의 수는 서로 같아서 같은 종류의 원소로써 취급되지만, 중성자의 수가 다르기 때문에 질량에서 차이가 나는 형제 원소라고 할 수 있다.

탄소의 동위원소들

동위원소 중에서도 ‘방사성동위원소’라고 불리는 것들이 있다. 안정된 상태로 자연에서 존재하지 못하는 탓에 핵 붕괴를 통해 안정된 원소로 바뀌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었다. 방사성동위원소가 고고학 연구에서 고대 유물의 나이를 알아내거나 암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로 사용되며 사람들에게 비교적 많이 알려진데 반해 ‘안정동위원소’라는 또다른 류의 동위원소의 경우는 사람들에게 이용되고 관심 받기 시작한 것이 비교적 최근이다. 안정동위원소는 방사성동위원소와는 다르게 자연 상태에서 안정된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원소들로써 그 쓰임이 방사성동위원소 못지 않다. 물질이 포함하고있는 안정동위원소 함량 비를 측정해서 지질, 해양, 생태계를 이루는 물질의 기원과 변화 과정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안정동위원소비 연구가 범죄 수사, 스포츠선수 도핑 검사, 환경오염 사고 원인 규명 등 다양한 분야의 응용으로 확장되면서 중요한 화학기술로써 인정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벌꿀의 식품 규격을 정할 때 사용되는 탄소 동위원소비
안정동위원소 연구의 출발

연구의 대상이 되는 시료마다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안정동위원소 함량 비율은 각 시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자연적인 변화를 겪어 왔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면에서 그 연구 가치가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물질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물리×화학적 과정을 거치면서 안정동위원소비가 조금씩 변화하는데, 이것은 동위원소를 포함한 화학 반응에서 발생하는 ‘동적 동위원소 효과(Kinetic Isotope Effect)’에 의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질량이 서로 다른 동위원소가 반응을 일으킬 때를 관찰해 보면 상대적으로 질량이 작은 동위원소가 반응이 더 빠르게, 많이 일어남이 보여진다. 이러한 차이는 수소(양성자 1개, 중성자 0개)와 중수소(양성자 1개, 중성자 1개)를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중수소를 분자로부터 떼어 낼 때의 결합해리에너지가 수소보다 크기 때문에 반응 과정에서 더 큰 활성화에너지를 필요로 하므로 그 반응 속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동적 동위원소 효과로 인한 동위원소간의 반응속도에서 차이가 나면서 반응의 생성 물질에 가벼운 동위원소가 농축되기 때문에 동위원소 함량에 관한 정보를 통해 시료의 변모 과정을 추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안정동위원소비는 동위원소 비율 질량분석법(IRMS: Isotope Ratio Mass Spectrometry)이라는 실험적 과정을 거쳐 알아낼 수 있다. 이온화시킨 실험 시료를 자기장에 통과시켰을때 궤적이 휘어지는 정도에 따라서 시료의 질량과 전하량과 같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고, 이것들을 통해 각 성분 원소의 질량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해서 알아낸 시료의 안정동위원소비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평균적인 동위원소 존재 비율을 참고하여 만들어진 ‘표준 시료’의 비율 값과 비교했을 때 차이값을 백분위나 천분위로 나타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무거운 동위원소의 비율이 높아지는 경우 백분위 값이 커짐에 따라 무겁게 농축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앞에서 언급한 동적 동위원소 효과의 영향으로 자연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안정동위원소의 함량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무거운 동위원소의 함량 비율의 변화를 기준으로 하여 농축되었다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IRMS의 모습
생태학 연구에 사용되는 안정동위원소비

바다와 하천, 호수와 같은 수생태계 구성원들의 거동을 연구하는 데에는 질소 안정동위원소비가 사용된다. 표준 시료의 질소 안정동위원소는 질량수 14인 질소 99.6%, 질량수 15인 질소 0.4%로 구성되어있고 물속 생태계의 먹이 사슬을 거치면서 이 구성 비율이 조금씩 바뀌게 된다. 물속의 질소는 대부분 질산염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이들 질산염 또한 육지의 분해자(Decomposers)들에 의해 여러 단계의 질소 고정(Nitogen Fixation), 질산화(Nitrification) 과정을 겪으면서 질소 안정동위원소비가 조금씩 바뀐 채 바다로 흘러들어가므로 지역에 따라 질산염의 동위원소비는 달라진다. 이러한 차이는 유기물 속에 포함된 질소의 안정동위원소비의 변화에 영향을 주어 과학자들이 물속 생태계의 변화를 추적하는데 단서로 사용될 수 있게 된다.


질소순환계에서 질소의 이동 경로

이것에 대한 다양한 예들 중 하나는 인간이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이다. 육지의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하수나 하수도로 흘러나오는 생활오수의 질소안정동위원소비는 상대적으로 무겁게 농축되어있기 때문에, 대도시가 위치한 육지 근처에서 서식하는 해양 생물체들은 안정동위원소비가 높아져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오염원의 종류에 따라서도 각각 고유한 질소동위원소비를 가지고 있어서 특정 지역의 수생태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오염원을 파악해낼 수도 있다.


수생태계를 오염시키는 다양한 오염원의 유입경로

생태계 내에서 특정 유기물의 화학적 변화 과정을 파악하고자 할 때 과학자들은 유기물이 포함하고 있는 원소의 안정동위원소비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후 각각의 변화 단계를 추적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안정동위원소 라벨링(Stable Isotope Labeling)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지구시스템에서 질소의 순환이나 탄소의 순환 과정을 파악하는데 사용되었다. 특히 물 분자 속의 수소와 산소 안정동위원소를 라벨링하여 식물의 광합성 과정이나 동물의 에너지 신진대사 과정을 알아낼 수 있다. 식물은 물과 공기중의 이산화탄소를 가지고 광합성을 하여 유기물질을 합성하고, 동물을 비롯한 거의 모든 생물들은 물과 유기물질을 통해 에너지 대사과정을 거쳐 생명활동을 연장하기 때문에 물 분자의 변화 경로를 파악함으로써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중요한 과정에 대한 비밀을 밝혀낼 수가 있는 것이다.


 

김문엽 학생기자 | Chemistry & Biology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김민섭, 황종연, 권오상, 이원석, "안정동위원소비 분석 기법의 이해: 시료의 전처리, 분석 및 자료의 해석과 적용", 생태와 환경, 제 46권 제 4호 (2013)

[2] 최보형, 신경훈, "수생태 환경 연구에 있어 안정동위원소의 활용과 전망", 생태와 환경, 제 51권 제 1호 (2018)

[3] 김영수, "조류에서 나비까지: 환경동위원소에 의한 동물의 이동패턴 연구" (2004)


첨부 이미지 출처

[1] 김정수, "'안정동위원소'는 알고 있다... 네가 어디서 왔는지", <한겨레>, 2017.12.08

[2] 최보형, 신경훈, "수생태 환경 연구에 있어 안정동위원소의 활용과 전망", 생태와 환경, 제 51권 제 1호 (2018)

[3] Marielle Hoefnagels, Biology, the Essentials (3ed) (McGraw-Hill, 2019)

[4] https://www.scienceall.com/수질-오염water-pollution/


©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K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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