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눈에 보이는 작은 생명체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존재를 관찰하고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 그 바람을 가능하게 한 수 많은 과학자들 중 세 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A long-held dream would be fulfilled if we were able to dive into a cell and see the molecules.”
“우리가 세포속으로 다이빙해 분자들을 볼 수만 있다면, 이 (생체 분자를 관찰한다는)오랜 염원은 해결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노벨 화학상의 시상 연설 중 한 문장이다.
2017년의 노벨 화학상의 영광은 생체 분자들의 관찰이라는 오랜 염원을 해결함에 있어, 세포 속으로의 다이빙보다 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준 리처드 헨더슨, 유하킴 프랑크, 자크 드보쉐 이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소우주를 관찰하기 위한 노력은 17세기부터 시작된다. 영국의 과학자 로버트 훅이 배율이 30배 정도의 현미경을 만들었지만, 그것은 작은 물체를 확대해서 보여주는 확대경에 지나지 않았다. 그 후 네덜란드의 직물상인 이었던 레벤후크에 의해 배율이 약 270배인 현미경이 발견되고, 우리는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는 수많은 미생물의 존재를 비로소 인식하게 된다. 이렇듯 우리가 점점 더 작은 범위의 소우주를 관찰함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개척을 함께 해오고 있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관찰을 위해 빛을 이용해야 했던 초기의 현미경으로는 관찰할 수 없는 세계까지 바라보고자 했다. 빛의 파장, 10^-9m보다 훨씬 작은 세계, 우리가 관찰하고 싶은 세계는 그 보다 훨씬 미세한 세계였다. 이에 따라 뛰어난 성능의 현미경이 요구되었다. 우리는 빛보다 파장이 더 짧은 물질인 전자를 이용하여 그 세계를 관찰한다. 전자현미경은 ‘가속전압’이라는 것을 전자에 걸어 파장이 매우 짧은 전자 빔을 쏘고, 전자빔과 시료의 상호작용을 해석하여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도출해 낸다. 이런 전자 현미경의 발견도 우리의 시야를 넓혀준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전자 현미경은 오랫동안 ‘죽은 물질’을 영상화하는 데만 적당하다고 여겨져 왔다. 전자 현미경이 물체를 관찰할 때 나오는 강력한 전자빔은 생체물질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자 현미경 속의 고진공 상태는 생체 분자 내 물을 증발시켜 생체분자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시킬 수 없기 때문에 이미지 또한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단백질과 같은 분자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기존에는 단백질을 압축하고 결정화한 후에 X 선을 쏴, 그 X 선의 회절을 분석해 분자 구조를 알아냈다. X선 결정학의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던 원자의 전자구름에 의해 X선이 산란(톰슨 산란)이 되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X선의 산란 각도에 의한 간섭의 정도에 따라 생기는 무늬를 해석함으로써 분자 구조를 밝힌다. 이 방법을 생체 분자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생체 분자들을 쌓아 결정을 만들어야 한다. 즉, ‘잘 결정화된 분자 결정’을 필요로 했고, 결정화할 수 없는 부드러운 단백질들은 제대로 관찰할 수 없고, 또한 과정도 그리 간단하지 못하다. 이에 따라 문제점들을 해결해 줄 새로운 방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었다.
리처드 헨더슨은 X선 결정학을 이용하여 광합성 생물의 막에 박혀있는 ‘박테리오로돕신’이라는 단백질을 관찰하려 했지만 결정화가 되지 않았고, 전자현미경으로 대안을 찾고자 했다. 앞서 언급되었듯 헨더슨은 이 단백질에 포도당으로 코팅을 하여 진공상태에서 시료가 건조되는 것을 막았다. 그 후 고용량의 전자 대신 약한 전자빔을 통과시켜 시료를 관찰했다. 물론 해상도는 형편없었지만 단백질들의 규칙적인 배열이 전자 빔을 비슷하게 회절시킨다는 점을 이용해 더 상세한 이미지를 계산해냈다. 그 후 다각도의 사진을 찍은 후 무려 7Å의 해상도를 가진 3D모델을 작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전자현미경으로 생체분자를 관측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규칙적인 배열의 천연 단백질’만 관찰할 수 있었던 탓에 과연 모든 단백질들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따라왔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요하킴 프랑크라는 독일의 과학자가 찾아낸다. 요아킴 프랑크는 전자현미경의 2D 이미지 속에 포함된 외관상 최소한의 정보를 통합하여, 고해상도의 3D이미지를 얻자는 계획을 세운다. 전자현미경의 흐릿한 이미지에 나타난 많은 수의 무작위적인 방향으로 위치해 있는 단백질의 흔적과 단백질의 배경을 컴퓨터를 이용하여 구분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단백질의 이미지들 중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상을 확인하여 그룹지은 다음, 그 이미지들을 통합하여 평균적인,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2D 이미지들은 단백질의 모습을 여러각도에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 후 2D 이미지들의 연관성을 수학적으로 찾고, 2D 이미지를 3D 이미지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마지막 과제인 고진공상태에서 증발되는 물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못했다. 앞서 언급되었던 1975년 헨더슨의 연구에서 포도당을 이용하여 증발을 막았지만 그 방법은 수용성의 생체분자에는 적용될 수가 없었다. 생체 분자의 경우 수용액으로 채워진 세포 환경에서 회전이나 진동, 확산 운동을 하기 때문에 다른 물체에 비해 관찰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다른 연구자들은 샘플을 동결시켜 증발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사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물의 결정은 전자빔을 교란하기 때문에 제대로된 이미지를 얻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 자크 드보쉐는 잠재적인, 그리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떠올린다. 바로 얼음이 결정을 형성하지 않은 상태, 즉 유리를 형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유리처럼 물이 불규칙적인 배열을 가지고 있다면 전자빔이 균일하게 회절되어 이미지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었다. 두보쉐의 연구진은 액체질소에 의해 냉각된 에탄을 이용하여 물의 유리화에 성공했다. 이는 ‘물방울을 유리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고 주장했던 일부 연구자들의 생각을 완전히 부순 것이었다. 그들은 생물 표본을 물에 녹인 후, 그 수용액을 미세한 금속망을 이용해 도포했다. 그 후 –196℃의 액체질소에 의해 냉각된 에탄에 통과시켜 생물의 표면에 유리화 된 물이 덮인 시료를 만들었다.
이렇게 생화학의 폭발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cryo-EM의 중요한 뼈대들은 갖추어 졌다. 그러나 40옹스트롬 수준의 3D구조에 불과했던 탓에 Blobology(blob : 방울)이라는 다소 굴욕적인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그 후 전자현미경의 해상도는 점차 향상되어 비로소 단백질을 원자적 해상도로 가시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완성된 Cryo-EM로 인해 많은 부분에 있어 발전이 이루어 지고 있다. 살모넬라균이 세포를 공격하는 장면, 항생제나 각종 화학요법에 저항성을 띄는 단백질,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분자, 식물이 광합성을 하도록 빛을 인식하는 분자,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압력센서 분자 등 기존의 기술력으로는 관찰할 수 없었던 생명체 속 분자들의 모습이 속속 들어나고 있다. 이처럼 이전의 기술로는 관찰할 수 없었던 막단백질에 대한 자료들이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부작용이 존재하던 약물에 대한 해결책들을 막단백질의 수용체 관찰을 통하여 찾아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많은 유력 학술지에도 이런 정보들이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데, Nature에는 Cryo-EM의 기술을 사용하여 GABB A라는 막단백질의 구조를 촬영함으로써 단백질의 수용체에 대한 분석을 한 논문이 올라왔다. 이처럼 Cryo-EM이라는 단백질 구조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를 점점 향상시킬 것이며 이는 신약 개발과 같은 인류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 발명으로 인해 생화학의 발전이 진행될 것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이 이 과학자들을 더 위대하게 만든다.
1975년 요아킴 프랑크가 일반적인 영상처리방법에 대한 전략을 제시했을 때 한 연구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만약 그 방법이 완성된다면, 한 과학자의 말에 따라 인간의 한계가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현재 그 방법은 완성되었고, 미세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한계점은 점차 흐려지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한계가 사라진다.’라는 찬사가 절대 과하지도 않게 느껴질 뿐이다.
생체 분자마저 Cryo-EM을 통하여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냄으로써 우리는 생화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 기술을 확보하게 되었다.
리처드 헨더슨, 요아킴 프랑크, 자크 드보쉐 이 세 명의 연구자의 노력으로 인해 우리는 생화학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연구를 통해 인류에게 최대의 혜택을 베풀었다. 이제 생화학은 무궁한 발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과학 또한 인류의 역사처럼 진행 중이며 발전하고 있다. 앞선 과학자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그 다음 해결되지 않은 연구 과제를 이어 시작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인류의 역사와 과학은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