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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뉴스] 염기서열 확장판 - 하치모지(Hachimoji)

최종 수정일: 2019년 3월 28일


폴 고갱 -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림의 제목이기도 한 이 질문은 예전부터 철학자들의 주된 고민거리 중 하나였고, 그만큼 과학자들의 주된 궁금증 중 하나였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정확히 대답해 줄 수 없지만, 우리가 무엇인지는 조금 식상하지만 대답해 줄 수 있을 듯 하다. 그림의 한가운데에서 두 손을 머리 위로 모으고 하늘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사람도, 그 옆에 앉아서 빨간색 무언가를 먹고 있는 사람도, 그림의 맨 오른쪽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검은색 개도. 모두 염기서열의 배열인 DNA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무엇인가?' 라고 물어본다면 '우리는 염기서열의 배열이다' 라고, 조금은 식상하고 딱딱하지만, 답을 해줄 수 있을 듯 하다.


커다란 고래나 코끼리부터 자그마한 미생물까지의 DNA는 염기서열 A(adenine, 아데닌), C(cytosine, 사이토신), G(guanine, 구아닌), T(thymine, 티민)의 배열이다. 즉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DNA는 그 방대한 양의 정보를 겨우 네 개의 천연 화합물 A,C,G.T의 배열에 저장한다는 이야기이다.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이 기사는 '하치모지'를 중심적으로 다루기에 유전자의 기본적인 시퀀스에 대해서는 간단히 이야기하겠다- A,C,G,T 이 4개의 '블럭'을 쌓아 단백질을 합성하고, 만들어낸 단백질로 각종 구조와 세포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2월 22일, <Science>지에 생명체의 근간을 뒤흔들법한 논문이 기재된다. 바로 새로운 염기의 합성이다.



 

여덟 개의 문자, 하치모지


플로리다 주 앨라추아 소재 응용분자진화재단(Foundation for Applied Molecular Evolution)의 스티븐 베너가 이끄는 연구팀은 새로운 4가지의 염기(P,Z,B,S)를 인공 합성하는 것에 성공했다.


하치모지(Hachimoji) DNA

위에 보이는 4쌍의 염기 중 아래쪽 두 쌍이 새로 합성된 염기들이다. 각각의 이름은 길고 복잡해서 다 설명하지는 않겠다. P의 이름만 해도 2-amino-8-(1′-b-D-2′-deoxyribofuranosyl)-imidazo-[1,2a]-1,3,5-triazin-[8H]-4-one이니 말이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Z,S는 C,T처럼 고리 구조가 하나고, P,B는 G,A처럼 육각형 고리와 오각형 고리가 결합되어 있는 구조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천연 염기 두쌍처럼 Z와 P, S와 B도 수소결합을 통해 짝을 이루는 것 또한 확인이 가능하다.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염기서열 확장판 8문자는 '8( はち )'과 '문자( もじ )'를 의미하는 일본어를 조합하여 하치모지(Hachimoji)라고 명명되었다.


사실 이와 같은 비천연 염기(unnatural base)에 대한 연구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 아니다. 1980년대에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비천연 염기는 2014년 이미 살아있는 세포에 한 쌍이 삽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추가된 비천연 염기들이 서로를 인식하고 결합하며, 그들이 형성하는 이중나선이 구조를 유지한다고 증명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Moloney murine leukemia virus reverse transcriptase'를 이용해 염기의 배열을 결정화하는 실험을 통해 각각의 문자들이 파트너들과 예측 가능하게 결합한다는 것을 증명했고, 또한 염기의 순서가 어떻든 이중나선의 구조가 안정적임을 증명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합성된 DNA 구조가 RNA로 전사될 수 있음을 보였다. 아래의 그림은 하치모지 RNA로, 기존의 염기와 마찬가지로 DNA에서 RNA로의 전사도 무리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치모지(Hachimoji) RNA

 

하치모지의 미래


하지만 이 새로운 문자들이 갈 길은 아직 멀다. '합성된 DNA가 polymerase에 의해 복제될 수 있는가?'와 같은 핵심적이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의 Steven A. Benner 박사는 "이는 우주의 다른 곳에서 새로운 생명체의 존재를 찾는 데 적절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는 유전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염기는 A,C,G,T의 4 종류밖에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Z,P,S,B를 유전 정보 저장의 매개체로 쓰는 외계 생명체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목성의 위성 유로파,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 등에 존재하는 두꺼운 얼음층 밑에 지구의 DNA와 전혀 다른 염기를 가진 생명체가 있다면 우리가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이런 생명체들의 존재 여부에 대한 연구의 출발점이 이와 같은 새로운 분자시스템 합성이다.


2014년 살아있는 세포에 한 쌍의 비천연 염기를 삽입하는 데 성공했던 롬스버그는 "그들이 유전 알파벳을 여덟 개로 확장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대단하다. 그것은 이미 자연이 보유하고 있는 것을 두 배로 늘렸다"라고 축하의 메세지를 전달했다. 영국 MRC 분자생물학연구소(MRC Labaratory of Molecular Biology)의 필립 홀리저 또한 "이것은 상당한 진보다. 왜냐하면 다른 유전 문자 확장방법은 구조적으로 견실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이들의 연구의 공로를 치하했다. 이들의 연구가 앞으로의 DNA를 구성하는 염기의 다양성에 대한 연구의 문을 열었다는 사실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이다.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알고 있다. 우리는 A(아데닌), C(사이토신), G(구아닌), T(티민)의 배열의 결정체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또 다른 대답이 이 질문의 정답이 될 수 있다. 언젠가, 먼 미래일지 가까운 미래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라는 애매모호한 단어의 정의에 따라 정답이 달라질 날이 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바라던 바이오 2019 봄호


작성자: 18-056 서명진

분야: 분자생물학


참고문헌:

[1] S. Hoshika et al., Hachimoji DNA and RNA: A genetic system with eight building blocks. Science. 363, 884–887 (2019).

https://doi.org/10.1126/science.aat0971

[2] BRIC - [바이오토픽] DNA 문자 네 개 추가 → 생명의 알파벳 두 배로 증가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02608

[3] The Science Times -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입증되다?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9%B8%EA%B3%84-%EC%83%9D%EB%AA%85%EC%B2%B4%EC%9D%98-%EC%A1%B4%EC%9E%AC-%EA%B0%80%EB%8A%A5%EC%84%B1-%EC%9E%85%EC%A6%9D%EB%90%98%EB%8B%A4


이미지:

[1] http://www.freecolum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72

[2] https://ko.wikipedia.org/wiki/%ED%95%98%EC%B9%98%EB%AA%A8%EC%A7%80_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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