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상온 초전도체 그 꿈이 이루어지다

전기 저항이 완벽히 사라지는 초전도 현상의 양자역학적 원리와, 인류의 에너지 혁명을 이끌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향한 치열한 연구를 살펴본다.

편집부 · 2025년 1월 22일 · 읽는 데 4분

물리학 개념, 밝은 전기 스파크에 둘러싸여 자기 레일 위로 공중 부양하는 빛나는 금속 조각
물리학 개념, 밝은 전기 스파크에 둘러싸여 자기 레일 위로 공중 부양하는 빛나는 금속 조각

우리가 매달 내는 전기 요금 고지서에는 사실 '억울한 돈'이 포함되어 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긴 송전탑의 전선을 타고 우리 집까지 오는 동안, 전선의 저항(Resistance) 때문에 엄청난 양의 전기가 열로 바뀌어 허공으로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낭비되는 전력 손실만 전 세계적으로 10%에 달하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매년 수십조 원이 공기 중으로 불타 없어지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 전기 저항을 마법처럼 '0(제로)'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구리선 대신 이 물질로 전선을 깔면 발전소 하나로 전 세계를 밝힐 수 있고, 스마트폰은 한 번 충전으로 몇 달을 쓸 수 있으며, 서울에서 뉴욕까지 진공 튜브 속을 날아가는 초고속 자기 부상 열차를 단돈 몇만 원에 탈 수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 궁극의 마법 물질이 바로 '초전도체(Superconductor)'다. 100년 전 우연히 발견된 이 기묘한 양자역학적 현상은 영하 200도의 극한의 추위를 뚫고, 마침내 우리가 숨 쉬는 '상온(Room Temperature)'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고 있다. 인류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꿀 초전도체의 원리와 그 뜨거운 개발 경쟁의 막전막후를 들여다보자.

저항이 사라진 세계, 쿠퍼 쌍의 춤

전기가 흐른다는 것은 금속 전선 안에서 전자(Electron)들이 이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속 안에는 무거운 원자핵들이 장애물처럼 버티고 있어서, 전자들은 핀볼 게임의 구슬처럼 이리저리 부딪히며 속도를 잃고 열(저항)을 발생시킨다. 그런데 1911년 네덜란드의 카메를링 오네스가 수은을 절대영도(-273℃)에 가까운 영하 269도로 꽁꽁 얼려 보았더니, 놀랍게도 전기 저항이 0으로 뚝 떨어지는 기괴한 현상을 처음 발견했다. 온도가 극도로 낮아지면 금속 안의 원자핵들이 진동을 멈추고 얌전해지는데, 이때 서로를 맹렬히 밀어내야 할 전자 두 개가 주변의 미세한 원자핵 떨림(포논)을 매개로 마치 단짝 친구처럼 끈끈하게 짝을 이루는 기적이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쿠퍼 쌍(Cooper pair)'이다. 이 짝을 이룬 전자들은 장애물(원자핵)에 부딪히지 않고 마치 유령처럼 전선 안을 미끄러지듯 통과한다. 양자역학이 거시 세계에서 마술처럼 시현되는 이 완벽한 상태가 바로 초전도 현상이다.

완벽한 방패, 마이스너 효과

초전도체가 저항이 0이라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특성은 '마이스너 효과(Meissner effect)'다. 초전도체는 자기장(자석의 힘)을 극도로 싫어한다. 외부에서 자석을 갖다 대면, 초전도체 내부에 스스로 맴돌이 전류를 엄청나게 만들어내어 외부의 자기장을 완벽하게 튕겨내 버린다. 완벽한 자석의 방패가 되는 셈이다. 이 튕겨내는 힘 때문에 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올려놓으면 자석이 공중에 둥둥 떠서 절대 가라앉지 않는 '자기 부상' 현상이 일어난다. 심지어 떠 있는 자석을 살짝 기울이거나 뒤집어도 그 자세 그대로 허공에 찰칵 고정(양자 고정)되어 버린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바닥과 마찰이 전혀 없는 초고속 자기 부상 열차를 만들거나, 병원의 좁은 MRI 기계 안에서 엄청나게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인간의 뇌 속 혈관까지 사진으로 찰칵 찍어낼 수 있다. 밤에 광대한 현대 도시를 가로질러 뻗어 있는, 에너지를 전혀 잃지 않는 빛나는 케이블이 있는 미래형 전력망

영하 200도의 족쇄와 고온 초전도체의 반란

마법 같은 물질이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극한의 '온도'다. 초전도 현상을 유지하려면 값비싸고 취급하기 어려운 액체 헬륨을 부어 영하 269도의 극한의 추위를 유지해야만 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라 일상적인 상용화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다 1986년, 스위스 IBM 연구소에서 세라믹 구리 산화물이라는 엉뚱한 돌멩이를 구웠더니 무려 영하 238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하며 학계를 발칵 뒤집었다. 이후 과학자들은 값싼 액체 질소(영하 196도)만으로도 초전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른바 '고온 초전도체(High-temperature superconductor)'를 잇달아 찾아냈다. '영하 100도대'를 '고온'이라고 부르는 것이 우습지만, 액체 헬륨의 비싼 족쇄를 끊어냈다는 점에서 이는 엄청난 혁명이었다.

꿈의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향한 맹추격

이제 전 세계 물리학자들의 최종 목표는 단 하나다. 냉각기나 엄청난 압력 장치 없이, 우리가 숨 쉬고 있는 방 안의 온도(상온)와 대기압(상압)에서 초전도성을 유지하는 꿈의 물질을 찾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황화수소나 수소화란타넘 같은 물질에 지구 중심부 기압의 100만 배가 넘는 엄청난 압력(다이아몬드 모루)을 가해 영상 15도 부근에서 초전도성을 띠게 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이 역시 일상에서 쓸 수는 없는 실험실의 묘기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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