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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초전도체, 그 꿈이 이루어지다



위의 그림은 ‘초전도체’에 대한 아주 상징적인 사진입니다. 초전도체가 자석 위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이죠. 초전도체는 온도가 낮아져 임계 온도를 지나면 전기저항이 0이 되면서 완전 반자성을 띠는 물질을 말합니다. 초전도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과거에 제가 쓴 기사인 ‘초전도체와 BCS 이론’을 참고해 주세요.

(https://www.ksakosmos.com/post/%EC%B4%88%EC%A0%84%EB%8F%84%EC%B2%B4%EC%99%80-bcs-%EC%9D%B4%EB%A1%A0)

1911년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에 의해 초전도 현상이 최초로 발견된 이후, 이 독특한 성질은 많은 과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상상해 보시죠. 전기 저항이 0인 초전도체를 마음껏 쓸 수 있다면, 발전소에서 집까지 전기가 전달되는 동안 전력의 손실을 0으로 만들 수 있고, 자기부상열차도 금방 상용화될 것이고, 핵융합 발전에 초전도체가 필수적인 만큼 핵융합 발전의 시대도 한층 앞당겨 올 것입니다. 각종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 기술도 한 단계 도약할 것이고요. 더 나열하자면 끝도 없죠.

하지만 이런 꿈 같은 일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초전도체는 너무 낮은 온도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말로는 ‘고온’ 초전도체라 하지만, 그러한 고온 초전도체조차 영하 150도 밑으로는 내려가야 초전도 현상을 일으킵니다. 만드는 과정도 복잡하고, 쓸 때마다 액체 질소로 냉각시키고 해야 하니 실생활에 활용하기에는 수지타산이 안 맞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상온, 상압에서도 제 역할을 하는 초전도체를 찾기 위해 수십 년간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10월이 되어 상온 초전도체가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상온 초전도체의 등장

초전도 현상은 처음에는 영하 270도~230도의 극저온에서만 발견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에 들어서야 이보다 수십 도 이상 높은 온도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띠는 물질이 발견되었는데, 이들을 ‘고온 초전도체’라 부릅니다. 란타넘과 바륨, 산화구리 등이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독특한 입체 결정구조로 결합한 LBCO가 30K(섭씨 영하 약 240도) 부근에서 처음 초전도 현상을 보였고, 이후 비슷한 물질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150K(섭씨 영하 약 120도)에서도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등장했죠.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체가 발견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곧 있으면 상온에도 도달할 지 모른다’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고 초전도체 개발 붐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은 결코 쉽지 않았고, 다시 수십 년간 개발은 정체 상태에 있었습니다. ‘상온 초전도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회의론도 생겨났죠.

그러다 2015년에 이르러, 다시 한번 획기적인 발견이 이루어집니다. 지난 2015년 12월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연구소의 물리학자 미하일 에레메츠(Mikhail Eremets) 연구팀은 황이 결합된 수소화합물(H3S)에 강한 압력을 가해 영하 70°C에서 초전도현상을 유발하는 초전도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19년 5월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연구소의 미하일 에레메츠 연구팀을 포함한 두 그룹은 란타넘이 결합된 수소화합물(LaH10)에 강한 압력을 가해 각각 영하 23°C와 영하 13°C에서 초전도 현상을 유발하는데 성공했죠. 기존에 고온 초전도체는 제일 온도가 높은 것이 영하 135°C였던 점을 고려할 때, 이 발견은 상온 초전도에 근접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였습니다.

이후 1년 여 만에 미국 뉴욕 로체스터 대학의 랭거 디아스(Ranga Dias) 연구팀이 영상 15°C에서도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습니다. 디아스 교수는 두 개의 다이아몬드 사이에 탄소와 수소, 유황을 삽입한 후 레이저로 지구 기압보다 약 260만 배 강한 압력을 가해 15°C에서 초전도현상을 유도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처음에는 스스로도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100여 년 동안 고대해온 상온 초전도체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또 다른 초전도체와 함께 그에 따른 자기적 특성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번 상온 초전도체의 발견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뉴욕 소재 버펄로 대학의 이론화학자 에바 주렉(Eva Zurek) 교수는 “최근 수 년 간 연구 성과에 비추어 상온 초전도체 개발은 예고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주렉 교수는 “고대해왔던 상온 초전도체를 찾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으나 디아스 교수 연구팀을 통해 그 꿈이 실현됐다.”며, “마침내 상온 초전도체라는 벽이 깨어졌다.”고 기뻐했습니다.

연구 논문은 14일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되었으며, 제목은 ‘Room-temperature superconductivity in a carbonaceous sulfur hydride’입니다.

상온 초전도,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그렇다면 상온 초전도 현상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예전에 제가 쓴 ‘초전도체와 BCS 이론’ 기사에서도 설명했듯이, 아직 고온 초전도 현상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당연히 상온 초전도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는 설명이 안 되어 있겠죠. 하지만 BCS 이론을 사용하여, 상온에서도 수소 기반의 물질이 어떻게 초전도 현상을 보일 수 있는가 정도는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초고압 환경에서 수소, 황, 탄소를 섞어 레이저로 합성, 초전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기서 디아스 교누는 “상온 초전도체에는 가볍고 결합이 강한 재료가 필요한데 수소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재료”라고 설명합니다.

초전도체의 원리를 설명하는 BCS 이론에 따르면, 원래는 페르미온인 전자가 초전도체 내에서 원자의 진동(포논)의 매개에 의해 두 개씩 짝을 이루게 됩니다. 전자 두 개가 쌍을 이룬 유사 입자를 ‘쿠퍼쌍’이라고 하는데, 쿠퍼쌍은 보존과 같이 행동하기 때문에 전기 저항이 사라집니다. 수소는 이러한 쿠퍼쌍을 만들어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데 유리합니다. 수소는 가장 가벼운 원소죠? 그래서 진동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전자 사이를 묶는 힘이 강해, 상온에서도 초전도가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어왔습니다. 다만 수소가 금속이 아닌 부도체라서 현실성이 없다는 반론이 있었는데, 이번 연구로 실제로 초전도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죠.


BCS 이론을 간단히 나타낸 모식도

디아스 교수 역시 “수소를 이용해 만든 금속성 고체는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온도가 높으면서 강력한 전자쌍을 형성할 수 있다”면서 “다만 순수한 수소로 금속 고체 상태를 만들려면 압력이 너무 커야 해 수소가 많은 다른 물질을 이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성공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계와 전망

그러면 상온 초전도체는 완벽하게 개발되었고, 이제 우리는 다가오는 장밋빛 미래를 기다리면 되는 걸까요? 아쉽지만 아직은 멀었습니다. 디아스 교수의 연구팀이 개발한 상온 초전도체는 상온이기는 하지만, 초고압 환경에서만 작동합니다. 실험 결과를 살펴보면, 압력이 점점 높아질수록 초전도 현상이 시작되는 임계 온도가 높아집니다. 결국 상온 초전도를 만들려면 지구 대기압보다 260만 배는 강한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이 정도 압력을 주는 건 영하 200도를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경제성이 없습니다. 자연적으로 이 압력을 가하고자 한다면, 지구 핵의 중심 쯤에는 놔야 합니다. 실용적 가치는 아직도 제로인 것이죠. 그래서 연구팀도 이 사실은 인정하고, 후속 연구에 기대감을 표명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연구의 가치가 없는 건 절대 아닙니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상온 초전도 현상을, 어찌되었든 발견했고 가능성을 열어주었으니까요. 만약 향후 몇 년 안에, 진짜로 저압에서도 기능하는 상온 초전도체가 발견된다면… 그건 인류의 미래를 바꿀 혁신이 될 겁니다. 벽이 깨어졌기 때문에, 이젠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하다 보면 그 미래도 곧 다가오겠죠.


초전도체 발전 과정을 정리한 그래프다. 가로축은 연도이고 세로축은 구현 온도를 절대온도로 기록한 것이다. 1911년 처음 등장한 뒤 점차 온도가 높아지다가 1980년대에 등장한 고온 초전도체가 여러 차례 온도 혁신을 이뤘다. 최근에는 수소 기반 물질(황화수소, H2S 등)이 비약적인 온도 상승을 이뤘고, 이번에 미국 로체스터 대학 연구팀 역시 황화수소와 탄소를 사용해 상온 초전도의 구현에 성공했다.

상온 초전도체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꿀 때까지 제 생각엔 몇 년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그 변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상온 초전도체를 발굴하여, 세상을 바꿔 보는 건 어떨까요?



여승현 학생기자│Physics│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0665

[2] https://www.youtube.com/watch?v=ljlS5vRUUoA

[3] https://www.sciencetimes.co.kr/news/세계-최초로-상온초전도체-개발/


첨부 이미지 출처

[1] Google Image

[2] Google Image

[3]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0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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